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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가 바뀔 수는 없다

교과부의 우편향 교과서 교체를 바라보며

등록|2008.12.18 15:37 수정|2008.12.18 15:37
 우리들의 학창 시절에 내남없이 좋아했던 소설, 빙점을 썼던 일본의 유명한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전시에 초등학교 교사였었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하면서 점령군인 미국의 지시에 의해 그는 어제까지 옳다고 가르쳤던 국정 교과서의 곳곳을 삭제하도록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먹을 갈게 한 다음 교과서를 꺼내서 "제 1페이지의 둘 째줄부터 다섯 째줄까지 먹으로 지워주세요." 하고 지시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견디다 못해 눈물을 쏟았다. 한 과목이 끝나면 다른 교과서도 꺼내게 해서 그렇게 먹으로 지워나갔다.

자기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먹을 칠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고민에 빠진 그는 '나는 이제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교사를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본이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잘못한 것일까. 그는 교사로서 지워버린 교과서가 옳은가 아니면 본디대로의 교과서가 옳은가 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에게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누군가 '이것이 시대라는 거지' 했다. 지금까지 옳다고 되어있던 것이 잘못된 일로 바뀌는 게 시대라는 걸까. 만일 자신이 잘못한 거라면 학생 앞에서 죽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깊은 번뇌에 빠진 그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고 만다.

일본은 패전으로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의 강요에 의해 국정 교과서를 수정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들에게 교과서란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직은 미성숙한 학생들이 자기 상식과 의지로는 비판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절대 진리처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교과서가 가르치는 대로 믿고, 배워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자랐다. 아마도 지금 세대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긴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학자들의 올바른 사관에 따라 교과서는 조금씩 바뀌고 수정되었다. 그러나 뉴라이트에 뿌리를 둔 현 정권은 그렇게 발전해온 교과서를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하여 내려온 시도교육감의 지시로 학교 예산 지원상의 불이익 운운하며 무조건 우편향 교과서로의 수정압력요구를 넘어 이제는 교과서 자체를 교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얼마나 혼란을 겪을 것인가. 어제까지 옳다고 배우고 가르쳤던 내용이 이제 틀렸다고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면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전시의 교사였던 미우라 아야꼬가 겪어야 했던 교사의 고뇌를 이 시대의 역사 교사들 역시 겪어야 하는 것일까.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며 도도한 물줄기를 타고 흐른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현재와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왜곡 또는 편향된 교육이 아닌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고 자라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건강한 나라가 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가 달라질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소시민인 나는 나라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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