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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8) 현실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501] ‘현실화할’,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 다듬기

등록|2008.12.18 18:39 수정|2008.12.18 18:39
ㄱ. 현실화할

.. 어떻게 하면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던 탓이다 ..  《마타 윌리엄스/황근화 옮김-당신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샨티,2007) 22쪽

 ‘전(全)혀’는 ‘하나도’나 ‘조금도’로 다듬으면 되는데, 이 자리에서는 ‘까맣게’를 넣어도 잘 맞습니다.

 ┌ 현실화(現實化) : 현실로 됨. 또는 현실에 맞게 함
 │   - 학교 급식의 현실화 / 임금(賃金)의 현실화 /
 │     윤태와의 결혼이 이제야 현실화한 데 대해서 / 꿈을 현실화하다
 │
 ├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 그 일을 이룰 수 있을지
 │→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 …

 일하는 사람들이 받는 품삯, 곧 일삯을 ‘현실화’한다는 소리는 “현실에 맞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삯을 현실에 맞게 한다는 일이라면, “현실에서 살림을 꾸릴 수 있게 일삯을 준다”는 이야기, 곧 “먹고살 수 있도록 준다”는 이야기예요. “임금을 현실화하라!” 하고들 말하지만, “먹고살 수 있도록 일삯을 달라!”나 “먹고살 만큼 일삯을 달라!” 하고 말하면 알아듣기에 한결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학교 급식의 현실화 → 학교 급식을 현실에 맞게 고침
 ├ 임금(賃金)의 현실화 → 일삯을 현실에 맞게 줌
 ├ 이제야 현실화한 → 이제야 이룬
 └ 꿈을 현실화하다 → 꿈을 이루다

 일하는 사람들 대접은 일하는 사람들 삶터와 살림에 맞추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내어주는 밥은 아이들 몸과 마음에 맞추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날마다 주고받는 말과 글은 우리 넋과 우리 슬기에 걸맞도록 추슬러야 하고, 우리들 꿈은 우리 세상을 한결 아름답게 가꾸는 자리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삶터를 돌아보건대, 어느 한 가지 올바르거나 알차게 이루어지기란 몹시 힘들지 않느냐 싶습니다. 일하는 사람 대접도, 교육 터전도, 말과 문화 짜임새도, 조그마한 우리 꿈까지도.


ㄴ.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기에

.. 이 개념은 인간의 의식 속에 더욱더 깊숙이 침투해 오늘날 매우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  《레프 톨스토이/조윤정 옮김-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2008) 57쪽

 “이 개념(槪念)”은 “이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인간(人間)의 의식(意識) 속에”는 “사람들 마음에”나 “사람들 마음속에”로 손보고, ‘침투(浸透)해’는 ‘스며’나 ‘파고들어’로 손봅니다. “다양(多樣)한 형태(形態)로”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나 “온갖 모습으로”로 손질합니다.

 ┌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기에
 │
 │→ 다양하게 나타나기에
 │→ 여러 모습으로 드러나기에
 │→ 온갖 모습으로 보여지기에
 └ …

 ‘실제(實際)’로 있는 일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실제’를 찾아보면 “사실의 경우나 형편”으로 풀이를 하고 있어서, ‘사실(事實)’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데, ‘사실’ 뜻풀이를 보면,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국어사전을 살피면서는 ‘현실’이 무엇이고 ‘실제’가 무엇이며 ‘사실’이 무엇인가를 가름할 수 없습니다.

 국어사전을 덮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일이 ‘현실’이 아닌가 하고. 우리 말로 풀어내자면, ‘보이는 모습’이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현실’이겠다고. 두루뭉술하게 ‘현실-실제-사실’이라 말하기보다는 “보이는 모습-드러난 모습-있는 일-꾸밈없는 일-바로 그 일”처럼 가리킬 때가 훨씬 알맞고 어울리겠다고.


ㄷ. 현실화시킨다는

.. 아무튼 어린 시절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마침내 현실화시킨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  《가와이 하야오,마츠이 다다시,야나기다 구니오/햇살과나무꾼 옮김-그림책의 힘》(마고북스,2003) 46쪽

 “어린 시절(時節)”은 “어린 날”로 손보고, ‘점(點)’은 ‘대목’으로 손봅니다.

 ┌ 마침내 현실화시킨다는
 │
 │→ 마침내 이룬다는
 │→ 마침내 펼쳐 보인다는
 │→ 마침내 꽃을 피운다는
 │→ 마침내 꽃피게 한다는
 │→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는
 │→ 마침내 열매맺게 한다는
 └ …

 꿈을 이루는 일이니 ‘이루다’이지만, 적잖은 분들은 ‘현실 + 화’ 꼴로 적곤 합니다. 적어도, ‘현실이 되게 한다’쯤으로는 적어 볼 수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기울이는 분을 만나기가 좀처럼 어렵습니다.

 꿈을 이루는 일을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낸 꿈이니,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한편 다른 이들도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두 눈에 보이도록 드러난 일이니, “꿈을 펼쳐 보이는” 셈입니다. 어린 씨앗 하나가 새로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은 셈이니, “꽃을 피운다”고 하거나 “열매를 맺다”고 가리키면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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