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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돈, 조르고 사정해도 안 갚을 땐?

[홍용석의 경제용어 해설 12] 가압류

등록|2008.12.07 11:47 수정|2008.12.07 11:47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 약산에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김소월님의 '진달래 꽃' 일부다. 돈 얘기에 뜬금없이 무슨 '진달래 꽃'인가 싶을 것이다. 좀 불경스런, 발칙한 상상을 해 보기 위해서다.

김소월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고 갈 때는 붙잡지 않고 그냥 보내마고 했다. 그런데 만약 보내는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돈을 떼먹은' 사람이라면 어떠했을까? 이 경우에도 말없이 고이 보내주었을까?

좀 심하게 말해서 '돈에 목숨을 거는' 요즘, 내 돈 떼먹는 사람은 절대 용서가 안 된다.

고리의 이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사채시장의 경우 돈을 빌려줄 때 때로는 '신체포기각서'까지 받는다고 한다. 채무자가 돈을 못 갚으면 채무자 신체 일부를 팔아서라도 빌려준 돈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일테다.

뭐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대개 사람들은 자기의 돈을 떼먹고 안 갚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받아내려고 애쓴다.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는 '돈', 사정하고 조르고 별 짓 다해도 끝내 못 받아내면 마지막으로 법원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때 알아둬 할 것이 '가압류'다. 

돈 못 받아 소송할 때는 '가압류'부터 하라

'가압류'란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가 금전채권 등의 강제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미리 채무자(돈을 빌려 쓴 사람)의 재산을 동결시켜 채무자로부터 그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잠정적으로 빼앗아 두는 것이다. 즉, 가압류란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채무자의 재산을 잠시 압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순순히 채무이행을 하지 않는 채무자는 언제 자기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해 버릴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소송을 하기 전에 미리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보전조치 없이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전부승소판결 받았다 할지라도 채무자가 이미 자기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 또는 처분했다면, 경매를 실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승소판결 받기 위해 들였던 수고와 노력, 비용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가압류는 금전채권과 관련된 소송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유비가 관우에게 1억을 빌려 주었다. 그런데 관우가 약속한 날짜가 되어도 돈을 갚지 않고 변제를 미루고 있으면 유비는 하는 수 없이 관우를 상대로 재판을 하게 된다. 재판에서 승소한 유비는 확정판결에 의해서 유비의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실행하고 그 낙찰대금에서 자신의 돈을 받아간다.

그런데 유비가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관우가 자신의 부동산을 장비에게 팔아버리면 유비는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경매를 실행할 부동산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유비가 관우의 부동산에 1억원의 채권이 있다는 내용의 가압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압류가 되어 있으면 비록 관우가 자신의 부동산을 제3자 장비에게 매도하더라도 유비는 관우의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해서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다. 관우의 부동산이 경매처분 되면 소유권은 낙찰자에게 넘어가고 장비는 소유권을 잃게 된다.

가압류된 부동산을 매입·임대차하는 건 위험하다

부동산이 가압류된 경우라도 채무자, 즉 관우가 해당 부동산을 이용, 관리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가압류 채무자인 관우가 해당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증여하는 것 혹은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처분행위는 금지된다.

만약 가압류 채무자 관우가 가압류 명령을 어기고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면 그 처분행위는 무효가 된다. 따라서 가압류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은 매입하지 않는 게 좋다. 부동산이 경매처분 되면 매수자는 소유권을 잃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가압류 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을 일반 매매로 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면 가압류 등기가 되어 있는 주택을 임차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 역시 위험한 일이다. 가압류 등기가 경료 된 이후에 해당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은 비록 대항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임차인의 권리는 주택의 낙찰자에게 인수되지 않고 소멸된다.

예를 들어 보자. 관우의 주택에 2008년 1월 1일자로 유비가 1억원의 가압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1일자에 장비가 이 주택을 1억원의 보증금으로 임차했다. 그 후에 관우가 유비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유비가 관우의 주택에 대하여 경매를 실행했다. 이 경우 주택이 낙찰되면 장비의 임차권은 소멸한다. 따라서 장비는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고 집을 비워줘야 한다.

그럼 가압류된 부동산을 일반 매매로 구입하지 않고 경매로 사는 것은 어떨까? 이 때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다.

가압류는 해당부동산이 낙찰이 되면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압류등기를 한 것은 채권회수에 목적이 있으므로 가압류권자는 경매절차에서 배당만 받으면 불만이 없다. 따라서 낙찰 부동산에 가압류등기가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낙찰이 되면 예외적인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모두 소멸한다.

일반 매매인 경우 가압류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은 절대적으로 피해야겠지만 경매의 경우에는 가압류를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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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등기된 부동산은 위험하다 ⓒ 홍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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