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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른 집값은 절대 내리면 안 된다?

[MB노믹스 1년 ③] 부자 살찌우는 부동산 정책... 서민 내 집 마련 꿈 앗아가

등록|2008.12.16 12:46 수정|2008.12.16 12:46
오는 12월 19일이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1년이 됩니다. '경제대통령'을 맞이한 우리는 역설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기업, 부동산, 금융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펴온 경제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정부측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부가 취임 후 열 달 동안 발표한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여덟 차례에 달하고, 사안별 대책까지 포함할 경우 열 차례가 넘는다. 대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가 대표 공약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MB노믹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이 가시화된 뒤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더 강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부자 세금만 겨냥해서 깎아주다

세금은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이 더 낸다는 점에서, 감세정책 자체가 부유층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세정책을 펼 때는 중산층이나 서민용 감세정책을 양념으로 섞어 부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색깔을 약화시키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과 관련된 감세정책에서는 철저하게 부동산 부자들만 골라서 혜택을 보게 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세제 중 간접세 성격의 거래세나 취득세는 별 변화가 없으며, 중산층도 내는 재산세는 종부세의 영향으로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됐을 정도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부유층들만 내왔던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화끈하게 깎아주는 대책을 내놓았고, 뒤이어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그간 부유층들이 냈던 종부세까지 되돌려주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종부세 개정안이 어떻게 조율되든 부자들이 종부세 때문에 걱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집을 팔 때(양도) 내는 양도소득세는 샀을 때와 비교해 오른 가격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집값 폭등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 해서 아예 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다만, 1주택자라도 값비싼 주택은 차액이 크므로 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노무현 정부 때부터 6억 원이 넘는 집은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했고,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은 좀 더 무겁게 했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역시 비싼 집을 갖고 있거나 집을 여러 채 소유한 부유층이 내던 세금인데, 아주 과감하게 깎아줬다. 현재 국회에서 최종 조율을 하고 있으나 부유층의 양도소득세 부담은 예전에 비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셈이다.

부동산 부유층의 상속·증여세를 눈에 띄게 깎아주는 대책도 이미 발표했으나, 워낙 여론이 좋지 않아 현재 국회에서 보류시킨 상태인데 언제 재시동에 들어갈지 모를 일이다.

부동산 부유층의 종부세와 양도세를 깎아준 것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해온 강남 부동산 부자들을 화끈하게 대변한 것이자, 노무현 정부의 '세금 폭탄'을 제거했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측면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하강을 막으려는 방편으로 단행한 것이기도 하다.

투기규제 장치를 다 풀어버리다

▲ 부동산과 건설업을 살려 경기부양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각종 투기규제를 푸는 것으로 연결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정부 들어 오름세가 주춤하던 부동산 값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이 현실화되면서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 사실 부동산 경기는 노무현 정부 동안 폭등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였는데 금융위기 탓에 침체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거래 자체가 급감했고 강남권과 분당 등 그동안 집값이 폭등해 거품이 많이 낀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으며 미분양 주택도 사상 최대규모로 쌓였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고 부동산 PF대출을 징검다리 삼아 금융부실로 번질 가능성까지 대두되었다.

어차피 서민들은 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으니, 여윳돈이 있는 부유층들이 집을 2∼3채 더 사거나 더 값비싼 집으로 갈아타야 집값 하락세를 막을 수 있고 미분양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종부세와 양도세를 화끈하게 깎아준 경제적 이유인 셈이다. 그래야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고 경기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건설업을 살려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책은 각종 투기규제를 푸는 것으로 연결된다.

대출규제(LTV, DTI)를 적용받는 투기지역을 서울 강남3구만 빼고 확 풀었다. 전매제한도 큰 폭으로 완화했으며, 투기의 진원지로 지목돼온 재건축에 관한 규제도 거의 다 풀었다.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은 사실상 정지됐으며, 분양가 상한제는 원가계산법을 건설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줬다. 투기를 어렵게 하는 게 더 없는지 현미경을 대고 찾고 있는 상황일 정도로 부동산 투기에 거추장스러운 규제는 거의 다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자 세금을 깎아주고 투기 규제를 풀어 '여윳돈이 있는 부동산 부유층들이여, 제발 투기에 나서 달라. 그래야 그대들도 돈을 벌고 경제도 살 수 있다'고 외치는 형국이지만, 아직 약발은 없는 듯하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탓에 투자수익률이 낮기 때문인데, 당장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효과는 없는 대신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값이 바닥을 칠 경우 투기를 막을 장치가 거의 사라져버려 그 폐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부양 위해 '녹슨 칼' 꺼내 들다

이처럼 부동산과 건설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곧 부유층을 대변하고 투기부흥을 꾀하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 더 나아가 건설재벌을 파트너 삼아 대규모 주택공급과 토목공사를 벌이는 정책으로 확대하게 된다.

지난 9월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준공 후 4만 채'를 포함해 16만 채로 1993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한다. 건설업체들이 브랜드값이 떨어질까 봐 숨겨놓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25만 채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된 데는 터무니없이 비싼 분양가를 고집하고, 집이 남아도는 지방에 그것도 잘 안 팔리는 중대형 아파트를 마구 지은 건설재벌의 경영실패가 주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먼저 건설업체가 비싼 분양가를 낮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설사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다시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9조원을 들여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건설재벌의 경영실패를 국민의 혈세를 쏟아 메워주려 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시기를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부동산 비만증을 해결할 수 있는 건설업 구조개선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또다시 건설경기를 부양함으로써 부실건설사를 국민 부담으로 살려주고 '비만에 폭식을 권하듯'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10년간 집을 500만 채 더 짓겠다는 주택공급 확대정책, 대운하 재추진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잠실 제2롯데월드 112층 신축 허용 움직임 등은 그 자체가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후유증을 낳을 게 눈에 보이는 정책이지만 토목공사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부동산과 건설업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삼는 것은 거의 '신념' 수준으로 보이는데, 주로 건설업의 산업연관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 자체가 산업구조가 단순했던 20∼30년 전에 휘두를 수 있었던 '녹슨 칼'인 데다, 설사 반짝 효과를 본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제와 사회를 중병 들게 하는 '달콤한 독약'이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민이 사라진 부동산 정책

▲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과 건설업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삼는 것은 거의 '신념' 수준으로 보인다. 사진은 재건축중인 아파트 단지 조감도를 보며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들. ⓒ 권우성


이명박 정부 들어 발표되거나 시행되는 부동산 정책에는 서민이 사라졌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집권했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빼면 민주화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의 차별성이 없다는 게 한국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이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구색 맞추기 수준의 '서민주거안정 대책'류도 없다.

명색이 주택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거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극빈층은 물론이고 1600만 명에 달하는, 셋방을 떠도는 국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없다는 것은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불행한 일이다.

무릇 경제위기의 속살은 서민경제의 위기인 법이다. 경제가 겨울로 접어들면 지하실과 비닐집과 쪽방 심지어 동굴에 사는 160만 명에 달하는 부동산 극빈층의 무릎이 가장 시리고, 소득이 줄고 일자리도 불안해 생계마저 막연한 셋방 서민이 더 추운 법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터무니없이 폭등해온 집값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며 '집값아, 다시 뛰어 올라라'하는 격이지만, 집값이라도 떨어져 전·월세 부담이라도 줄어야 견딜 수 있는 게 서민들이다. 집값이 오를 때는 올라서 피해를 보고,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가 억지로 떨어지지 못하게 해서 피해를 봐야 한다면 부당한 일이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정책이기도 하지만 사회정책이며 주거정책이고 복지정책의 성격을 더 많이 띠고 있다. 오로지 100%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주택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을 대한 까닭에 주거복지정책은 사실상 실종됐다.


[표] 이명박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 발표 현황


발표일
정    책
주  요  내  용
6.11
지방 미분양 해소대책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및 모기지 보험 확대, 취등록세 50% 감면, 일시적 1세대 2주택자 인정기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매입 임대 세제 혜택 확대
8.21
주택공급 기반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 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완화, 아파트 후분양제 완화, 검단·오산 신도시 규모 확대(5만호 추가),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건설업체 주택용 토지와 미분양 주택 종부세 완화, 지방 광역시 2주택 양도세 중과 완화, 비수도권 임대주택 세제 지원 확대, 중소건설업체 애로 완화
9.1
2008 세제개편안
양도세 완화, 종부세 과표 동결 및 상한선 하향 조정, 상속세 감세
9.19
도심공급활성화및보금자리주택건설방안
10년간 500만 채 건설, 40%를 중대형으로, 공공임대주택 80만 채(영구임대 10만 채)
9.23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편 9억 이하 종부세 면제, 9억 초과 세율 인하, 사업용 부동산 감세, 나대지 등 감세
10.21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방안 9조원 투입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지원, 일시적 2주택 중복 허용 2년으로 등
10.29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
제주도 1.2배 면적 도시를 산업용지로 공급
11.0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재건축 규제 완화(소형의무비율, 용적률), 투기(과열)지역 해제(대출규제완환),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공장 신설 규제 완화


현재까지 발표된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보이는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금폭탄 제거', '대못 뽑기'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듯 정치적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시행된 부동산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둘째,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과감하게 대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셋째,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워가고 있다.

넷째, 앞의 세 가지 특징이 동전의 한 면이라면 다른 한 면은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이나 부동산 대책은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양상이 집권 첫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최근 대운하 재추진 논란에서 보듯 앞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토목공사 수준의 부동산 정책이 경제위기 탈출을 명분으로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될 경우 낡은 경제구조에서 투기이익을 나눠온 건설 재벌, 부동산 부자, 부동산 관벌, 부동산 언론, 부동산 학자 등 부동산 동맹 세력은 기득권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그만큼 어려워지고, 서민과 중산층은 익숙한 '부동산 계급사회'의 밑바닥 인생으로 처져 사는 게 더 고달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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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손낙구 기자는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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