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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함께 시와 함께-8> 고마운 기계

등록|2008.12.22 15:33 수정|2008.12.22 15:33
고마운 기계

가끔 교통사고가 나
엄청난 비극이 한꺼번에 닥치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얼마나 고마운가
가끔 날강도가 사람을 죽이고 신용카드를 뺏어다가
돈을 인출해 달아나기도 하지만
저 현금인출기 얼마나 편리한가
아이들 시간 다 빼앗기고
아이들 다 버리겠다고 속상해하지만
저 컴퓨터 휴대폰이 없으면 못 살 것도 같다
몇 십 년 세상을 점령하다가 퇴각할 기미도 없는데
나도 저 기계에 한 표를 던질까봐
저 첨단기술에게 고맙다고 한 마디 해야 할까봐
어차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인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야 할까봐
저 푸른 들녘이 나더러 뭐라고 할까
물가의 해오라기 숲 속 뻐꾸기 나더러 뭐라고 할까
햇살  받아 싱그러운 오월의 잎사귀
나더러 변절자라고
친일파보다 악랄하다고 비난하지는 않을까
온종일 기계와 함께 일하고 놀고 밥 먹고 연애하면서
내가 너무 욕하고 홀대한 거 아닌가
정직한 기계 하느님의 아들, 너희들 이름 불러본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신용카드단말기, 비행기
내비게이션, 우주선, 과묵한 핵무기
제주바다 속 비경을 보여주던 노란 잠수함 고맙다
-최일화

 시작노트

내가 자랄 때는 거의 문명의 이기를 몰랐습니다. 원시의 아이처럼 산과 들을 뛰놀며 자란 것입니다. 그래 나는 늘 그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마음 속에 품고 그리워하는지 모릅니다. 그래 나도 모르게 이런 낯설고 복잡한 기계문명에 부정적 인식을 견지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던 중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 과학문명은 이제 인류의 숙명이요, 과학문명, 첨단과학의 세계에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기계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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