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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크레디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고?

관련 기관 "운영비 지원 없어 사업활성화 못해" vs. 의욕 앞선 정책당국 "성과 우선"

등록|2008.12.09 17:51 수정|2008.12.09 17:56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 법제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시민이 포스터 옆을 지나고 가고 있다. ⓒ 유성호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이자는 20%가 돼야 합니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자 20%를 어떻게 낼 수 있겠습니까?"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

9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 법제화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마이크로크레디트가 1999년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자리 매김 못한 탓에 현장전문가와 정책 당국의 의견 차이는 상당했다.

그럼에도,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저소득층의 고통이 큰 상황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더욱 필요하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했다. 정책당국자들은 내년부터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액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빈곤퇴치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마이크로크레디트 운영기관 관계자들과 정책당국자들이 모여 다양한 정책 제언을 쏟아냈다.

"운영비 지원 없어 사업 활성화하고 싶어도 못해"

▲ 소정열 한국 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장(왼쪽에서 네번째)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 법제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정책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현장 전문가들은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의 갈 길이 멀다"며 마이크로크레디트 법제화를 통해 관련 기관에 대한 기금 확장, 운영비 지원, 사업기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소정열 신나는조합 조합장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노동부, 휴면예금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의 기금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또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큰 지원이 필요하고 국민 모두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하고 있는 양영조 사회복지은행 이사장은 "운영비 지원이 없어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업을 활성화하려 해도 인건비, 사무실 임차비용 때문에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방의 자생적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소멸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운영비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지원은커녕,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은의 사회연대은행 정책지원실장은 창업지원 대상자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전사후관리가 마이크로크레디트 성공의 핵심이다.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 경영 지원 서비스가 전문적으로 제공돼야 하고, 실패한 사람들도 자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상진 열매나눔재단 행정국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의 재정적 취약성은 사업수행에서 자율성을 약화시킨다"며 "법제화를 통해 수신행위가 가능한 특수 대안은행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제화가 민간 기관의 독립성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대출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전문성 역시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성과나 효율성만 강조해선 안 된다,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책 당국 "이자 20% 돼야" - 강명순 의원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 법제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참가자가 사례집을 읽고 있다. ⓒ 유성호

정책당국자들 역시 마이크로크레디트 활성화 의지를 내보였다. 김영선 보건복지가족부 자립투자지원과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금융위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발언을 언급하며 "마이크로크레디트는 탈빈곤 사회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05년부터 매년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등에 위탁하는 자활공동체 창업자금 20억원을 내년부터 13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올해 3월 설립된 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는 올해 소액금융사업 창업지원금으로 28억원을 내놓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의 창업지원금을 받은 첫 가게가 문을 열었고, 서울시에서는 내년부터 8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앙·지방정부는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사회복지적 측면에 앞서 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를 우선하는 탓에 사회복지적 측면을 강조하는 현장 전문가의 입장과 충돌했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대출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환되어야 한다"며 "여기에 리스크가 많이 수반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운영비 조달 비용까지 20%의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명순 의원은 "대출을 했을 때 상환이 안 되고 이자를 못 갚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방글라데시보다 못하다는 것"이라며 "금융 혜택을 받는 것은 권리다, 이자 10~20%를 어떻게 내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지 돈 문제만 해결해주는 것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아니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와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심리적인 빈곤까지 고려해야 한다, 서민들의 자활의지를 꺾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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