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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식 필름카메라 팔아야하나 보관해야하나?

한푼이라도 아쉬운 요즘 팔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등록|2008.12.18 19:27 수정|2008.12.18 19:27

▲ 정품인데, 망원렌즈 포함해 50만원까지는 쳐준다고 중고상에서 그랬다. ⓒ 윤태



2002년 봄에 직장 선배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저 카메라를 내게 넘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만원주고 내가 샀다. 아남니콘 FM2 수동식 필름카메라 정품.

당시 사무실에는 필름이 한가득 쌓여있어서 마구마구 찍어댔다. 몇장을 찍고 몇장을 현상했는지 다 기억할수도 없다. 업무적인것, 개인적인 것 다 포함하면 말이다.

'찰칵' 하고 찍을 때의 손맛, 한컷 찍고 나서 '찌르륵'하고 필름 감을 때의 짜릿함, 다 찍고 나서 '찌르르르~' 필름을 모두 감을 때의 그 소리와 손맛이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나는 수동필카의 매력에 빠져들어 2003년에는 20만원 가까이 주고 망원렌즈도 구입했다. 큰맘먹고 말이다. '그놈'으로 멀리 있는 것을 쭉 당겨서 찍으면 피상체는 선명하게, 뒷 배경은 흐릿흐릿하게, 바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아웃포커싱' 기법. 정말 멋들어지는 촬영 기법이다.

여하튼 나는 이 카메라로 8백여장에 달하는 아내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주기도했다. 아버지 회갑 잔치때는 따로 사진사를 부르지 않고 이 사진기로 찍어 크게 뽑아 아는 사진관에서 직접 포토앨범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진 뽑아 보면 정말 잘 나온다. 디카는 비교할게 아니다. 필카를 디카처럼 화소(픽셀)수로 계산하면 3천만 화소(픽셀)라는 말도 있고 무한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필카 사진의 선명도가 높음을 보여준다. 디카와는 비교할게 아니다.

그런데 디카가 나오면서 내 보물은 먼지속에 묻혔다. 먼지가 껴 뻑뻑하기도 하고 필름 넣는 방법도 가물가물하다. 5년 동안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묻어두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 손맛이 좋은 수동식 필카 ⓒ 윤태



사실 필름 끼우기도 귀찮고 사진관 맡겼다가 찾아오는 것도 귀찮다. 웹에 올리려면 또 스캔까지 받아야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필름사고 현상하고 스캔하고 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돈과 시간이 디카에 비해 엄청 들어가는 셈이다.

전에 필카 사진 광이었을때는 결혼 초기였고 아이들도 없었다. 기름값도 비싸지 않았고 나가는 게 많지 않아 그럭저럭 살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저렇게 먼지 쌓이게 놔두면 뭐하나, 고장만 나지 싶어 중고가게에 팔아볼까 생각도 해봤다. 망원렌즈 포함해 50만원 정도는 쳐 준다고 하는데 선뜻 내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녀석과 함께 한 추억이 떠올라서일까?

내다 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어봐야 사용도 안할 것이고, 50만원이라도 받고 실속을 차려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냥 놔 두면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한 수동식 필름 카메라.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내다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긴 하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고민이다.

▲ 20만원 가까이 주고 망원렌즈도 구입했는데 지금은 쓸일이 없다. 디카에 10배줌이 있기 때문이다. ⓒ 윤태


▲ 그 수동식 필름 카메라로 야외를 누비고 다녔다. 2002년 당시. ⓒ 윤태


▲ 아버지 회갑 잔치때 앨범도 저 카메라로 찍고 내가 직접 앨범을 제작했었다. ⓒ 윤태


▲ 아내 앨범도 모두 그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 윤태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오후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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