"경제 어려우면 사회복지시설은 춥게 지낼 수밖에 없지요"
경제 한파에 사회복지시설 '다니엘복지관'을 살피며
▲ 다니엘복지관, 학교, 직업재활원이 있는 다니엘 건물 모습 ⓒ 이인
'나눔'과 '봉사'란 말은 경쟁사회에서 자라온 사람들 가슴에 잘 와 닿지 않는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안팎의 '꽤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그에 걸맞게 시민의식이 높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 시민단체들도 늘어났고, 기업의 사회공헌도 늘어나는 만큼 사회에 나눔의 가치가 알려졌지만 아직 실천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어렴풋이 봉사와 나눔을 알았지 실천하지 못하였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야지 하였지만, 정작 '그 나중'은 오지 않더군요.
'안 되겠다' 싶어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에 들어가서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하고 있어요. 작은 손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진실'에 눈이 번쩍 뜨이는 귀한 경험을 얻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모임은 '다니엘복지관'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다니엘복지관은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지적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곳이지요.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뿐이지만 친구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웃습니다. 그들의 깨끗한 웃음을 보며 많은 걸 돌아보게 되더군요.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김없이 자선냄비가 거리에 나타나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겠지요. 올해는 경제위기 영향으로 지갑이 닫는 사람들이 많을 듯싶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이웃들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다니엘복지관을 찾아 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김영식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먹고살 만해야 기부를 생각하지만 잘 산다고 후원하는 것은 아니지요"
▲ 김영식 원장님5년째 다니엘 복지관을 챙기고 있는 김영식 원장은 '경기가 어렵다는데, 올 연말은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할 것 같다고.' 걱정을 하네요. ⓒ 이인
"저희는 기독교단체이기에 '경천애인' 정신으로 지적장애인과 자폐 아동들을 돌보는 곳이지요.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요. 이러한 아이들은 가정생활이 어렵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생활이 어려워 버려진 애들이에요. 그런 아이들 100명이 있지요."
- 운영하시다 보니,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요.
"저희 아이들은 무료로 일반진료를 받습니다. 그러나 장애아이들이라 특수검사, 특수진료는 받아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돈을 내게 되어 있어요. 병원에다 사정을 얘기하면 반 정도는 감면을 해주지요. 그러나 심장병이나 큰 병들이 많기에 돈이 무척 많이 들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해결하려면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아요.
연간 800만원 의료비 지원을 받는데 심장병 같은 경우 1000만원 이상이 들어요. 한 아이 아파서 의료비를 다 쓸 경우 다른 아이들 병원비가 없게 됩니다. 한 아이에게 돈을 다 쓸 수 없으니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요. 무료진료도 3개월 이상은 장기입원이 되지 않기에 여기저기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 연말입니다. 연말에는 후원이 더 많지 않나요?
"연말이나 설날 전에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 방문자들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올해는 경기가 어렵다는데,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지요. 국가와 경제, 기업 활동이 잘 될 때는 서로 나눔 활동도 활발하지요. 경제가 어려우면 사회복지시설은 춥게 지낼 수밖에 없지요. 더 절약하고 움츠려야 하지요, 마른 수건 짜내듯이.
사람은 먹고살 만해야 기부를 생각하지만 잘 산다고 후원하는 것은 아니지요. 배고픈 사람이 배고픔을 안다고 콩 한 쪽 나눠먹듯 어려운 사람이 기부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기부문화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있지요. 도와주는 많은 기업들에 고마움을 갖고 있지요.
변화를 말씀드리자면, 요즘은 자원봉사나 후원이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며 널리 퍼지고 있어요. 기독교를 보면 십일조를 꾸준히 내는 것이 신앙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본인이 좋은 일 하고 기부를 하면 3대가 번성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과거를 돌아보면 기부하는 사람들, 부자들이 많이 있었지요.
적은 돈이지만 없는 사람한테는 한 끼를 먹여 연명할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지요. 저는 교회나 절을 멀리 다니는 사람들에게 우스개로 '가까운 데 걸어 다니면서 차비를 아꼈다가 그 돈으로 후원을 하세요'라고 합니다. 건강도 지키면서 마음도 뿌듯한 일이 되니까요. 자신이 차비, 연료비 아낀 것을 후원하면 좋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형성되어야겠지요."
- 사회복지 일하는 분들의 대우가 낮다고 하는데?
"급여수준은 공무원, 교사들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엇비슷하지요. 외국에 비해 사회복지 분야가 아직 많이 열악합니다. 들어가는 노동과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기에 남자들은 사회복지 현장에 안 오려고 하지요. 아직도 한 가정경제를 더 책임지는 것이 남자인데 이렇게 벌어서는 가정을 유지하기 힘드니까요.
앞 정부에서 처우개선을 한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현 정부 들어 경제위기가 닥쳐왔으니 신경 쓸 여력도 없겠지요. 사회복지사들이 돈 받으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생활인이기에 안정된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동들에게 더 집중해서 잘 돌 볼 수 있고 아이들도 정서안정이 되지요."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어서 6년차 사회복지사 송영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송영자 선생님좋은 분들과 아이들을 연결시켜 줄 때 기쁨을 느낀다는 송영자 선생님 ⓒ 이인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무척 재미있어요. 봉사활동을 하셔서 아시겠지만 친구들이 경증 지적장애인이라 대화도 되고 교육을 하면 성취감이 보여 무척 보람을 느껴요.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오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어요. 저는 좋은 분들과 아이들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큰 기쁨을 느껴요."
- 사람들이 봉사나 후원을 얼마나 하는지요.
"예전에 비해 사회복지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지요. 그러나 아직 후원은 넉넉지 못해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와요. 사회복지일은 현재 성장기라 후원이 많지 않아요. 다들 힘든 시기에 도와달라고 하기도 어렵고요.
그래도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늘어났고 하는 분들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자원봉사에 대한 사람들 생각도 높아졌고요. 저희 다니엘 복지관에 연간 8000~1만 명이 다녀가세요. 자원봉사라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재미있게 진행이 되어 봉사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요. 기업의 사회공헌도 늘어나서 봉사활동을 많이 오세요."
- 처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여건이 어떠신지요.
"저희는 정부와 보건복지부, 시청과 구청에서 월급을 받고 있어요. 준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무원에 비해 1/3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 유가 환급금 있잖아요. 거의 전 직원이 24만원을 다 받았다고 말씀드리면 어느 정도 받는지 아실 거예요.
생활반 선생님 같은 경우, 24시간 아이들과 불어서 살아야 하거든요. 직업소명의식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알음알음 듣고 훌륭한 일 한다고 칭찬만 하지 말고 합당한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직률이 낮아졌지만 안정된 생활하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뜻이 좋아도 생계기준과 맞닥뜨리면 남자 선생님들 같은 경우, 가정을 꾸리는 것조차 힘들어 하니까요. 제 작은 소망입니다."
-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저희 복지관에는 '다니엘 보이즈'라는 동아리가 있어요. 합창, 댄스, 사물놀이를 하는 동아리예요. 여기저기 위문공연을 많이 하러 다녀요. 무료자원봉사지요. 그냥 하는 수준이 아니라 많은 노력 끝에 무척 발전하였어요. 지역사회나 서울 대회에 나갈 정도이고 이런 활동으로 친구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지금까지 사랑만 받다가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친구들이 아주 행복해해요. 앞으로 더 박수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경제 한파 밑바탕에 깔린 장애에 대한 싸늘한 시선
▲ "실천하고 계신지요""장애인 먼저, 생각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글귀가 건물에 붙어있네요. ⓒ 이인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쌀쌀한 날씨에 절로 호주머니에 손을 넣게 되더군요. 추우면 움츠러드는 게 이치겠지요. 경제에 몰아친 한파로 옆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곤경에 처하는 사람들이 서민들이고 사회복지시설이지요. 그렇기에 올 연말은 더 추울 것 같습니다.
박영식 원장님과 송영자 선생님은 한목소리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민에게 피해를 주거나 해코지를 하는 것이 아닌데 아직 부서지지 않은 벽이 있다고 하네요. 세상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살아가는 곳인데, 장애인을 공동체원으로 보지 않고 이상한 사람으로만 본다고 합니다.
다니엘복지관 친구들은 봉사자분들이 오겠다고 약속했다가 안 오면 서운해 하지요. 아이들에게는 연말에 한 번 오는 '산타클로스'보다 자신이 자라는 모습을 꾸준하게 지켜봐 줄 사회동반자들이 필요하지요.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걸 알려줄 비장애인들이 있어야 하지요.
경제 한파 밑바탕에 깔린 장애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사회복지시설을 더 힘들게 하지요. 한국 사회복지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지요. 사회에서 더 관심을 두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도록 교육과 운동이 필요하지요.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이 아니지요. 어려운 경제도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지요. 나눔이 더 절실한 올겨울, 그늘진 곳이 자꾸 눈에 보여 마음이 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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