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싸우기 전에 감세안 기권"
진보신당, 집중 성토...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패배"
▲ 4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이 합의한 감세안을 두고 진보진영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판은 초기 '감세안 저지'를 정기국회 최대과제로 설정했다가 지난 5일 '부자감세안'에 전격 합의해준 민주당에 집중됐다.
"최고 비싼 이건희 집, 종부세율 1.5% 적용...2.0%로 확대 무의미"
'종합부동산세 완화가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바 있는 이종석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12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연간 20조 원에 이르는 감세혜택의 76%가 상위 2% 고소득층과 0.3% 대기업에게 돌아가는 감세안은 그야말로 부자 정부에 의한 부자들과 재벌들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이 때문에 민주당도 부자 감세 저지를 정기국회 최대 과제로 천명하였고, 30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부자 감세 저지를 위해 앞장서겠노라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 약속이 있은 지 꼭 하루 만에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합의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패하더라도 치열하게 싸워나 보고 패한 것이라면 위로나 동정 쯤은 얻을 수 있을진대 싸워보기도 전에 기권해버린 것"이라며 "그래놓고 최선을 다했노라 강변하고 있으니 비겁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종부세법과 각종 세법 관련 개정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이 연구원은 민주당이 '성과'라고 내세우는 종부세 세율 인상(0.5~1%→0.5~2%)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종부세 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12억∼50억(1%), 50억∼94억(1.5%), 94억(공시가격 100억) 이상(2%)으로 세분화함으로써 종부세의 실효성을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발표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집은 공시가격이 95억9000만원이기 때문에 1.5%의 세율만 적용받게 된다. 2%의 세율도 적용받지 않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비싸다고 하는 강남의 빌라, 연립주택도 가장 비싼 것이 5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1.5% 세율을 적용받는 집도 없게 된다"며 "그나마 수십채 집을 가지고 있는 아주 극소수 사람들이 이 세율을 적용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1.5~2% 세율은 있으나마나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세율 적용시기 조정한 것이 성과라고?"
또한 이 연구원은 소득세법 개정안과 관련 "소득세 감면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정부원안을 수용하고 적용시기만 약간 조정한 것을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가장 낮은 8% 세율(과표표준 1200만원 이하)은 내년에 한꺼번에 2% 인하하고, 35% 세율(8800만원 초과)은 2010년에 2%를 한꺼번에 내리기로 합의했다. 현재 '8%-17%-26%-35%'의 소득세율을 내년에 1%, 2010년에 추가로 1% 인하해 '6%-15%-24%-33%'로 내리는 정부 원안에서 적용시기만 조정한 것이다.
"8% 세율 구간에 대해서는 내년에 한꺼번에 2% 내리고 가장 높은 35% 세율에 대해서는 내후년도에 한꺼번에 내리도록 한 것은 아마도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의식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정부원안에 비해 단지 내년 1년간만 8% 세율을 적용받는 서민층에게 약 2만원 정도의 감면이 돌아가게 되겠지만 35%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층의 경우 큰 변화가 없다."
이 연구원은 그 이유를 "고소득층의 경우 정부안대로라면 34% 최고 세율에 적용받는 것에서 35% 세율을 그대로 적용받아 약간의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도 과세표준 1200만원까지에 대해서는 서민층들과 마찬가지로 1%의 추가 세금감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법인세 인하 합의와 관련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세금감면이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며 반드시 막겠다고 큰 소리칠 때는 언제고 슬그머니 정부원안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 여·야가 새해 예산안과 감세법안 처리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권선택 선진과창조모임 원내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남은 쟁점에 대한 합의를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 유성호
"상속증여세 인하 유보, 부동산 불패신화에 동의해준 대가?"
또한 이 연구원은 "민주당이 이번 감세안 합의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를 유보시켰다는 것"이라며 "원래 정부여당안을 유보한 것인데 말 그대로 '유보'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재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이 혁혁한(?) 성과에도 공짜는 없다"며 "대신 원래 정부여당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데 동의해 주었다"고 지적했다.
1세대 2주택자에 부과되던 양도소득세율을 50%에서 36%로 낮추고, 1세대 3주택자에도 60%였던 양도소득세율을 45%로 대폭 낮추었다는 것.
이 연구원은 이를 두고 "부동산 불패 신화,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 속설에 동조해 준 대가로 얻은 상속증여세 유보는 누가 봐도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대해 부가가치세 30% 인하로 맞대응해왔다"며 "부가가치세 인하가 물가인하로 이어져 결국 서민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현재도 상당수 서민 필수품이 면세품목으로 지정되어 있고, 상당수 사업자가 간이과세자여서 부가가치세 인하가 가격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인해 이번 여야 합의에서도 부가가치세 세율인하는 하지 않은 대신 의제매입세액공제나 신용카드매출세액에 공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 완화하는 정책적 목표가 일부 사업자들의 주머니를 좀더 채워주는 것으로 결론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세안 합의, 최대성과는 무엇?
이어 이 연구원은 "이렇게 볼 때 이번 감세안 합의는 민주당으로서는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그야말로 민주당의 완벽한 패배"라며 "부자 감세를 막기 위해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서민들의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 뭐 하나 제대로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결과를 두고 절반의 승리, 최소한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비겁한 변명, 심각한 착각에 불과하다"며 "뼈아픈 결과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성과라면 민주당은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며, 진정한 서민의 벗이 될 수 없다는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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