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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수요일, 아이들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일제고사 보지 않을 권리 보장해줘 파면된 '선사초' 송용운 교사

등록|2008.12.18 15:29 수정|2008.12.18 16:30
일제고사에 반대해 학생들의 대체수업을 허락한 교사 7인에게 파면 및 해임 처분 결정이 17일 최종 통보됐다. <오마이뉴스>는 징계를 받은 7인의 교사 가운데 한 명인 선사초등학교 송용운 교사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편집자말>

▲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통보를 받은 송용운 교사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0월 14, 15일에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아이들에게 시험을 보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주었다는 이유로 파면되기 전까지 서울선사초등학교 6학년 4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송용운입니다.

17일자로 징계 통보서를 받아서 정식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6일 밤에 방영된 MBC 피디수첩에서 울음을 터뜨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물 많은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선 16일 밤에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7명의 징계자가 파면3, 해임4의 처분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부터 우리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는 학교로 출근하고, 수업을 마친 후 조퇴하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하였습니다. 농성을 하는 중에 학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농성장으로 교장선생님과 교무부장님이 찾아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학교에서는 통보서를 줄 테니 퇴근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받아가라, 늦은 시간에 학교로 와서 받아가라는 등의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그 의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말로는 격려차 방문하여 인근의 식당에서 밥이나 같이 먹자는 요구였지만 실제 목적은 통보서를 전달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철야 농성 중이니 언제 와도 나를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사람에게 느닷없이 농성장으로 찾아와 통보서를 전달하고 내일부터 학교를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그리고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학교를 못 나오게 하려고 그 늦은 시간에 농성장으로 찾아와 통보서를 주려는 것은 정말 잔인한 짓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으니 당신들 마음대로 하라."

그 후 어떤 일로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다시 전화로 17일 아침에 학교로 와서 통보서를 받으라고 알려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교장실로 갔습니다. 16일 항의를 받아 생각이 바뀌었는지 교장선생님께서는 저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주었습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교직원회의를 소집하여 전체 선생님들께 간단하게나마 작별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1교시 수업을 제가 맡아 하면서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거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인데 카메라 앞에서 한 번 눈물을 쏟고 난 후부터는 아무 때나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7인의 징계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불과 1주일 전에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징계위원회 다음날 우리는 모르는 가운데 파면3, 해임4이라는 징계 결과 보도 자료를 언론 기관을 통하여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징계가 파면인지 해임인지를 묻는 언론 기관의 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징계위원회를 연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본인에게는 통보도 하지 않고 언론기관에만 알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겨우 1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예고도 없이 통보서를 수령하라니 이번에도 역시 믿기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서울시교육청의 이런 서두름이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시교육청은 12월 23일의 중1,2 일제고사에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엊그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12월 23일 일제고사 투쟁으로 다음과 같은 실천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예외 없이 일제고사와 부당징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편지를 학부모에게 발송한다. 그리고 중1, 2학년 담임 조합원은 이 편지에 덧붙여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체험학습을 안내하고 회신문을 받는다.

회신문의 내용에 대해 본부 정책실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학부모 의견 기술을, 7인의 징계자는 동의서를 주장하였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지부 실정에 맞게 다양한 회신문을 받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는 12월 23일 일제고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학습을 대규모로 조직하는 결정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보도를 접한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교육감은 화들짝 놀라 서둘러 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12월 23일이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우리 7인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 확정해 공표함으로써 중1, 2학년 담임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체험학습을 신청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바라는 것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정택 교육감과 그 하수인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비이성적인 탄압을 가해올수록 국민들은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깨닫고, 체험학습 신청을 통한 일제고사 거부와 부당 징계 철회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12월 23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체험학습 신청의 거대한 물결이 일어날 때 우리는 결국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체험학습 신청의 규모가 작다면 7인의 징계에 이어 추가 징계자를 내며 일제고사는 제도로 정착할 것입니다. 반대로 체험학습 신청이 전국적으로 대규모로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에 의한 체험학습 신청이 무단결석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체험학습을 인정해준 중1, 2학년 담임교사는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우리는 모두 같이 살 수 있습니다. 징계는 철회되고, 일제고사는 폐지될 것입니다. 공정택 교육감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7인에 대한 징계가 계기가 되어 12월 23일 대규모 체험학습 운동이 해일처럼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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