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쥐잡기 무한도전' 4096명 모을 수 있을까

저녁마다 명동에서 플래시몹... 참가자 매일 두배씩 늘어.

등록|2008.12.16 19:20 수정|2008.12.17 09:23

12월 9일 '널 기다릴께~'를 시작한 1번 고양이'널 기다릴께^^ 무한도전x2'의 첫 번째 고양이. 이 행사는 MB에게 불만있는 많은 사람이 한번 모여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 최지용


고양이 가면을 쓰고 '쥐를 잡으러 명동에서 만나자'던 한 대학생의 제안으로 2명, 4명, 8명…. 매일 두배씩 늘어 어제 64명의 고양이가 모였다. 8일째인 오늘(12월16일) 128명이 모일 예정이고, 21일 4096명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람이 모인다고 해서 '집회'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 행사의 취지는 무엇보다 사람을 채우는 게 우선이다. 참가자들은 그날의 미션(사람수)를 달성하기 전까지 사람을 기다린다. 지인들에게 나와달라고 전화하고 명동거리의 행인들에게 참가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숫자가 다 차면 그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환호한다.

미션완수 후에는 간단한 퍼포먼스로 모임을 정리한다. 사람이 소수일 때는 식사나 여가활동으로 뒤풀이를 했으나 16명이 모인 13일에는 단체 헌혈, 32명이 모인 14일에는 말타기 플레시몹, 64명이 모인 15일에는 MB에게 할 말을 적어 풍선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점점 의미 있는 모임으로 발전되는 모습이다.

▲ 12월13일, 16명이 모였을 때는 단체 헌혈을 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다 같이 헌혈의 집을 찾아 직접 헌혈을 했다 ⓒ 최지용

12/15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x2' MB를 반대하는 64명이 모이다.64마리 고양이들의 단체사진 ⓒ 최지용


집회 자체가 '무조건 금지'되고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탄압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무한도전X2'는 시민, 네티즌들과 함께 정부의 무지막지한 탄압을 돌파할 만한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어느 네티즌의 댓글처럼 '재미·의미·명분'을 모두 갖췄다고 할 만 하다. 참가자 대부분 촛불집회에 참여해본 적이 있고, 지금은 쇠고기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로 문제의식이 퍼져있다.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일제고사와 우편향 역사교육,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를 모두 알고 있었고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반 토막 펀드 이야기를 하며 자칭 경제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참가자 대다수인 대학생과 청년층은 대학등록금과 실업난, 부자감세, 촛불에 대한 탄압, 반통일적 대북정책, 독도문제 등의 내용으로 정부를 향해 매우 다양한 분야의 비판을 제기했다.

12/15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x2' MB를 반대하는 64명이 모이다풍선날리기 퍼포먼스를 준비중이다. ⓒ 최지용

12/15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x2' MB를 반대하는 64명이 모이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다수의 네티즌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 최지용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열 밖에는 지나가던 많은 넥타이부대가 걸음을 멈추고 서있었다. 이들은 나눠주는 번호를 받기만 하고 한 마리의 고양이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한참 서서 64명의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울려 퍼지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 사회자가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무슨 쥐?"하고 물으면 가슴을 한껏 부풀려 "쥐박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다. 이들은 오늘의 참가자가 아니었지만 내일의 참가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겨우 64명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1024명, 2048명이 될 것이다. 과연 4096명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널기다릴께^^무한도전x2'는 매일 저녁 7시30분 명동에서 진행된다.

[사진 바로가기]  2일째, 3일째, 4일째, 5일째, 6일째, 7일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