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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통장 잔고 38만원..."도시락 싸다니렵니다"

초긴축재정 돌입..."아빠 뭐 사왔어"라고 매번 묻는 아이

등록|2008.12.06 16:58 수정|2008.12.06 16:58

▲ 지난 금요일부터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싼 도시락. 비록 국물은 없지만.. ⓒ 윤태


저는 살림 중 금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습니다. 10원 한푼도 절대로 만지지를 않지요. 가정의 모든 금전 관리는 아내가 합니다. 저는 적거나 많거나 뭔가 들어온게 있으면 다 아내에게 갖다 줍니다. 급여는 자동으로 제 통장으로 들어오니 갖다 줄 필요도 없네요.

저는 비상금도 전혀 소지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밥값 5천원 정도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4천원짜리 먹으면 천원이 남고, 6천원짜리면 먹으면 남았던 천원으로 보태서 밥값을 내곤 합니다. 요즘엔 정말 밥만 먹습니다. 신용카드는 주유전용카드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최근 2개월 전부터 수입이 줄고 있습니다. 방학을 앞두고 다른 뭔가를 하거나 해외로 단기간 나갔다 오는 학생(회원)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회원의 이탈은 곧 수입이 낮아짐을 의미합니다.

결혼식, 돌잔치 등 정기 지출 외 갑자기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니 심란합니다. 어제 아내가 생활비 통장에 38만원 남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달 14일에 월급이 들어오긴 하는데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네요. 게다가 12월 둘째주에 거의 대부분 이것저것 빠져나가는 돈이라고 아내가 그럽니다.

따라서 저는 당분간 도시락을 싸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금요일인 지난 5일 점심부터 도시락을 지참했습니다. 하루 5천원을 아껴보다는 계산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내가 좀 귀찮아지긴 하겠지만 시골에서 가져온 쌀은 많으니까 당장 절약은 됩니다. 물론 국물이 없어 점심 먹는데 밥이 좀 까칠하겠지만 따끈한 물 마시면서 먹으면 됩니다. 솔직히 사 먹는 밥도 거기서 거기고 말이지요.

당분간 최대한 허리띠를 조르기로 했습니다. 출근도 제 시간보다 조금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 도착 시간은 같습니다. 최대속도 안내고 시속 70km의 경제속도로 달려 기름값을 아끼려고 합니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 조금 늦더라도 규정속도 90km(고속화도로)로 안달리고 경제속도 70km로 달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시락 싸서 5천원 절약해 그 돈으로 귤 한봉지라도 사들고 오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요. 현관문을 열면서 큰녀석이 "아빠 뭐 있어? 뭐 사왔어?"라고 매번 물어보는데, 빈손으로 오기도 좀 그렇더군요.

겨울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저는 겨울이 끝나고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날이 풀리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더 열심히 실적을 쌓아서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나저나 기나긴 겨울의 터널, 그 끝은 어디일까요?

▲ 네 식구가 한달 살기에는 빡빡할 정도이다. ⓒ 윤태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방금 전 올렸고 약간 변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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