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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탄 언론인들 "농사짓고 있다"

[취재 그 후] 명단 오른 10여명 중 위법 인정 한명도 없어

등록|2008.12.05 21:53 수정|2008.12.05 21:53
<오마이뉴스>가 지난 4일 'KBS 26명, MBC 11명도 쌀 직불금 받았다'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자 해당 언론인과 언론사의 해명과 확인 전화가 잇따랐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쌀 직불금 수령에 위법성이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보도 직후 2006년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자 명단에 오른 언론인 106명 중 '억대 연봉'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난 10여명의 쌀 직불금 수령 언론인들을 상대로 직불금 수령경위를 파악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소작농이 받아야할 몫을 가로채거나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목적으로 직불금을 받았다고 인정한 언론인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 언론인들은 ▲ 쌀 직불금 신청사실도 몰랐다 ▲ 내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 농사에 주도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등 3가지 유형의 해명을 내놓으며 자신의 직불금 수령에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형 1] "쌀 직불금이 뭔지도 몰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국장급 간부 A씨는 상속을 통해 논의 소유권이 자신 앞으로 바뀌었고 그 논에서 부친이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이런 제도가 있으니 받아라'고 하시면서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시길래 그게 뭔지 내용도 모르고 찍어드렸다"며 "그 다음 해에도 또 그러시길래 동사무소에 전화해 내용을 파악해보니 쌀 직불금의 내용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돈 몇 푼 때문이 이런 걸 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 다음해부터는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방 방송사의 부장급 간부인 B씨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내 명의로 돼 있고 현재는 어머니께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며 "당시에는 직불금이 있다는 걸 몰랐고 어머니께서 내 앞으로 직불금을 신청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 2] "내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지방 방송사의 국장급 간부 C씨는 "21년 전에 땅을 구입했고 직접 자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C씨는 "송신소나 벽지 같은 경우 5일 일하고 5일 쉬고 하는 식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직접 농사짓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사를 짓느라 고생도 엄청했고 양수기에 손을 다쳐서 열흘 정도 입원한 적도 있다"며 "농사를 지어서 직불금을 탔는데, 직불금 제도 자체가 애매하게 돼 있다보니 이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지방 방송사의 국장급 간부인 D씨도 "내년이 정년퇴직인데 투기 목적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4년 전에 땅을 샀다"며 "농사를 지어보니 첫 해에는 손해를 봤지만 지금은 쌀 7~8가마 정도는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D씨는 "농기계가 없어서 모내기나 추수하는 정도는 동네에 기계를 가진 사람한테 의지할 때도 있지만, 주중에는 집식구가 가고 주말에는 내가 가서 농사를 직접 짓는 것"이라며 "직불금이 나오면 당당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왜 직불금으로 주는지 모르겠다"며 "진짜 농민을 위한다면 비료나 농약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제언하기도 했다.

[유형 3] "농사에 주도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지방 방송사 PD인 E씨는 "노후에 농사를 지으려고 2004년에 땅을 샀고, 2005년부터 농사를 지었다"며 "회사 일을 해야 하니 주말 정도만 논에 가서 일을 하고, 모내기나 추수 때에는 거기 계신 친지분께 부탁을 한다"고 밝혔다.

E씨는 "애초에 법제도 자체가 전업농에게만 직불금이 지급되도록 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텐데 위탁하거나 일부만 농사를 이어도 직불금 나오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나 자신이 전업농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는 게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소명이 필요하면 소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방송사 국장급 간부 F씨는 "어머니와 내가 같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인데 내 명의로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곳에 어머니가 살고 계시고 또 농사를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으로부터 일을 배웠다"며 "나는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께서 알아서 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소속 직원은 땅 임대해 직접 농사 짓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보도에서 쌀 직불금 수령자가 1명 있는 것으로 나타난 <한겨레신문사>는 <오마이뉴스>측에 전화를 걸어와 해당 직원의 쌀 직불금 수령 경위에 대해 상세히 해명했다.

<한겨레>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발송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경기도 ○○시에 살고 있고 인근에 땅 10마지기를 임대해서 쌀농사를 짓고 있다"며 "정당한 직불금 수령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일반적이지 않고, 새벽근무 뒤 하루를 쉬는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소속 직원 2명이 쌀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전북도민일보>의 경우 "해당 직원들은 지난 2005년에 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해 왔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지난 4일 보도에 활용한 언론인 106명의 자료는 감사원의 2006년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자 명단에서 추출한 것으로, 먼저 쌀 수매와 비료 구매 실적이 없는 28만여 명에서 건보공단의 자료를 대입해 언론인을 따로 분류했고, 여기서 쌀 직불금을 본인 명의로 수령한 이들만 모은 것이다.

따라서 언론인들의 해명이 다 맞다면,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실태 파악을 위해 감사원이 건보공단의 직업 소득 자료 등을 동원해 만든 이 명단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셈. 결국 직불금 수령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농경 여부에 대한 실사가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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