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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에 대한 단상

좌파와 우파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등록|2008.12.06 14:44 수정|2008.12.06 14:44
1.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라는 단체가 지난 5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교사 4,95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말했으며, 이들은 공개 이유로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을 좌편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언론은 학부모의 알권리란 부분을 유독 강조해서 제목을 보내 이러한 해괴한 행동에 명분을 제공해주는 듯한 느낌을 보여 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교총 소속의 동료 교사가 "이건 어용단체들이 한 일 아니냐?"라고 말을 했는데 알고 보니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50여개 보수단체가 주도한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학교정보공개를 두고 전교조 교사 명단을 같이 공개한다고 해 파장이 일었는데, 학교정보공개를 한 지 하루 후에 때를 맞추어 일어난 일이라서 이것은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압력을 넣다가 이루지 못한 일을 보수단체나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힘으로 강행한 것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이러한 보수단체의 행동은 사회의 분열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일이라서 애국심을 가진 교사의 입장에서 매우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 앞으로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고, 반대적 정치성향을 가진 교사들은 명단을 알려서 왕따를 시킨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 되겠으며, 철저하게 비슷한 성향의 교사들로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과연 조화로운 인격체로서의 모습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양극화되고, 분열이 가속화되지 않겠는가? 보수층의 자녀들은 더 보수화되고, 진보층의 자녀들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사회가 양극화 되기를 그들은 바라는 것인가? 보수층이 10년 동안 죄인 취급을 받으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대처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다.

2.

  학교정보공개에 뒤이어 일어난 이러한 국민분열 유인 사건의 배후로 한나라당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뉴라이트의 조직적 후원을 받고 있는 정당일 뿐 아니라,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교조 명단 공개를 계속 주장해온 터라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심각한 분열책동에 대해서 자제를 하도록 한나라당은 요구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생각대로 한나라당이 박정희와 그 주변 산업화 세력에 의한 당이 아니고, 김영삼을 비롯한 민주화세력을 중심으로 과거 군부세력이 연대하여 이루어진 정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은 정치적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반대정치 성향을 가진 교사들을 압박함으로써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행동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각한 회의를 가져다 줄 수 밖에 없고, 이러할 경우 한나라당 내부의 민주세력은 군부 및 군부에 결탁한 일부 대기업 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작고한 조병화 시인의 '공존의 이유'란 시집의 제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와 우파가 공존하는 공간, 거기에 평화가 존재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뇌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좌파나 우파나 이념적인 차이 때문에 서로에 대한 갈등을 지니고 있지만 '좌파를 없앤다'  혹은 '우파를 없앤다'는 것은 갈등만 불러 일으킬 뿐이지 사실은 실현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다. 그것이 실현불가능한 희망일진대 어느 정도 서로를 시인하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3

  심지어 조전혁 의원조차도 전교조는 학교를 민주화시키고 정화시킨 공이 크다고 9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학교를 민주화시켰다는 것은 학교에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도록 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정말로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위대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교조 때문에 성과급이나 교원평가에 반대해서 교육정책이 표류되고 있다고 많이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한나라당과 보수층의 과욕에서 비롯된 일로, 결코 사실과 다르다.

  아무리 전교조가 반대를 해도 노무현 정권 때나 이명박 정권 때나 그들이 진정 확신이 있었다면 교사평가는 언제든지 조속히 실시될 수 있었다. 그들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교사들의 표를 구걸하기 위해서 교사평가를 유보한 채 늘 전교조 핑계를 대왔던 것이다.

  전교조에게는 전교조의 입장이 있는 것이고 교사평가가 전교조 조직에 심각한 폐해를 주기 때문에 전교조가 교사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교조가 반대를 하면 그 반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대책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또한 성과급과 교원평가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몇년 전부터 교원평가 시범운영은 계속 되어왔고, 성과급 역시 계속 지급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심사숙고해서 조심스럽게 실시되고 진행되고 있는데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궤변인가? 오히려 정부가 심사숙고해서 무리없이 교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전교조 덕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

4.

  인터넷 댓글에는 전교조에 대한 욕설이 난무한다. 전교조가 이와 같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오년전부터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반 전교조를 표방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한 당이 이와 같이 공식적으로 반대를 하니 그 당의 많은 지지자들이 전교조에 대해서 반감을 갖게 된 것이다.

  전교조를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에 오르는 글들은 비단 보수층만이 올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너무 자기주도적이고 고집이 센 일부 전교조 교사에 질린 현장교사나 전교조의 견제에 이물이 난 교장들이나 자신의 마음대로 정책을 실시할 수 없었던 약한 교장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만에 가까운 조합원들에 대해 몇 사람 때문에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전교조 통일위원회의 한 부서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전체 조합원이 했다고 우기는 것도 역시 현명한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모든 단체가 그렇듯이 전교조는 결코 완벽한 인격체가 아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폄하해서는 안되고, 또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압력에도 불구하고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침묵과 굴종이 지배하는 공간이 돼서는 안된다. 그것은 자율과 창의가 사라진 비민주국가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좌파와 우파가 공존해야 한다.

  교사는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바를 학생에게 가르치게 된다. 그것은 교사의 권리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불만이라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교사들이 가르쳐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그 사람이야말로 편향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교사는 법에 따라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집권당의 뜻에 따라 혹은 국민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단체의 뜻에 따라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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