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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조선일보 '반역자 윤이상' 광고에 발끈

국민행동본부, 17일 광고 관련... 통영시장 "절대 묵과할 수 없다, 단호한 대처"

등록|2008.12.21 10:12 수정|2008.12.21 10:12

▲ 국민운동본부가 지난 17일자 조선일보 31면 하단에 한 광고의 일부 내용이다(빨간선 표시는 원래 광고에는 나타나 있지 않았고 오마이뉴스 편집 과정에서 한 것임). ⓒ 조선일보 광고 캡쳐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조선일보>에 '반역자 윤이상'이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를 하자 '윤이상음악당' 건립을 추진하는 경남 통영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지난 17일자 이 신문 31면 하단에 "친북좌익을 몰아내라고 뽑아주었더니 좌우동거 정권을 만든 이명박 정부는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했다. 이 단체는 대선 1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정권교체는 과연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면서, 이를 알리는 광고를 했던 것.

그런데 이 단체는 광고 앞부분에 "북한을 조국으로 삼았던 반역자 윤이상을 기리는 초호화판 음악당은 국민세금으로 지어주기로 하고…"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 보도자료·성명서란에 올라온 자료에는 '북한을 조국으로 삼았던'이란 부분은 빠져 있지만, '반역자 윤이상'이란 표현은 그대로 있다.

▲ 국민행동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료의 일부. ⓒ 윤성효


통영시 "윤이상 음악당, 세계 최고로 지을 계획"

최근 경남 통영시는 통영이 윤이상(尹伊桑, 1917~1995) 선생의 출생지(일부에서는 산청이 출생지라는 주장도 있음)라며 윤이상 음악당을 세계 최고의 음악당으로 지어 보겠다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이상 음악당은 통영시 도남동 1번지 일원 3만3058㎡의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음악당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알려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할 예정이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지난 2007년 3월 미국을 방문하고, 프랭크 게리를 만나 음악당 건립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 최근 경남도는 프랭크 게리의 한국방문을 초청해 놓은 상태다. 프랭크 게리는 빠르면 내년 2월경 통영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경남도를 방문했을 때 윤이상 음악당 건립에 국비 50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경남도의회는 경남도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심의통과시키면서 윤이상 음악당 건립 관련 예산 30억원을 포함시켰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음악당 건립이 추진되는 셈이다. 통영시는 윤이상 음악당 건립을 연차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행동본부가 신문 광고를 통해 '반역자 윤이상'이란 표현을 쓰면서 마치 윤이상음악당 건립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나타내자 통영시가 난감해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강에 있던 거북선(모형)을 통영으로 옮겨 '명예 통영시민'이 되었다.

진의장 통영시장 "절대 묵과할 수 없다, 단호한 대처 방안 강구"

<통영인터넷뉴스>에 따르면, 진의장 통영시장은 지난 18일 통영시의회 본회의 때 현안보고를 통해 국민행동본부의 광고를 문제 삼았다. 당시 진 시장은  통영시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의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진 시장은 "윤이상 선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가로 칭송받고 있는 분으로 국제음악제를 통해 전 세계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 또 그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요 보물인 윤이상 선생을 반역자로 폄하 한데 대해 큰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 진 시장은 "동백림 사건을 비롯하여 선생께 씌워졌던 오해는 이미 지난 2006년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혐의가 모두 풀렸다"며 "광고에 밝힌 이번 내용은 통영시가 추진하고 있는 윤이상 음악당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음모로 절대 묵과할 수 없으며 통영시 차원의 단호한 대처 방안을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통영지역 인터넷에 "시장이 강력 대응해야 한다"거나 "이번 참에 윤이상 선생의 묘소(현재 독일 소재)도 통영으로 옮기자", "이런 일들이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이상 음악당은 반드시 지어져야 된다", "명예훼손에는 안 걸리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국민행동본부의 <조선일보> 17일자 31면 광고 전문. ⓒ 조선일보 광고 켭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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