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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바람' 거셌는데 시청률 안습, 왜?

<바람의 화원>은 정말 실패한 드라마인가

등록|2008.12.05 17:41 수정|2008.12.05 17:45

▲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으로 남장여인 연기를 펼친 문근영 ⓒ SBS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지난 4일,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첫 드라마 주연과 남장 연기, 시청률 보증 수표 박신양의 첫 사극 도전, 전작 <쩐의 전쟁> 성공으로 단숨에 스타 PD 반열에 오른 장태유 PD의 연출, 그리고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동양화 주제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바람의 화원>은 방영 전부터 대중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24일, 첫 회 11.6%라는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바람의 화원>은 방영 기간 내내 10%대 초중반의 낮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방송 3사 드라마 중 꼴찌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회 역시 14.7%(TNS 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면서 MBC의 <종합병원2>과 KBS의 <바람의 나라>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비록 <바람의 화원>이 방영되는 동안 동시간대 어느 한 드라마도 20~30%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독주하진 못했지만, 늘 <바람의 화원>은 근소한 차이로 시청률 경쟁에서 뒤져야만 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목드라마 '빅3' 경쟁에서 뒤진 까닭

우선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탓이 크다. 사람은 늘 새 것을 갈망하면서도 익숙한 것에 눈을 돌린다. 부담이 없고 편하기 때문이다. 뻔하디 뻔한 통속극이 욕을 먹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건 고정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바람의 화원>은 동양화를 주제로 한 '미술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는 측면에서 시청자로 하여금 쉽게 채널을 고정하기 어렵게 했다.

그러나 단순히 그 탓만은 아니다. 새 것에 대한 부담 때문만이라고 하기엔, 마찬가지로 '클래식'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룬 <베토벤 바이러스>가 '강마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극의 짜임새에 있었다. 대화원 강수항과 그의 제자 서징의 죽음, 정조의 명을 받아 그들의 죽음에 담긴 비밀을 파헤쳐 원한을 갚고 대의를 이루려는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여 권력을 지키려는 조정 권신 세력까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야말로 <바람의 화원>을 관통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 <바람의 화원>은 그래서 책의 서두부터 끝마무리까지 이 사건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놓으면서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그렇지 못했다. 극 초반 사건에 대한 작은 암시를 주는 데 그치고, 이후 극 후반인 14회에 가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드라마의 구성이 극적이지 못한 탓에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바람의 화원>이 후발주자라는 측면도 저조한 시청률에 일조했다. 잘 만든 드라마들이 동시에 경쟁한다면 누가 승자가 될까? 드라마의 질과 재미는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가 승리하게 된다. 경쟁작보다 빠르게, 첫 2회에 힘을 바짝 줘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하면 드라마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과 다름없다.

드라마 제작에 첫 2회분의 제작비가 많아지는 것과 한 편 방송 시간이 80분 가까이 되는 것, 그리고 스페셜을 미리 방송하는 것과 같은 변칙 편성 등은 모두 시청자를 선점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의 화원>이 경쟁작인 <베토벤 바이러스> <바람의 나라>보다 2주나 늦게 방영되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패착이라 할 만하다.

사상 초유의 '스페셜 끼워 넣기' 

산만한 편집과 주연 배우의 연기력 논란도 한 몫 거들었다. <바람의 화원> 촬영이 시작된 건 지난 4월 말, 드라마가 방영되기 5개월 전이었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난 10월 초, 촬영 도중 주연배우 문근영이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을 당하자 시리즈 중반에 스페셜 방송을 내보내는 사상 초유의 일이 생기게 되었다. 충분한 촬영 비축 분량이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시청률이 떨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후 <바람의 화원>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예의 '쪽대본' 논란에 휘말렸다. 그로 인해 극 후반으로 갈수록 편집은 산만해지고, 배우들의 연기는 깊이가 덜했다. 어느새부턴가 예고편도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도 이 때부터였다. 가장 중요한 뒷심을 발휘해야 할 때, 오히려 힘을 잃어가게 된 것이다. 경쟁작인 <베토벤 바이러스>가 쪽대본 없이 2주 분의 비축 분량을 두고 여유롭게 촬영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문근영과 같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박신양의 사극 연기는 방영 내내 어색하단 평을 들었다. 현대극과는 톤이 다른 사극에서조차 전작들과 똑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쩐의 전쟁>을 보는지 <바람의 화원>을 보는지 모를 지경'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김홍도 역의 박신양. ⓒ SBS


'신윤복·동양화 신드롬' 일으키는 데 성공

그러나 <바람의 화원>은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냈지만 또한 여러 장점을 지닌 드라마였다. '강마에 신드롬' 못지 않은 '신윤복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바람의 화원>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조선 3대 풍속화가이면서도 김홍도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그의 삶과(비록 역사왜곡 논란은 있었을지언정) 그의 작품을 브라운관 안에 담아내어 시청자로 하여금 혜원 신윤복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이 전시된 간송 미술관의 전시회에 수십만 명의 관람객들이 구름같이 몰리는가 하면, 원작 소설 또한 방영 이후 매주 2천권 이상 팔려나가며 다시금 베스트셀러가 됐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바람의 화원>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문근영은 첫 드라마 주연을 맡으면서 '남장 여인'이라는 다소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선택하여 주변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전까지 '국민 여동생'이라는 틀에 갇혀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러나 <바람의 화원>에서 펼친 열연으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정향 역의 문채원 역시 신인답지 않은 수준급 연기력으로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레 녹아내리게 했고, 김조년 역의 류승룡, 정조 역의 배수빈, 정순왕후 역의 임지은 등 조연배우들의 호연은 흐트러진 극 후반에서도 빛을 발했다.

막을 내린 <바람의 화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 문제점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아쉽지만, 그것으로 차후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그 또한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동양화'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한 드라마 다양성에 일조하고, 그 파급력이 사회 전반으로 뻗어나간 점은 우리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례 도약시켰다는 의의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의 화원>은 결코 실패한 드라마가 아니다. 제2, 제3의 <바람의 화원>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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