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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최종원, 아프리카 오지 '말리'를 찾다

<배우 최종원, 세상의 끝 말리를 가다>를 읽고서

등록|2008.12.09 14:12 수정|2008.12.09 14:21

책겉그림〈배우 최종원, 세상의 끝 말리를 가다〉 ⓒ 지식채널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동경한다. 아프리카는 답답한 도심과는 달리 드넓은 대자연을 호흡할 수 있다. 때 묻지 않는 순수함과 원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안을 수 있다. 사막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저녁 석양의 노을 속에서 낯선 순간들을 탐험할 수 있는 진지한 삶의 현장이다.

국민배우 최종원이 아프리카의 오지인 ‘말리’를 다녀왔다. 그런데 그가 마음속에 품고 떠났던 아프리카의 환상은 사막에서 만나는 신기루처럼 도착하자마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날것이 주는 생경함이나 극한의 원시성을 만끽할 수 있는 것보다도, 그 자체의 가난과 굶주림과 고된 노동이 더 빼곡했던 까닭이다.

“야생 동물의 천국이라는 케냐, 세계 최고 휴양지 중 하나라는 튀니지, 아프리카의 유럽이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햇살이 환히 비치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아프리카, 그 달콤하고도 뜨거운 원시에 대한 열망은 척박하고 아픈 삶의 현장 ‘말리’로 남았다.”(프롤로그)

이는 그가 쓴 <배우 최종원, 세상의 끝 말리를 가다>에 되뇌인 그의 아픈 기억이다. 이른바 그의 영상 속에는 대자연과 날것들의 생동감 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더 깊게 각인된 것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과 무기력한 남자들, 그리고 노예처럼 일하는 아낙들의 퍽퍽한 삶이 그에게 깊이 새겨진 탓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전해주는 자연의 숨소리는 아직도 원시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황금빛 노늘 너머에 빛나는 니제르 강의 줄기가 그 모습이요, 심장을 움직이는 듯한 수천 마리 소떼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모래 평원 위에 우뚝 솟은 반디아가라의 위용이 그것이다. 

그래서 통북투 사람들은 그 자연 속에서 얻는 암염을 거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도곤족은 유네스코가 기정한 세계문화유산답게 반디아가라의 벼랑 위에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고, 나일강· 콩고 강과 더불어 아프리카 3대 강으로 불리는 니제르 강가의 몹티 사람들은 그야말로 가난과 싸우며 고단한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말리는 아프리카의 다른 곳들처럼 춤과 노래가 살아 있는 곳이라 한다. 말리에는 20여 개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가진 종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까닭에 제 각각의 독특한 전통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종원도 그곳에서 토킹 드럼에 맞춰 흥을 돋우었고, 북소리와 함께 등장한 황소 모형의 탈춤에 취했으며, 서아프리카의 대표 현악기인 ‘고니’를 직접 쳐보기도 했으니, 마치 그 악기는 한국의 통기타와 비슷했다고 한다.

말리의 여행 중에 최종원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반디아가라 도곤족 남자들이 ‘토구나’에서 유유자적하게 놀고 있는 데 반해, 여성들은 가파른 바위산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의 토구나가 비록 화를 낼 순간에도 고개를 숙여 남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뜻에서 천장을 낮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겸손과 화합은 결코 여성들에게까지 배려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말리를 다녀 온 뒤 아프리카의 ‘아’ 소리도 듣기 싫었다던 배우 최종원, 지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던 그에게, 말리는 문명도 삶도 인간의 한계도 모두 벗겨지는 오지 중의 오지였던 것이다.

그토록 척박한 여행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원은 아프리카 오지 말리를 향해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말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모든 것을 누리며,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참된 젊음을 간직한 사람만이 미지의 탐험가로서 말리를 향해 떠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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