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민이 원한다면 진보정당도 허물겠다 '역주행' MB정권 견제할 세력 다 모여라"

[인터뷰] '진보진영 대통합론' 제기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록|2008.12.21 18:45 수정|2008.12.21 18:45

▲ '입법전쟁'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19일 오전 국회 본청 604호에서 만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 유성호


원래 인터뷰 장소는 의원실 227호였다. 하지만 인터뷰 당일 갑자기 국회 본청 604호(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로 바뀌었다. 한나라당과의 '입법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터라 1시간이라도 '현장'을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전운이 감도는 604호에서 만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전날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 동의안 상임위 단독 상정과 관련 "국민이 뭐라든, 야당이 뭐라든 자신들을 지지하는 30%만 움켜쥐고 가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며 "이는 국회를 향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강 대표는 "한판 승부를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오기와 독선의 질주에 맞서 정면으로 맞짱을 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에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큰 그림 행보 포기하지 않아야"

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한가닥 지푸라기에 기대어 가고 있지만 국민들이 이게 썩은 지푸라기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만 있겠느냐"며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할 세력은 모두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반MB연대에 기초한 진보진영 대통합론을 제기했다. 최근 강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DJ가 주문한 '민주대연합론'보다 한차원 더 높은 구상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자기 당의 당리당략만 가지고 활동하면 진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뒤, "서민, 국민이 원하면 진보정당의 집도, 구조도 허물고 깨서 차별을 없애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한 과정에서 민노당에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우리는 큰 그림의 행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큰 그림의 행보'와 관련 "민중들이 진보정당과 진보세력의 큰집 짓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을 막기 위한 모임, 새로운 진보정당이나 국민정당 같은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진보세력은 진보정당의 큰 집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진보진영 대통합론에는 현재 민생민주국민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각 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들은 물론이고 야당의 개혁그룹까지 겨냥하고 있다. 일종의 '범국민정당론'과 같은 구상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통합의) 범위까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뒤, "과거에 못을 박아서 '이런 사람은 안 돼'라고 선을 긋는 것은 너무 경직된 사고"라며 "전혀 다른 행보를 반성하고 앞으로 함께 하겠다고 한다면 문을 열고 논의를 모아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DJ의 또다른 주문이었던 '선거연합'과 관련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을 막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DJ가 언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그것을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이날 1시간 30분간 진행된 강기갑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30% 지지층만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

- 어제(18일) 한미FTA 비준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상정을 두고 국회에서 6시간의 난투극이 벌어졌는데.
"한나라당의 독주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이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독선적 행보다. 국회 역사상 해당 상임위원까지 배제하며 상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수당의 힘을 가지고 오기와 독선의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재벌의 곳간을 채워주고 투기재벌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과 관련,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자성하는 태도를 취하기보다 '이렇게 밀어붙이니까 되는구나, 막을 자는 막아 보라, 우리는 무조건 간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우리가 먼저 비준한다고 해도 미국이 비준하지 않으면 발효가 안된다. 그런데도 저렇게 무리수를 써가며, 야당을 무시하며 가는 것은 FTA뿐만 아니라 다른 법안들도 질주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야당이 뭐라고 하든 자신들을 지지하는 30%만 움켜쥐고 가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이는 국회를 향한 선전포고다."

▲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한나라당 단독 상정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지난 감세법안과 예산안도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됐는데, 이러한 한나라당의 강공 뒤에 청와대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주문을 해왔다. 종부세의 경우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다 침묵해 버렸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일방적으로 와 버렸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협조를 했지만, 우리로서는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안을 납득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나라당 내 이견까지 싹 없애 버렸다."

-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야당까지 무시하면서 'MB식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은?
"경제, 교육, 남북관계, 농업 등의 분야에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이것은 어디로 귀결되나? 재벌공화국을 만드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환경이나 생명산업도 전부 돈벌이만 되면 눈감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우리도 이해가 안 간다. 제가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25~30%의 세력만 지지세력으로 확실하게 확보해서 가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70%가 무슨 소리를 해도 눈감겠다는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실종되고 독재식으로 흐를수록 정치에 회의하거나 무관심한 층이 많아진다. 절반이 넘는다. 그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가 진짜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힘드니까 한가닥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국민의 50~60% 정도 된다. 이들은 엄청난 폭발성을 가진 불만층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확실한 자기 지지층만 확보해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민주당을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

- 여권의 독주에는 '무기력한 야당'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종부세나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야당도) 별 것 아니구나'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2개 주시오', '3개 주시오' 해서 될 상황이 아니다. 한판 승부를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오기와 독선의 질주에 맞서 정면으로 맞짱을 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야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 것도 없다. 질주하는 진공 속으로 시커먼 매연만 마시면서 (여당에) 질질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 지난 감세법안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긴 했지만, '5석'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소수 의원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하지만 원외의 당원들이 어느 당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우리가 원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라 내용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100대 재벌들이 500조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복지와 고용을 증대해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정부가 제도나 정책을 통해서 그런 기업윤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기업의 곳간을 채워주고 무절제한 탐욕적 투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이기 이전에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만과 독선을 바로 잡으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 아닌가. 그런데 입법부인 국회가 완전히 직무유기하고 있다.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꼭두각시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이라도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제1) 야당이 어떻게 했나? (여당에) 편승하지 않았나? 민노당은 눈알이 터져 나온다. 서민경제를 지키는 야당을 누가 하느냐? 우리가 단 한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몸부림을 친 것이다."

▲ 예산안 관련 법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이 예산안 관련 법안 상정을 저지 위해 유선호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다. ⓒ 유성호



- 민주당에 배신감은 느끼지 않나?
"그런 것 많이 느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에서 함께 하겠다고 해놓고 하루 아침에 뒤집어 버려서 우리로서는 억척이 무너지는 실망감을 느꼈다. 기대가 크고 마음이 크면 실망이나 배신감이 크다. 그렇게 기대하고 믿었던 만큼 실망과 배신감이 컸다고 할 수 있다."

- 앞으로 한미FTA 비준안와 MB악법들은 어떻게 저지할 계획인가?
"캄캄하면 할수록 촛불을 켜야 하는 것처럼 소수이긴 하지만 더욱 큰 각오와 의지를 가지고 (한미FTA 비준안과 MB악법들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걸 저지하는 데 (민주당 등과의) 공조는 절박하다. 감세법안이나 예산안 처리에서 민주당과의 공조가 안 된 점은 애석하다.

하지만 한미FTA와 MB악법들의 경우 민주당이 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조가 잘 될 것 같다. 앞으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창조한국당, 자유선진당과도 MB악법 저지를 위한 사안별 공조를 적극 해나가겠다."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 견제할 세력은 모두 모여라"

▲ 반서민, 반민중경제에 맞선 반MB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 유성호


- 한미FTA의 경우 민주당과 민노당의 견해 차이가 작지 않는데.

"미국발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더라도 한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경제적 분석을 해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더라도 한미FTA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민노당의 의견이다. 자유시장과 개방체제의 원조인 미국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한미FTA를 했을 경우) 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어떤지 새롭게 분석해야 한다. 이런 큰 일이 생겼으면 재고를 해서 검증을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도 한미FTA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도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한미FTA는 재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지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오히려 눈물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시각과 자국의 취약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체제로 가야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무런 카드를 남기지 않고 가는 게 맞느냐? 민주당이 '선보완 후비준'을 주장하는 등 우리와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민노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사이에 '지금은 비준의 시기가 아니다'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돼 있다. 그 정도 선에서 연대를 해나갈 것이다."

- 민주당이 다시 배신할 가능성은 없겠나?
"민주당도 지금은 비준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산업에 대한 새로운 피해를 검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미FTA를 비준하면 안된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약한 고리인 '한미FTA 체결 당사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민주당이 지금 반대할 명분이 취약하긴 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 약간의 변화가 아니라 엄청난 변화가 왔다. 승자는 독식하고 패자는 몰락하는 세계의 양극화, 재벌 대 중소기업, 내수산업 대 수출산업, 첨단산업 대 전통산업의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것이 그것이다."

- '민생민주대연합'을 내세우며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상태로서는 그렇게 큰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갈수록 국민경제가 완전히 우두둑 무너지는 소리가 날 것이다. 어려울 때 가족이 힘을 모으듯 많은 해법과 처방을 내놓고 거기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모아가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은 3 대 7로 편가르기하고 있는 정국이다. 이렇게 하면 경제가 살아나겠나?

내년 상반기 가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이 가만 있겠는가? 용서가 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한가닥 지푸라기에 기대어 가고 있지만, 이게 썩은 지푸라기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만 있겠느냐? 바로 민생민주국민회의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깃발을 꽂아야 한다.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할 세력은 모두 모여라. 지금은 반이명박 단체를 중심으로 모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한계가 있다. 많은 국민이 기대를 가지고 모일 것이다. 87년 6·10항쟁 때 국민운동본부가 했던 역할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면 진보정당의 집도 허물고 깰 수 있어야"

- 어떤 의미에서 지금 반MB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경제가 반서민, 반민중경제로 가고 있다.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실물경제를 깔아뭉갰다. 그 폐해가 터져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올바른 처방이나 해법이 아니라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재벌 등 특권층만을 위한 경제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또 고용대란이 오고 있다. 자동차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세를 30% 인하해 준다는데 값싼 자동차일수록 감세효과가 적다.

또 교육문제가 있다. 지금 50~60%의 아이들이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생 등록금, 청년실업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민주 악법들을 보라. 남북관계를 보라. 이명박 정권이 포클레인으로 무덤을 파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수장의 눈치나 보고 한마디만 하면 목을 쏙 빼버리고 있다. 누군가 이 정부의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 DJ와의 면담에서 DJ가 언급한 '민주대연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DJ가 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을 정도로 몸은 쇠약했지만 말씀만은 정말 명쾌했다. 민주주의의 위기, 경제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등을 짚으면서 이런 요지의 얘기를 했다.

'돈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풀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하는 사람들보다 더 현명하다. 이렇게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국민이 믿고 의지할 데가 없다. 야당끼리라도 공조를 해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뿐만 아니라 각 사회단체까지도 공조를 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민주주의도 거꾸로 가고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군사독재시절처럼 속인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지식의 공유가 확대됐다. 어떻게 지킨 민주주의인데 누가 맘대로 되겠느냐. 경제부분은 상당히 우려된다. 각 시민단체, 민주당 등이 경제문제 등에 대해 힘을 모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기대를 하고 희망을 가진다. 그럴 때 국민의 힘이 모이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DJ는 국민들이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엄청난 민중들의 요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큰 집을 짓자 등 (민노당과) 부분적으로 일치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로서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했다."

▲ 지난달 27일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 당시 면담 때 DJ가 선거연합까지 주문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단계로 언급한 것 아니겠나. 그런 형태로 가서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한다는 뜻에서 말씀한 것이다."

- 내년 재보궐선거,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성격의 선거연합이 가능하나?
"그것은 순전히 DJ가 얘기한 것이다. 선거연합은 지금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얘기를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책사안 공조도 잘 안되고…. 물론 MB악법들을 막기 위해 공조해야 하지만 한미FTA 등 거리가 많이 멀다. (DJ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제정당 간에 (연합정치를) 해야 하지 않냐고 주문을 한 것 같은데, 우리로서는 그런 얘기를 하려면 당내에서 엄청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그것을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질주를 막기 위해선 국민적 힘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쇠고기 협상 때 촛불이 그렇게 모였는데 잘 안됐다. 그 이상의 국민이 결집해야 한다. 그런 큰 그림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대연합이 민주당 강화로 이어진다? 이해할 수 없어"

- 민주대연합론이 결국 '민주당 강화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권의 질주를 막아야 한다. 그런 것을 하는 데 어느 당이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다 따지면 할 수 없다. 민주당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이해가 안간다. '진보'라는 게 이렇다. 자기 당의 당리당략만 가지고 활동하면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서민, 국민이 원하면 진보정당의 집도, 구조도 허물고 깨서 차별을 없애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정당의 자세이고 행보다. 그러기 위한 과정에서 민노당에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우리는 큰 그림의 행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 '큰 흐름의 행보'란 범민주(개혁)정당 창당을 의미하는가?
"정당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정당간의 결집체를 얘기한 것이다. 87년 6·10항쟁 때 독재정권에 맞서는 국민운동본부 안에도 정당이 있었다. 진보정당과 (진보)세력들의 큰 집을 민중들이 요구할 것이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을 막기 위한 모임, 새로운 진보정당이나 국민정당 같은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진보세력은 진보정당의 큰 집을 지을 준비를 해야 한다."

- 민노당이 그런 큰 집을 짓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나?
"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민노당이 적극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민노당이 당성이 강하다. 상향식 논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절차나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진보정당과) 진보세력이 큰 집을 짓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민노당이) 먼저 나서서 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변혁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요구가 더 크게 작용하고 그런 요구를 견인해내는 것이 더 앞서지 않겠나 싶다.

민노당 내부에서는 아직 논의의 불이 지펴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그런 논의가 많아질 것이다. 당장 민주노총에서 진보정당의 통합을 조직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것으로부터 출발해 각계각층에서 이런 요구들이 상당한 물살로 다가오지 않겠나?"

- 진보신당이나 민주당 좌파그룹과의 통합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범위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거꾸로 가도 그 안에서 양심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 그런 기대나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달라질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 과거에 못을 박아서 '이런 사람은 안돼'라고 선을 긋는 것은 너무 경직된 사고 아니겠나? 전혀 다른 행보를 반성하고 앞으로 함께 하겠다고 한다면 문을 열고 논의를 모아가는 게 맞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 판단이다."

"재판부가 검찰의 지나친 구형을 잘 판단할 것"

▲ 강기갑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 유성호


- 언제쯤 이런 큰 집이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빠를수록 좋겠다. 하지만 국민의 힘, 새로운 변혁의 물결(힘)들에 의해 그 속도나 시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현 진보정당간의 대통합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려움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변혁의 세력, 민중 요구가 제정당 변혁의 요구로 물결쳐 온다면 그런 요구를 받아서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 먼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지 않나.
"우리 당은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구조다. 그런 논의를 하기 위해선 당의 공식적인 논의과정을 밟아야 한다."

- 17일 구형공판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볼 때 정치적 입김이 작용되지 않은 구형이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재판부는 아직도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검찰의 지나친 구형을 잘 판단할 것이다."

- 재판결과가 민노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담담한데, 우리 당에 미치는 영향이나 파장을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태산 같은 걱정을 짊어지게 됐다. MB악법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당원들이 강기갑 살리기 촛불을 켜고 있다. 나는 이걸 하지 마라고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런데 내 문제가 개인문제가 아니라 하지 마라고 얘기하지도 못하고 있다.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하고,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선거를 바로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선거에서 어떤 종자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총선 때 사천의 선거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선거혁명의 사례다. 우리 선거판에서 사천선거는 희망을 보여주는 모범사례였다. 이것을 사천만의 기적으로 보지 말고 이런 사례가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어디를 가든 사천에서 왔다고 하면 자랑스럽다고 밥을 공짜로 주는 경우도 있다. 사천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점을 고려해 재판부가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 엄중하게 양형을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


[최근 주요기사]
☞ [MB시대 악법들] 정보정치 부활법? '철벽수비' 넘을 수 있을까
☞ 3만원 들고 유럽여행? 일단 시작해봐!
☞ 천원권 반 잘라 타는 승객... 생계형 범죄가 는다
☞ [야구의 추억] 역사상 최고의 직구, 모질게 망가지다
☞ [블로그] "대통령님, 아드님부터 중소기업 보내시죠"
☞ [엄지뉴스] 비싼 승용차는 이렇게 대도 됩니까?
☞ [E노트] 황현희 PD의 소비자고발 '뉴라이트' 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