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유가환급금 환급신청서를
받을 적만 하더라도 오늘처럼 가슴이 저릴 줄은 몰랐다.
정말 진짜로!

하지만 오늘 암담한 ‘현실’을 확인하고 나니
허탈하면서도 부아가 솟는 일면을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다.
나와 아내에게 각각 통지된 유가환급금을 당초엔 각각 24만원씩 받을 줄 알았었다.

도합 48만원의 그 유가환급금에 약간의 돈을 보태어
우리 부부의 ‘숙원’인 널찍한 김치냉장고를
장만하자면서 우리 부부는 그 얼마나 가슴 뿌듯해 하였던가!

오늘 그러나 그같은 기대와 꿈은 바람 죄 빠진 애드벌룬이 되어
바닥에 뒹굴면서 삭풍에 휘날리는, 그야말로 쭉정이가 되고 말았다.
집에 도착한 유가환급금 신청서(엽서)는 이미 지난달에 해당세무서에 발송한 바 있다.

그에 대한 세무서 담당 직원의 질의가 온 건 지난주였다.
담당자는 나에겐 ‘자영업자’<(세법 상 세원분류 코드로는 작가군(作家群)>라며
유가환급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로 올해의 소득이 증명되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아 팩스로의 송신 혹은 직접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언뜻 생각나는 원고료 지급회사로
가장 만만한 데(?)라곤 오마이뉴스가 떠올랐다.
오마이뉴스에 문의하여 그간 내가 받은 원고료에 대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부탁하니 그런 양식은 없고
‘소득자별 소득합계표’를 발행하여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서류를 팩스로 받고 아내가 알바로 일한 직장에서의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까지를 챙겨 관할 세무서로 갔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아내가 작년에 8만원의
별도소득(모 사외보에서 받은 원고료로 추정됨)이 있는 걸로
전산에 뜬다며 알바, 즉 일용근로 소득 외에
단 한 푼이라도 소득이 있으면 유가환급금은 지급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졌다.
“그러니까 일용직은 글도 쓰지 말라는 겁니까?”

“... 법이 그런 걸 어쩝니까?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 직원은 지난주에 통화 말미에 유가환급금을 받으라는
엽서는 작년과 올해의 소득이 단 일원이라도 발생한 사람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죽은 사람에게까지도 발송하였다는
‘망발’을 하여 나에게 모질게 혼이 난 바 있었다.

여하튼 법이 그래서 유가환급금이 아내는 아예 해당이 안 되고
나는 오마이뉴스에서 발행된 ‘소득자별 소득합계표’에 의거하여
고작 다섯달 치 원고료 분에 해당하는
월별 2만원 곱하기 5, 즉 10만 원만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될 거라고 했다.

이미 밝혔듯 아내와 나의 유가환급금이 도합 48만원이 될 거라는
애드벌룬의 부풀음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면서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면서 지난달과 이번 달에 지급되는 유가환급금의
본질적 정체는 한마디로 MB정부의 포퓰리즘(populism)정책과
아울러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인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본보기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집과 인연이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김치냉장고인데
이번에도 또 김 새고 날까지 샜기에 세무서를 나오는
나의 발걸음은 천근인 양 무겁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