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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진학 준비반'으로 변신한 방과후학교

부평 ㅂ중학교, 가정통신문 통해 공지... 학교자율화 이후 또다른 '사교육' 으로 전락

등록|2008.12.22 15:12 수정|2008.12.22 15:12
지난 4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이 공교육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계발이나 사교육비 경감, 교육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했던 방과후학교가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지역 ㅂ중학교는 2008년 겨울방학 방과후학교 강좌에 특목고 진학 준비를 위한 내신 심화반을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중학교는 12월 11일부터 이틀간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목고 입시 경향과 대비를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사설학원의 특목고 입시 정보에 더 치중하는데다 최근 입시안이 내신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이를 채워주기 위해 특목고반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전체 1·2학년 학생들에게 특목고반 운영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사교육비 절감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천시 북부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준별 방과후학교 운영은 가능하지만 중학교에서 특목고반을 운영하는 것은 위화감 조성의 문제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목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ㅅ중학교 방과후학교에서 최근 해당 교사가 나눠준 유인물에서 기말고사 시험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학교 학부모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해당 과목의 방과후학교를 듣지 않는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를 듣는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얻어 복사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것.

이 학교 학부모 이아무개(43)씨는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희망학생들만 듣게 한다면서도 시험을 그렇게 낸다면 누가 방과후학교를 안 들을 수 있겠냐"며 "학부모들 사이에선 내년부터는 반드시 방과후학교를 듣게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ㅅ중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방과후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시험범위로 내라고 한 적은 없으며 방과후학교의 한 교사가 학생들이 프린터물을 너무 안 가져와서 꼭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또 부평지역의 ㅅ초등학교는 올해 2학기에 들어 학부모들에게 방과후학교 신청서를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달했다. 영어회화·종이접기·바둑·주산암산·로봇제작교실 등은 한 장의 종이에 담아 가정통신문의 이름으로 전달됐지만, 유독 사설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교실은 한 장의 홍보물로 따로, 그것도 몇 차례 왔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 컴퓨터교실의 홍보물에는 선착순 50명에게 게임씨디·손난로·요술장갑·자석칠판 등의 선물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특히 이번 방학 중 모집하는 컴퓨터 교실 안내문에는 겨울특강 두 번째로 ‘컴퓨터로 준비하는 중학 수행평가 완벽대비’를 가르치겠다며 반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 인천 부평지역 ㅅ초교에서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과 함께 나눠준 컴퓨터교실 홍보전단물의 일부. 왼쪽은 중학 수행평가 완변대비반을 운영한다는 방중 컴퓨터 교실의 홍보물, 오른쪽은 지난 9월 배포한 선착순 50명에 한해 선물을 주겠다는 컴퓨터 교실 홍보물의 내용. ⓒ 장호영


ㅅ초교 학부모 김아무개(41)씨는 "아이들이 선물 때문에 컴퓨터교실을 듣게 해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가 '아이가 능력이 뛰어나 금방 자격증을 딸 것이니 컴퓨터교실을 듣게 하라'는 편지를 보내 학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등학교가 사교육기관도 아니고 상품으로 학생들을 현혹시키고 중학교 수행평가 대비반을 운영한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학교자율화 정책 이후 학교가 사교육기관화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ㅅ초교 교장은 "방과후학교 홍보물에 대해서는 결제를 반드시 하고 있지만 서류가 워낙 많다보니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결제를 해 그런 내용이 있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며 "그런 내용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니 사설업체에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15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정책에 따라 학교에 자율성이 부과되면서 이렇듯 방과후학교부터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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