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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간부들은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노조의 쉽지 않은 제안, 그 답변은 '구속 요청'

등록|2008.12.17 17:50 수정|2009.08.19 16:45

▲ 에이든 화이트 국제기자연맹(IFJ)사무총장(가운데)이 17일 오전 9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YTN 사태'에 대한 실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YTN 사태 수습을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방한중인 에이든 화이트 국제기자연맹(IFJ) 사무총장은 노사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중재방안과 함께 사장 재신임 투표 등을 제안했다. 화이트 IFJ 사무총장의 이런 제안은 신뢰할 만한 제3자를 통한 중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 모두 경청할 만 하다.

그러나 보다 전향적인 방안은 YTN노조가 직접 제안한 방안이다. YTN노조는 방통위가 재승인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보도국장 선거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보도국장에게 보도국 인사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취재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노사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노조의 지적처럼 '취재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은 구본홍 사장이 스스로 천명했던 방침이다. 노조와 사원들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특보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취임을 반대하자 구 사장은 결코 취재나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겠다고 몇 차례나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구사장은 노조의 이런 제안을 전향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노조 지도부로서는 상당한 내부 반발을 감수하며 내놓은 제안이다. 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바로 간부들을 향한 제안이다.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라는 간부 사원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노조는 기존의 '끝장투표'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구본홍 사장이 진퇴를 걸지 않더라도 끝장투표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 구본홍 사장과 노조 조합원 사이에 서있는 YTN 실국장급 간부들 ⓒ 오마이뉴스 전관석


또 간부들까지 참여하는 총투표를 제안했다. 다만 그 결과에 따라서는 간부사원들도 YTN 구성원 다수와 함께 할 것을 주문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간부들 역시 YTN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대열에 함께 하고, 보직 사퇴 등의 단안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간부사원들은 노조가 조합원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총의를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의 이번 제안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전향적이다. 말 그대로 간부사원까지 포함해 모든 사원들의 총의를 묻겠다는 뜻인 만큼 간부사원들이 이를 배척하거나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노조가 내건 조건이 간부사원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투표 결과에 따라 간부사원들도 사원들과 한 대열에 같이 설 것, 또 보직 사퇴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결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도 지지 않고 무슨 제안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실천적 행동의 뒷받침 없이 어찌 난마처럼 얽힌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명함이나 내밀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노조 지도부로서도 쉽지 않은 제안을 한 것이다. 만약 사원들이 이제 구 사장 퇴진투쟁을 그만두자고 한다면 그만두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설령 끝까지 싸우는 길이 아무리 옳다고 믿고 있더라도 다수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YTN의 미래는 결국 YTN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YTN의 간부 사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 자신들이 어디에 서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 삭풍의 시절에, 온갖 권력기구가 총동원된 전방위적인 압박 앞에 벌거벗은 채 서있는 후배들을 생각하고, 바로 자신들의 분신이기도 한 YTN 사람들의 절규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해야 한다. 그들의 결단이 있었다면 YTN 사태는 이미 오래전에 수습의 길을 찾았을 것이다.

YTN노조의 제안에 대해 구본홍 사장과 YTN 간부들이 응답할 때다.

이 글을 막 송고했을 때 YTN이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4명을 추가 고소한 사실이 보도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YTN은 이들을 구속수사해달라고 별도로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본홍 사장으로부터의 응답은 이렇게 나왔다. "그들을 구속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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