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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보다는 광대이고 싶습니다

소통의 무결점을 향한 끝없는 몸부림... 마임이스트 고재경

등록|2008.12.10 16:55 수정|2008.12.10 16:56

마임이스트 고재경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소통은 인간이 가진 한계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화두이다. 완전하고 완벽한 소통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이란 온전치 않은 소통을 끝없이 이루며 살아가는 모순된 존재일까. 많은 철학과 문학과 예술이 이 것을 다룬다. 완전 소통의 값을 x라고 했을 때, 마임은 무한대로 x 에 가까워지는 하나의 미분방정식이다.

마임의 매력은 몸짓을 위주로 소통하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임이라고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건 무언극이라고 하고요, 마임은 그 보다 조금 범위가 넓습니다. 언어 보다는 몸짓이 위주인 공연이에요.

몸짓을 위주로 소통하려는 것은 언어를 위주로 하는 것 보다 물론 어렵습니다. 하지만 몸짓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말에 의한 것 보다 훨씬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좀더 실체에 가까운 답일 테니까요. 이런 게 가능한 것은 바로 상상력 때문입니다. 말은 내뱉는 순간 이미 답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하면 할수록 답은 더욱 멀어지지요. 대상이 구체화될수록 상상력에 한계를 자꾸 만들거든요. 하지만 몸짓은 보는 사람이 상상에 의한 이미지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마임이스트 고재경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국내에서 마임 공연은 아직 드문 편이다. 따라서 대중의 마임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역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몸짓을 이용하는 모든 공연은 마임의 영역 속에 있지만 연극 무대 조차도 몸짓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에 소홀한 편이다.

고3때 길을 가다 우연히 극단 간판을 보고 그냥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이없었지요.(웃음) 그 전에 연극을 해 보았거나 관심이 있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그때 마임을 각색한 공연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서 쭉 마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마임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마임을 찾고 즐기는 관객이 적다 보니 공연을 자주 하기도 어렵고요. 그런데 마임은 공연을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희곡이 있다면 공연을 안 해도 작품의 가치가 살아 있겠지만 마임은 아니거든요. 마임의 저변 확대라는 문제는 저희 마임이스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까지는 저도 불모지라며 여건 탓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우선 공연을 자주 올려야 해요. 이번에 공연하는 <두 도둑 이야기>(12월11일~21일,명동 삼일로창고극장)처럼 이야기 구조가 있는 공연도 있지만, 인간성을 표현하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공연도 있고요. 마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작품들이 있는데, 공연이 자주 없으니 관객에게 낯설어지는 겁니다.

대중의 마임에 대한 오해는 어렵다거나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접해 보면 이런 오해는 쉽게 풀린다. 특히 마임이스트 고재경은 이 문제의 탁월한 해결사이다. <고재경의 마임콘써트>가 그랬고, 극단 초인의 <선녀와 나무꾼> 초연에서 할머니역으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지 않았던가.

저는 예술가는 아니에요. 그냥 필요할 때 등장해서 한판 놀고 들어갈 수 있는 광대이고 싶어요. 있으면 있나 보다 싶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광대요.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외에 이면의 다른 무엇을 찾아 보시면 더 재미 있으실 것 같아요. 마임은 거기서 표현되거든요. 아마도 공연을 보시다 보면 자연히 그 쪽에 주목하지 않으실까 싶어요.(웃음)

마임이스트 고재경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지금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행운아이다. 다시 보기 힘든 마임 거장들이 모두 현역에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많지 않고 관객층이 넓지 않아 세간으로부터 주목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역량과 열정은 최고조에 닿아 있다. 언어의 부조리성을 뛰어 넘어 몸짓으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바로 우리 곁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공연포탈 아티안(http://www.artian.net)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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