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천천초교 인조잔디서 납 성분 다량 검출
kg당 최고 4400mg 검출...고무분말 안전 기준치 49배 초과
▲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 중인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 인조잔디에서 안전기준치를 무려 49배나 초과하는 납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돼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 김한영
▲ 수원시민연대 회원들과 학부모들은 학교당국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교육당국은 인조잔디용 고무분말 뿐만 아니라 우레탄과 인조잔디파일에 대한 안전성 조사와 함께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한영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 중인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교장 명수창) 인조잔디에서 안전기준치를 무려 49배나 초과하는 납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돼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역 환경·학부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건강한 학교운동장 조성을 위한 수원시민연대'(이하 수원시민연대) 회원과 이 학교 학부모들은 24일 오전 천천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인조잔디파일 유해성 시험결과를 공개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9월 산업자원부가 마련한 인조잔디 충진재인 고무분말의 납 성분 안전기준치(kg당 90mg)를 49배나 초과한 것이다. 1차 시험결과에서도 kg당 4000mg이 검출돼 안전기준치의 44배에 달했다. 문제가 된 인조잔디는 D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납은 체내에 축적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했을 때는 치명적이다. 특히 납중독에 걸리면 뇌와 신경계통에 지장을 초래해 정신이상·신체마비·빈혈·구토 등을 유발하며, 어린이의 경우 낮은 농도에서도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 인조잔디에서 안전기준치를 무려 49배나 초과하는 납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돼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 김한영
학부모들 "잔디운동장 조성 백지화, 교육당국 안전대책 마련" 요구
이에 따라 수원시민연대 회원들과 학부모들은 학교당국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교육당국은 인조잔디용 고무분말 뿐만 아니라 우레탄과 인조잔디파일에 대한 안전성 조사와 함께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브리핑이 끝난 뒤 '대책 요구서'를 학교장에게 전달하고 학교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학교장이 자리를 비워 이를 학교 행정실에 접수했다. 또한 낮 12시 30분쯤 방학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린들에게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 화학물질 가득한 인조잔디로 조성하면 안된다’란 제목의 인쇄물을 나눠주며 부모에게 전달할 것을 주문했다.
박종아 수원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인조잔디에서 다량의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들이 뛰어 노는 운동장에 중금속 화학물질을 까는 행위는 교육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인조잔디운동장을 맨땅 운동장으로 다시 복원하고, 학교 숲 가꾸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맨땅 운동장은 배수시설만 제대로 잘 갖추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수원 천천초교 한 학부모가 쉬는 시간에 학교 정문 앞으로 나온 어린이들에게 인조잔디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사실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자 어린이들이 관심있게 듣고 있다. ⓒ 김한영
윤은상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현재 교과부의 안전성 검사는 인조잔디 충진재인 고무분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이번에 인조잔디에서 납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된 만큼 안전기준을 우레탄과 인조잔디파일 등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는 모두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11월 20일부터 4255㎡(1289평) 규모의 인조잔디운동장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달 말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장이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없이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절차적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학교장 "입장 밝히고 싶지 않다"...시공사 "유해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 학교 명수창 교장은 학교 측의 입장과 대책을 묻자 "아무런 입장도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학교에서 나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천초등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시공사인 S건설 유아무개 대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인조잔디의 푸른 색상을 내는 안료 때문에 납 성분이 검출된 것 같다"면서 "크게 유해하지 않고 체내에 흡수돼도 곧바로 배설된다"고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폈다.
한편 수원지역에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11곳의 초·중·고교에 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돼 있으며 2009년에 중학교 1곳, 2010년 고교 2곳에 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될 계획이다. 수원시민연대는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이 완료된 학교들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유해성 실태조사를 벌여 문제가 드러나면 이를 학부모들에게 적극 알려 나갈 방침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