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황석영·공지영... 포털서 보니 반갑다
포털과 문학의 '뜨거운' 열애... 문학 활성화 기대
▲ 네이버 황석영 연재 공간황석영이 개밥바라기별을 연재한 블로그 ⓒ 조창완
포털들이 이상한 바람에 들었다. 그런데 좋은 바람이다. 문학 바람. 바람을 먼저 선도한 곳을 네이버다.
지난해 8월 네이버는 블로그에 소설가들의 연재공간을 만들어서 박범신의 ‘촐라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문학의 만남은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고, 박범신씨의 블로그는 연재를 끝난 후에도 작가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남아 현재 100만명의 방문자수를 넘은 소중한 공간이 됐다. 다음 주자는 황석영이었다.
그는 ‘개밥바라기별’을 연재해서 많은 호응을 받았고, 이 연재분을 책으로 출간되어 상당 기간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연재와 출판이 시너지효과를 보이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황석영 작가의 블로그는 현재 200만 방문자를 앞두고 있지만 상대적으로관리가 소홀해 방문자수가 떨어져가고 있는 추세다.
▲ 다음 연재 공간공지영, 이기호, 함민복의 연재공간이 만들어졌다 ⓒ 조창완
황석영 작가 네이버 블로그... 방문자 200만 넘어
네이버보다는 늦었지만 다음도 문학 바람이 불었다. 이곳은 좀더 체계적이다. ‘미디어다음’ 안에 ‘문학속 세상’을 만들었고, 여가에 소설과 에세이를 연재 하거나 준비중이다. 소설은 첫 번째 작가로 당대 최고의 흥행작가인 공지영의 ‘도가니’와, 젊은 작가 이기호의 소설 ‘사과는 잘해요’를 연재한다. 또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함민복의 에세이가 준비중이다. 별외 페이지로 ‘한국 대표 시인 70인선’이 마련되어 천양희, 장석남, 이정록, 신달자의 시가 실렸다.
소설의 경우 글은 물론이고 삽화도 실려 과거 신문연재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지영의 첫회 연재는 6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서 만만치 않은 관심을 보여줬다. 작가 역시 “어제는 혼자 소주 두 병을 먹고 3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했어요. 신인처럼 떨리고 설레고 무셔서요 ㅠ,ㅠ 인터넷의 특성상 실수도 좀 일어날 것도 같아 두렵기도 하고요. 악플도 무섭고요”라는 게시글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여유를 보였는데, 만화가 강풀도 댓글로 공지영 작가의 팬이라는 글을 올려 온라인의 훈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기호의 연재소설도 기발한 발상이라는 반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네이트 닷컴도 11월14일 연재소설 공간을 열었는데 이곳은 기성작가 보다는 신진 작가들에게 공간을 열어준다는 측면인 것 같은데 아쉽게 아직은 반응이 별로다. 파란 역시 연재소설 공간이 있지만 판타지 등 특정한 장르에 국한된 느낌이다.
포털의 문학 공간 키우기는 95년 무렵에 하이텔 등 피시통신에서 불던 연재바람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이순원, 박상우, 공지영 등 젊은 작가들이 하이텔, 천리안 등 피시통신에서 소설을 연재했다. 이 소설 연재는 두가지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는 가난한 전업작가들이 많은 문인들에게 그래도 얼마간의 수익을 안겨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연재 밖에 없던 연재공간의 지평을 확장한 것이었다.
또 인터액티브한 온라인 연재공간을 통해 독자들이 작가들과 커뮤니케이션했고, 오프모임을 통해 작가들에게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또 기성작가들은 물론이고 연재를 희망하는 젊은 문학도들에게 소설 연재를 기회를 주었다.
▲ 네이트의 연재 공고기성 작가보다는 아마추어 작가 중심으로 움직인다 ⓒ 조창완
다음, 공지영 작가 소설 연재... 네이트, 아마추어 작가위한 공간 마련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통신 연재는 시들해져갔다. 몇몇 사람들이 문학을 인터넷과 접목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좌절을 맛보았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포털이 문학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분명히 반가운 몸짓이지만 조금 더 보강되어야 할 점도 있다. 첫 주자인 네이버도 작가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로만 둘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좀 체계를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다수 네티즌이 경유하는 포털에서 기성 유명 작가 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들에게도 이런 공간을 통해 창작과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포털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일어나는 포털의 문학사랑은 그런 점에서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때는 통신인의 수준이 높아서”라는 식의 자존적 생각보다는 다시 한번 온라인이 자신을 더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는 소중한 소통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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