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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항소심, 유조선 책임도 인정될까?

10일 선고 공판 앞두고 관심 고조

등록|2008.12.09 14:43 수정|2008.12.09 14:43

태안 유조선 충돌... 기름 1만500kl 유출7일 오전 7시30분 충남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이 충돌하면서 1만500kl의 원유가 해양으로 유출됐다. 사진은 충남도청 소방헬기로 해상을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 이승훈


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원인을 밝히는 항소심 공판 선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판부가 과연 유조선 측의 과실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항소부 제1형사부(재판장 방승만)는 지난달 11일 4개월여 계속된 법정공방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을 열었고, 오는 10일 오후 선고공판을 할 예정이다.

이번 항소심 결과는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 피해주민은 물론, 관련 학계와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 함께 가슴 아파했던 국민, 더 나아가 세계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릴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1심 무죄' 유조선 측, 일부 유죄 인정 여부 관심

1심 공판 재판부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 예인선단에 유죄를 인정, 두 명의 예인선 선장들에게 각각 징역 3년에 벌금 200만 원과 징역 1년을 선고했으며, 삼성중공업 법인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함께 기소했던 유조선 선장과 1등 항해사, 유조선 측 허베이스피리트호 법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정에서는 유조선 측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검찰과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유조선 측 변호인단의 날카로운 공방이 재판기간 내내 치열했다.

또 삼성중공업 측 변호인단은 자신들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유조선 측의 과실과 부적절한 초기 대응만 아니었어도 이처럼 엄청난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며 검찰의 주장을 거들어 유조선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인신공격은 삼가 달라', '변호사직을 걸어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유도심문을 하고 있다'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이러한 치열한 공방은 이번 재판 결과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배상금 지급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 아주 일부분이라도 유조선 측 과실이나 책임 여부가 유죄로 인정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 지난 9월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열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항소심 재판 전경. 재판부는 이날 지역의 관심을 고려해 잠시 동안의 촬영을 허락했다. ⓒ 지상현


[쟁점①] 예인선단과 충돌 예방할 수 있었나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유조선 측 책임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표류하는 예인선단과 충돌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검찰과 삼성 측은 위험물질을 싣고 있는 유조선 측 선장과 선원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경계의무를 소홀히 해 이미 3시간 전부터 표류하고 있는 예인선단을 피하기 위한초동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충돌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충돌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유조선 선장이 유조선을 움직여 충돌을 피하려고 했지만, 유조선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전날 3번 배기밸브(exhaust valve)를 교체한 후 잠갔던 냉각수 밸브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아 '고온경보(high temperature alarm)'가 울렸고, 이로 인해 엔진이 자동으로 최저출력인 '오토슬로우다운(auto slow down)' 상태에 빠져, 유조선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것.

또 다른 쟁점은 두 선박의 충돌 당시 유조선 측이 이를 피하기 위해 택한 최후의 방법인 '닻줄 풀기'가 과연 적절한 판단이었느냐는 것.

즉, 유조선 측이 다가오고 있는 예인선단을 피하려면 닻줄을 끊거나 닻줄 일부를 끌어올린 후 전진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하는데, 닻줄을 푼 뒤 후진하는 방법을 선택, 결국 조류와 바람에 떠밀려 표류하고 있는 예인선단의 진로를 가로막아 충돌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유조선 측은 "이번 사건은 분명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건으로, 피해자인 유조선 측의 과실이 있다고 하여 공범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설령, 다가오는 예인선단을 피하기 위한 피항조치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하여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유조선 측은 또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은 끊어진 삼성T-5호의 예인줄로 꼽고 있다. 결국 세계적 기업인 삼성중공업이 몇 천만 원의 비용을 아끼려고 낡은 중고 예인줄을 사용하다가 줄이 끊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유조선측은 이같이 중요한 사실을 뒤로한 채, 충돌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하여 이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추측으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정 찾은 주민지난 5월 1심 공판당시 서해안 기름유출피해 주민들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을 찾아 공판 진행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법원으로 몰려들었다. ⓒ 정대희


[쟁점②] 유조선 측 피해 최소화 조치 적절했나

두 번째 유조선 측 책임 여부의 쟁점은 충돌 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가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검찰과 삼성 측은 충돌 이후 유조선 측 선원들은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구멍 난 탱크에 가스를 주입하여 오히려 기름을 밖으로 밀어내거나 파공부위에 효과도 없는 발판을 늘어트리는 방식의 매우 소극적인 조치를 취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조선 측은 가스를 주입한 것은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에 따른 조치였고, 발판을 늘어트린 것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보려고 노력한 증거라면서 당시 선원들은 기름유출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 속에 진행된 이번 재판결과는 오는 10일 오후 2시 대전지방법원 230호 법정에서 나오게 된다. 과연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유조선 측의 책임도 인정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던 유조선 선장 C씨와 1등 항해사 C씨에게 각각 금고 3년에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또한 유조선 측 허베이스피리트호 회사에 대해서도 벌금 3000만 원을 구형했다.

또한 삼성중공업 크레인을 예인했던 예인선장 조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 또 다른 예인선장 김아무개씨와 예인선단장 김아무개씨에게 각각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1심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던 삼성중공업 법인의 항소는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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