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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강 따라, 섬진강 따라... 17번 국도 드라이브

비 내리는 날 태안사 찍고 가정마을까지

등록|2008.12.19 10:11 수정|2008.12.19 10:11

▲ 전남 곡성 동리산 태안사. 경내에 큰 연못을 하나 품고 있다. ⓒ 이돈삼


섬진강에 몸을 섞는 보성강의 물줄기가 잔잔하다.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곡성에서 구례까지의 17번 국도와 함께 강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속도를 줄이고 자동차 문을 활짝 열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날씨 탓에 마음으로만 호흡해 본다.

동리산 태안사 입구다. 궂은 날씨 탓인지 한적하기만 하다. 내친 김에 자동차를 타고 절 앞에까지 들어가 본다. 이곳 출신 시인 조태일의 시문학관을 지나 태안사 앞마당까지 달린다. 2㎞도 안 되는 계곡 길이다.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여름 한낮에도 햇살이 비치치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이다. 숲길을 따라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쉬엄쉬엄 걸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찾아도 좋은 숲길이다.

▲ 태안사 계곡. 바위를 간질이며 흐르는 계곡물이 살갑게 느껴진다. ⓒ 이돈삼


▲ 누각도 되고, 다리도 되는 능파각. 태안사의 운치를 더해 준다. ⓒ 이돈삼


능파각도 운치 있다. 태안사의 현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누각도 되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도 되는 곳이다.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계곡을 내려다보기에 좋다. 바위를 간질이며 흐르는 계곡물이 편안해 보인다. 마음속까지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능파각을 건너 숲으로 접어드니 태안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구산선문의 유서 깊은 사찰이다. 한때 지리산 화엄사를 거느리기도 했단다.

경내에 큰 연못이 하나 있다. 지름 40m쯤 돼 보인다. 일반적인 사찰과 다른 풍경이다. 수려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가운데에 부처님 사리를 모셨다는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혼자서 한바퀴 돌아본다. 느낌이 색다르다.

▲ 삼층석탑으로 가는 길이 멋스럽다. 삼층석탑은 다름 아닌 사리탑이다. ⓒ 이돈삼


▲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17번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왼쪽에 보이는 건축물이 섬진강천문대다. ⓒ 이돈삼


차를 되돌려 나와 보성강변을 따라간다. 보성강물을 거둬들이는 섬진강을 만난다. 압록유원지다. 한여름 피서지로 사랑받는 드넓은 백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국도와 철교가 나란히 강을 가로질러 놓인 모습이 멋스럽다.

섬진강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는 가정마을에도 발자국을 찍어본다. '범죄 없는 마을' 현판이 먼저 반긴다. 5년 연속 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마을이란다. 마을은 또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있단다. 단체 여행객의 두부 만들기 체험이 한창이다. 인절미를 만들기 위한 떡 메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있는 가정마을에서 단체 여행객이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이돈삼


마을이 참 예쁘다. 산으로 파고드는 도로가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다. 혼자서, 둘이라도 상관없겠다. 그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냇가 물도 깨끗하다. 송사리 떼의 부산한 움직임이 웃음을 짓게 한다. 기와담장 옆 감나무에 달랑 하나 남아있는 감이 농촌마을의 넉넉함을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다.

뿌-웅, 뿌-웅-. 섬진강 건너 가정역에서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온다. 출발시간을 알리는 것 같다. 옛날 숱한 사연을 실어 나르던 그 열차 그대로다. 내친 김에 증기기관열차에도 오르고 싶다. 하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탓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 가정마을 풍경. 산속으로 뻗어있는 길까지도 멋스럽다. ⓒ 이돈삼


▲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17번국도의 비 내리는 풍경이 운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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