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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폭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등록|2008.12.23 21:36 수정|2008.12.24 14:12

설경 숙소에서 바라본 설경 ⓒ 김창만



밤사이 눈이 제법 내렸다.
어제저녁만 하더라도 한두 방울 눈송이가 질펀한 도로위로 내리면서 사라지더니 밤사이 제법 성이 난 모양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일기예보는 10~15센티미터 정도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전했었는데 아침 뉴스를 들어보니 영동권에 내린 눈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속초를 포함한 일대는 온통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많이 내렸다고 하는 걸로 봐서 아마도 기상청이 또다시 어떻고 어떻다고 구설수에 오를 것 같다.

벤치에 쌓인 눈옥상에 설치된 벤치에 50센티가 더되게 쌓인 눈 ⓒ 김창만



그러나 강릉에서 7년 동안 기상정보를 활용해 왔던 나로서는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는 백두대간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는 영동권의 기상은 예보와 관계없이 변화무쌍함을 실감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동과 영서의 기상은 상반되는 경우도 많고 대관령을 자주 넘나들어야 하는 우리는 그만큼 기상에 놀림을 당하기도 하였다.

출입구를 막고있는 눈계단앞 출입구에 1미터가 될만큼 눈이 쌓여서 나갈 수 가 없다. ⓒ 김창만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준비를 하고 통로 문을 열려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출입문 너머로 보이는 쌓인 눈이 자그마치 1미터는 될 것 같고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등산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단단히 완전무장을 하고 나왔다. 제설도구가 뭐 있을까 고민하다가 쓰레받기가 떠올라 겨우겨우 계단의 눈을 헤치고 나올 수가 있었다.

저멀리 대관령이눈덮인 대관령이 저멀리에 보이고 ⓒ 김창만


세상이 온통 눈 속에 푹 덮여있는 그 위에 계속 강풍과 함께 다지기를 하고 있는 바깥세상은 월요일 출근길의 대란을 예고하는 듯 했다. 다행히도 우리 동료들은 기상에 민감한 직업이라서 좋지 않은 기상 예보 덕에 미리 관사로 들어와 있어서 문제는 없었으나 그 많은 눈을 치우는 게 걱정이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겨우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제설 장비를 꺼내고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우리관리소 입구강릉산림항공관리소 ⓒ 김창만


우선적으로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의 눈을 제거하고 재난출동에 대비해서 헬기를 꺼낼 수 있도록 계류장의 일부분을 밀어내는데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내리던 눈도 멈추고 작업하기에 적당한 날씨로 변해가고 있었다.

제설작업중한창 제설작업하다가 휴식중 ⓒ 김창만



산불 날 염려는 없어졌지만 재난에 대비해서 어떤 임무가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항공기 출동에 지장이 없도록 정신없이 제설작업을 하다보니 훌쩍 오전이 지나가버렸다. 역시 땀 흘린 후의 점심식사는 더욱 맛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원망스럽게만 보이던 설경의 아름다움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업 틈틈이 눈치 보며 눌러댄 셔터 속에 녹아든 몇 장의 사진을 올려본다.

▲ 설경 ⓒ 김창만


▲ 설경 ⓒ 김창만


▲ 설경 ⓒ 김창만



눈덮인 소나무노송위에 얹어 앉은 적설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무거워보이네요 ⓒ 김창만



백사장에 덮인 눈강릉 남항진 바닷가 모래밭에도 온통 눈으로 덮혀있네요 ⓒ 김창만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끝자락에서 마치 힘들고 어렵고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사연들을 모두 덮어주기라도 하듯이 기별 없이 찾아와 온 누리를 덮어준 폭설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은 추위보다 더 고운 아름다움을 동반하고 오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과 눈사람입구에 만들어진 듬직한 눈사람이 비록 조금 있으면 녹아내리겠지만 거짓없이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 김창만



말없이 미소 짓는 눈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눈 덮인 백사장에서 파도를 바라보며 다시금 생각한다. 꽁꽁 얼어버린 우리의 마음속에도 크리스마스와 함께 아름다운 소식들이 함께하길...
덧붙이는 글 폭설이 내린 강릉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멋진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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