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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지원대책? 그런데 4명이나 동사합니까"

[인터뷰] 노숙인들의 대부, 가수 이호준

등록|2008.12.20 14:56 수정|2008.12.20 20:06
"여러분, 노숙자들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으로 봐 주세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 이호준 대구를 찾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호준씨 ⓒ 김용한


'예술밥 먹는 사람들'의 종합전시회를 위해 19일 경북대 <KNU아트겔러리 스페이스 9>을 찾은 가수 이호준(42)씨가 행사장 관람객들 앞에서 모처럼 즉석 콘서트를 가졌다.

이씨가 자기 이야기가 담긴 <예술밥 먹는 사람들>의 종합전시회에 주인공으로 참석한 후 팬 서비스 차원에서 1시간 가량 즉석 음악 콘서트를 연 것.

이호준씨는 일명 노숙자의 대부로 불린다. 거리의 가수로서 활동한 지도 어언 8년. 지금은 인권운동가이자 노숙자의 중개인이다. 부산역 실직노숙인조합 대표, 문화복지법인 여섯줄 사랑회 회장 등 명함도 여러가지다.

고향 전북 정읍, 생활터인 부산, 의정부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노총각이기도 하다.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 작곡 일에는 뒷전일 수밖에 없단다. 자기 노래를 불러 봤자 알아주는 이도 없다는 이호준씨는 "내 노래, 내 음악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씨는 "고발자로서 폭로자로서 자연스런 풍경이 돼서 예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거리에서 부르는 것이 익숙했던지 실내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낯 선 모양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노래를 불러서인가 목이 잠기는 것을 보니 조금은 긴장을 했나 보다.

이호준씨의 종합전시(사진과 글)를 보고 있는 이춘호 기자.글을 쓴 이춘호기자가 자신의 이야기 주제가 된 가수 이호준씨의 사진을 돌아보고 있다. ⓒ 김용한


자기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다는 이호준씨. 이날 자리에서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앞에서 노숙인 거리 노제에서 자주 부른 '물이 바다가 마를 때까지'를 힘차게 부르기도 했다.

입만 열면 그는 노숙자에 대한 열변을 토한다. 아는 선배로부터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부산에 불려가 신문에서 밥풀을 떼먹는 한 노숙인 모습을 본 후 노숙인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이호준씨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노숙인들 주검에 분노했고 수년간 위령제까지 손수 지내주기도 했다. 

이씨는 "제가 거리에 서서 노래를 할 때는 여유가 있고 한가할 때이다"라고 말한다. "부산에서는 노숙인들을 위해서 돈을 꽤 많이 씁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노숙인들을 위해 그렇게 돈을 쓴다는데도 어떻게 작년에 4명이나 얼어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

가수 이호준씨는 "98%의 넉넉한 사람들이 잠시만 주변을 살펴보고 도와주면 우리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이번 사진전에 주인공등과 함께 선 가수 이호준(맨 우측)씨예술밥먹는 사람들의 한 사람으로서 선 이호준씨. 최고령 상쇠(좌로부터) 강순연 할아버지, 비보이 전경배 청년, 거리의 가수 이호준씨의 모습. ⓒ 김용한


이씨는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에 노숙인들에 대한 실상을 이야기해주며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숙인들도 노숙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정말 억울한 일이다"고 하면서 "노숙인들에 대해 자그마한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호준씨는 "저는 엄밀히 말하면 예술로 밥 먹는 사람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값어치 있게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을 위해서 열변을 토하듯 자기 경험과 노숙인들 실태들을 이야기해 준 이호준씨는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인, 일부 교회 목회자들이 노숙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리어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하였다.

가수 이호준씨는 "이제는 노래만을 위해 거리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 한 시간 동안 자기 노래보다 남 노래를 부르면서도 여전히 노숙인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고 사연도 많다.

거리의 가수 이호준씨.노숙자의 친구이자 대부로 불리는 이호준씨가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광경 ⓒ 김용한


이씨는 말미에 "노숙인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실직을 당하거나 몸이 불편하여 거리에 있을 뿐인데 그것을 색안경 쓰고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편견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우리 사회나 정치인들이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서 정작 그들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노숙인들을 위한 지원이나 대책은 마련하면서도 노숙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을 위해서라면 두발, 두 팔을 벗고서라도 달려간다는 이씨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부산을 떠나지 못한다.

이씨는 자신이 해오고 있는 <노숙자 쉼터>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란다. 그런 이유로 그는 때론 고달프고 힘이 들지라도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행복한 가보다. 그는 오늘도 노숙자들을 위해 거리에 서고 거리에서 번 돈으로 노숙자들을 위해 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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