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애정이 '무척' 두터워지는 '무척산'
기도의 성지가 있는 김해 무척산에 오르다
▲ 무척산무척산 올라가는 등산로에서 만난 바위 ⓒ 이명화
구름 한점 없는 맑디맑은 날이다. 한가롭게 하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놀던 흰 구름들 조차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고, 잡념 없이 맑은 얼굴로 푸르게 펼쳐진 하늘빛을 보며 길을 나선다. 작년 6월에 가 본 이후, 1년 반 만에 다시 무척산(경남 김해)으로 간다. 이번엔 무척산 정상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무척산 가는 길
믿음의 선조들이 기도의 성지로 삼았던 무척산 기도원에서 2박3일 동안 기도원 숙소에 머물면서 기도하며 보냈고 뜻밖에도 신학교 동기들을 만나기도 했다. 오랜만에 무척산으로 간다. 그땐 무척산 기도원에만 가 보았지만, 이번엔 무척산 정상까지 올라보기로 했다. 오전 8시 5분, 남양산 IC를 지나 무척산 터널(8:25)을 지나고 생림터널, 생림 2터널을 지나 삼랑진 IC를 지났다.
▲ 무척산기묘한 바위들을 만나다. ⓒ 이명화
무척산 가는 길은 삼랑진 읍에서 가는 길과 동김해 IC를 거쳐 무척산까지 가는 길이 있다. 삼랑진 IC에서 무척산 길을 묻는다. "신호에서 좌회전해서 우회전 하세요"한다. 삼랑진 읍내 한 가운데로 지난다. 삼랑진 철교를 지난다. 좁은 철교 윌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차들이 조심스럽게 비껴가는데, 철교 끄트머리 쪽으로 사람이 지나가서 위험천만이다. 무척산 표시판이 보인다.
무척산은 김해시 생림면에 위치해 있다. 해발 703m의 산이지만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악하고 계곡이 깊은데다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9시 정각, 김해시 생림면 무척산 기도원 입구에 차를 주차한다. 이미 몇 대의 차가 주차해 있다. 9시 10분, 모은암과 무척산 갈림길에서 우린 무척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아침 해는 우리가 올라가는 산 저쪽 뒤편에서 떠오르고 있고, 우리가 걷는 등산로는 햇살을 등지고 있다.
▲ 무척산 가는 길무척산 가는 길에 만난 기암괴석들 ⓒ 이명화
햇살이 들지 않는 급경사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응달이지만 바람이 많이 닿지 않아 걷는 길은 추운 줄 모른다. 다만 잠시 앉아 쉴 때마다 한기가 돌아서 오래 앉아 있질 못한다. 크고 작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험악한 등산로는 앞에서 혹은 옆에서 높은 바위들이 벽처럼 우뚝 우뚝 솟아 있다.
고개를 뒤로 꺽어서 보아도 한참 높은 바위들이 즐비하다. 이 바위들에서 암벽타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바위 중간 중간에 암벽을 타고 오르는 크랙이 박혀 있다. 작년 초여름, 처음 올랐을 땐 아주 힘들어하면 올라갔었는데 등산으로 단련되어서 그런지 설렁설렁 쉽게 올라간다.
'부부 애정이 더욱 두터워진다'는 연리지
신기한 일이다. 길은 좁고 돌투성이에 낙엽 깔린 길이다. 우리가 일찍 산행에 나서서 그런지 등산로를 오르는 산 벗들은 보이지 않고 가끔 기도원에서 내려오는 듯한 사람들과 맞닥뜨린다. 고요한 숲길에서 이따금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청솔모 두 마리가 마른 나무 위에서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보인다. 9시 55분, 연리지(부부 소나무)를 만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연리지는 흔들바위와 더불어 최근에 발견되었다 한다. 누가 이런 걸 발견한 것일까. 등산로 옆에 서 있는 소나무를 눈여겨 본 모양이다. 등산로 한쪽에 부부 소나무를 둘러싼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다. 두 개의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데, 소나무 가지들 사이에 하나로 이어진 가지가 있다. 참으로 신기하다. 연리지 아래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 무척산연리지(부부소나무). ⓒ 이명화
'줄기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목이라 하고, 가지가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지라 하며, 현재 부부소나무, 사랑소나무, 형제소나무 등으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문헌상으로 삼국사기의 신라 내물왕 7년 시조묘의 나무와 고구려 양원왕 2년 서울의 배나무가 연리지가 된 기록과 고려사의 광종 24년, 성종 6년에 연리지의 출현을 기록했을 정도로 상서로운 나무라 전해진다.
연리목과 연리지는 부부간의 금슬이나 남녀간의 애정이 깊음을 비유한다는 것이다. 이 나무 앞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남녀간의 사랑이 이루어지며 소원성취한다고 전해지는 희귀목이라 한다. 남편은 부부소나무 앞에서 아무도 없겠다, 둘이 함께 사진 찍어 줄 사람도 없으니, 연리지 앞에서 두 개의 소나무 가지가 하나로 붙은 것처럼, 붙는다면서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내 입술에 뽀뽀를 한다.
10시 10분, 높은 전망 바위에 올라 김해시내를 내려다본다. 우리가 건너온 삼랑진 철교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삼랑진읍과 김해를 나누고 있다. 10시 20분, 천지폭포 아래를 지난다. 폭포는 물이 흐르다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무척산 9부 능선, 산정호수 천지못과 무척산 기도원이 있다
▲ 무척산 가는 길오전 10시 30분 경의 산정호수 천지못. ⓒ 이명화
흘러내려오던 물이 그대로 얼음이 되었나보다. 천지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햇살이 비쳐들고 태양이 보인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한점 없이 푸르른 낯을 하고 있다. 무척산 기도원 앞 천지못에 도착, 10시 35분이다. 무척산 9부 능선에 위치한 산정호수 천지못은 지난여름에 왔을 땐 물이 철철 넘칠 듯 못 가득 물을 채우고 있었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은 줄어들어 있고, 천지못은 얼음으로 덮여 있다.
따뜻한 겨울 햇살이 못 한가운데로 쏟아지고 있다. 곧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다시 얼어붙을 것이다. 천지못 뒤로 무척산 기도원 건물이 드러난다. 햇볕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볕바른 천지못과 기도원 전경이 더욱 포근하고 안온하고 따뜻해 보인다. 쏟아지는 짧은 한낮의 겨울햇살은 이곳에 축복처럼 한량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천지못 위엔 파란 하늘빛이 강수면 위에 내리고, 천지못은 하늘과 얼굴을 맞대고 있다.
▲ 무척산정오의 천지못. ⓒ 이명화
푸르른 하늘, 그 청신한 얼굴과 천지못 얼굴이 겹친다. 하늘은 천지못에 제 얼굴을 비쳐보고, 천지못은 하늘에 눈 맞춤하면 푸른 하늘빛이 그 눈동자에 어린다. 이 천지는 김수로왕릉의 물줄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가락국 시조왕이었던 김수로왕이 천명을 다해 장례를 치루어야 했는데 좋은 땅을 골라 관이 들어갈 구덩이를 파고보니 계속 물이 솟아 장례를 치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난감해 있는데, 고승이 지세를 읽고는 "무척산 꼭대기에 못을 파면 물줄기가 말라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니, 그런 후에 장사하라"고 했다 한다. 사람들을 동원해 무척산 꼭대기에 인공으로 못을 파고 보니, 정말 말 그대로 솟구쳐 오르던 물이 그쳐 장사를 지냈다고 하는 것이다. 호젓한 천지못 가에 서서 무척산 기도원 쪽을 바라본다.
어쩜 험악한 산세, 가파른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등산로 그 위, 정상 가까이 이리도 넓고 안온한 천지못과 천지 주변 가에 위치한 기도원이 있을까. 다시 보아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곳에 와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 높은 험한 산 위에 이리도 아름다운 못이 있다는 것을 뉘 알겠는가. 천지못 가에 서서 망중한을 즐기다 무척산 기도원으로 향한다. 볕 발이 곱디곱게 퍼지고 있다. 무척산 기도원 교회 앞 그네를 타본다.
바로 앞 산정호수 천지가 그네의 움직임 따라 함께 움직인다. 무척산 기도원은 고신대학교를 설립하고 총장으로 있었던 한상동 목사님과 몇 몇 목사님들이 1940년, 일제에 항거해 무척산 산정을 기도회 처소로 삼았던 곳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953년 10월, 명향식 외 여러 성도가 옥중성도들이 기도하던 곳을 사모하여 이곳에 올라와 기도하면서 기도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를 나의 성산으로 인도하여 기도하는 내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며 그들의 번제와 희생은 나의 단에서 기꺼이 받게 되리니 이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이사야 56:7)
무척산 정상
무척산 기도원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는 기도원 식당에 점심식사를 예약해 놓은 뒤, 무척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무척산 기도원과 아주 가까운 것으로 생각했던 무척산 정상은 제법 한참을 올라간다. 하지만 이 길은 처음 등산로보다는 비교적 완만하다. 호젓한 등산로에서 산객들을 이따금 만난다. 정상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거칠다. 조망바위에 올라보니 김해 평야가 한눈에 조망된다. 정상이 바로 지척이다.
▲ 무척산.무척산 정상. 소나무 위에 올라앉아. ⓒ 이명화
11시 30분, 무척산 정상(해발 702m)에 도착했다. 무척산 정상에서는 낙동강, 천태산의 천태호와 안태호, 토곡산, 오봉산, 멀리 금정산까지 두루 보이고, 넓디넓은 김해평야, 크고 작은 산들이 가까이 혹은 멀리 에워싸고 있다. 이쪽저쪽을 둘러보아도 낙동강물이 한 가운데를 관통해 생명 줄처럼 흐르고 있다. 낙동강을 한가운데 끼고 있어 더욱 아름답고 산도, 평야도 빛을 얻은 듯 하다.
▲ 무척산정상에서. ⓒ 이명화
▲ 무척산정상에서 내려다 본... ⓒ 이명화
무척산 정상에서는 산객들을 제법 만난다. 11시 45분이다. 기도원 점심을 예약해 놓았기에 우린 하산을 서두른다. 기도원에 도착해 기도원 식당에서 만든 깔끔하고 소박한 점심을 먹는다. 작년 여름 우리가 머물렀던 기도원 숙소와 예배실을 둘러보고 난 뒤 다시 천지로 향한다. 천지못 위로 햇살이 튄다. 등산객들이 이곳 천지못가 언덕 양지바른 곳에서 쉬어서 하산하기도 하고 점심도시락을 먹거나 쉬어가는 것을 본다.
축복처럼 쏟아지는 한낮의 따사로운 겨울 햇살을 마음껏 받고 있는 천지못, 그 언덕위에 앉는다. 하염없이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은 이곳에서, 가만가만히 앉아 햇볕과 놀고, 연못과 놀아도 맘껏 푸르른 하늘과 벗하고 앉아 있어도 결코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마냥 앉아 있고 싶다. 얼어붙은 천지못에 마른 낙엽 하나가 바람에 날려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사르락' 소리 내며 저만치 미끄러져 간다. 오후 1시 10분, 하산하기 위해 일어선다.
천지못도 남겨두고, 천지못과 하염없이 얼굴을 마주 하고 있는 푸르른 하늘빛도 남겨두고 하산 길에 선다. 다시 천지폭포다. 우리가 올라온 길인가 싶을 정도로 하산 길은 험하다. 오히려 설렁설렁 쉽게 올라온 등산길보다 더 가파르고 험하게 느껴지는 하산 길은 우리가 올라왔던 그 길이 분명하다. 힘든 줄 모르고 올라왔지만, 하산 길에서 무척산의 험한 산세를 다시 실감하며 내려간다.
그래도 천천히, 조심조심 걸어도 역시 하산로는 시간이 단축된다. 등산 할 때 아침엔 볕을 등지고 있어 응달이었던 그 길이, 하산길엔 볕이 들어 따스하다. 1시 50분, 출발지에 도착한다. 아직 해는 중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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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2008년 12월 19일(금) 맑음
2. 산행기점: 무척산 기도원. 모은암 갈림길 입구
3. 산행시간: 4시간 40분
4. 무척산 위치: 경남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
5. 진행: 무척산기도원 등산로 입구(9:10)-연리지(부부소나무 9:55)-천지폭포(10:20)-천지못(10:35)-무척산 정상(11:30)-정상하산(11:45)-무척산기도원 천지못(12:00)-점심 후 하산(1:10)-천지폭포(1:20)-부부소나무(1:25)-무척산기도원 등산로 입구(1:50)-
6. 특징: ①무척산 기도원(055-335-9355)양지바른 곳에 위치
②천지못: 식사장소로 좋음(둑에서 식사)
③무척산 정상: 원동 토곡산, 천태산 안태호, 천태호, 낙동강 조망 좋음.
④무척산 기도원:점심식사: 5000원(낮 12시 식사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