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게 즐기는 주말특별요리, 묵은지찜과 파전
묵은지처럼 곰삭은 사랑이 파전 고소하게 살아나요
▲ 파전과 묵은지찜을 안주삼아 부부간에 소주한잔을 나누어도 좋겠지요 ⓒ 김혜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12월 5일. 영하 10도 라지만 바깥 기온은 냉장고 속 못지않은 한기에 입이 얼어 버릴 정도도 지독합니다. 오늘 아침 체감 온도가 영하18도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지요. 집에서 20분 거리이긴 하지만 이렇게 추운 날, 차를 두고 걸어서 출근한 남편은 얼마나 추웠을까요?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귀가 얼어 떨어지는 것 같더라니까. 사무실에 들어가니까 허벅지가 얼었다 녹아서 그런지 얼얼하고 근질거리더라.”
남편은 날씨가 춥고 다른 약속도 없으니 급한 일만 마치고 일찍 퇴근하겠다고 합니다. 불황 때문으로 예년과 달리 연말모임이 많이 줄었다는 남편. 남편 속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술자리가 줄었으니 아내인 저로서는 한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답니다.
그래서 모처럼 일찍 퇴근을 하겠다는 기특한(?) 남편과 요즘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 얼큰한 돼지고기 묵은지 찜과 고소한 해물파전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어떨까요?
▲ 묵은지찜 재료 : 묵은지와 돼지고기 앞다리살, 청양고추 약간 ⓒ 김혜원
지난해 담근 김장김치를 꺼내보니 일년 동안 잘 묵혀서 그런지 쿰쿰하기는커녕 오히려 잘 삭은 향이 일품입니다. 묵은지가 된 것이지요.
묵은지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목살이 좋다고 하지만 저는 앞다리 살을 넣었습니다. 지방의 분포나 육질이 적당해 목살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데다가 가격마저 목살의 3분의 1이니 갈등할 필요가 없겠지요.
묵은지와 돼지고기는 은근한 불에 오래 익혀야 제대로 된 맛이 우러난답니다. 사골국물이나 멸치국물을 육수로 사용하면 좀 더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낼 수 있구요.
▲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싸먹는 맛이 일품이랍니다 ⓒ 김혜원
파전 역시 식당에서 사먹으려면 한 장에 2~3만원은 줘야 하겠지만 집에서라면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부침가루와 오징어, 조갯살, 새우살, 쪽파, 계란을 구입하는데도 1만원이 넘지 않고 이 정도 재료라면 시중에서 3만원에 팔릴만한 커다란 파전을 다섯 장 넘게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파전은 바삭하게 부쳐서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입니다. 뜨거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부쳐내는데 반죽에 찹쌀가루를 조금 섞어주면 바삭하고도 쫀득한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 해물이 듬뿍 들어가 영양도 최고인 파전 ⓒ 김혜원
“이게 무슨 냄새야? 냄새 죽이는데.”
“맛있는 냄새. 엄마 오늘 저녁 뭐했어요?”
특별 요리를 준비한 저의 정성에 감동한 것일까요? 아들과 남편은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냅니다. 다른 주부들처럼 저 역시 가족들이 제가 만들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줄 때가 가장 보람있고 행복하답니다.
"안주가 좋은데 소주가 빠질 수 없지요. 요즘 밖에서 술 안마셨으니 한잔 하세요."
"어이구,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입니다. 하하하."
"엄마, 나는?"
"이 녀석이? 그래 너도 한잔해라.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며?"
대단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은 그저 흔한 음식이지만 가족과 함께 하니 그 맛이 훨씬 살아나겠지요. 불황에 날씨까지 추워졌다고 마음조차 꽁꽁 얼어 붙어서는 안되겠지요. 겨울을 이기는 방법으로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긴 특별 요리를 추천합니다. 값싸고 맛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듯하네요.
▲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칼칼한 맛이 일품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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