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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명박 vs 호질기의(護疾忌醫)

어려운 말글은 지식인의 권력이다

등록|2008.12.25 10:48 수정|2008.12.25 10:48
護疾忌醫(호질기의)

<교수신문>에서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신문마다 그 뜻과 유래를 몇 줄에 걸쳐 풀어놓고(설명을 듣지 않고 글자만으로 단박에 그 뜻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토붕와해'니 '욕속부달' 따위 사자성어 가운데 뽑힌 으뜸이라고 말꼬리를 달아놓았다.

해마다 어려운 한자말을 꼭 뽑아야 하는지 궁금하다.

말과 글이란 누구나 듣고 봐서 바로 알 수 있기에, 생각을 나누고 뜻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 웬만한 사람은 읽고서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글이란 '의사소통'이라는 본래 기능보다는 다른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지식인의 밥 그릇 지키기' 아니면 '권력의 벽' 같은.

고등교육을 받은 일반시민들조차 그 뜻을 풀어줘야 겨우 알아들으니 아무나 넘을 수 없는 '벽'이요, 함부로 이야기하다 무식하다는 핀잔만 돌아올까봐 끼어들 수 없으니 지식인만 찾아먹는 '밥그릇'일 수밖에. 찾아보면 이런 일이야 숱하다.

일본식 한자말로 된 어려운 법률용어, 영어로 휘갈겨 쓴 병원진단서(내 몸의 병조차 우리말로 모른대서야......)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설명하는 말까지 '교목'이니 '화경'으로 낯설다. '키 큰 나무'나 '꽃줄기'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은가.

숲을 가꾸는 시민단체 운영위원으로 있는 동국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어느 교수에게 이런 사정을 말했더니 '학술'적인 '전문'용어라서 바꾸기 힘들단다. 누구를 위한 학술이고, 무엇을 위한 전문용어인지 따져 볼 때다.

살기 어렵고 팍팍한 세상이다.

먼지가 보얗게 앉은 케케묵은 한자말 꺼내 서민들 짜증나게 만들지 말고, 제발 쉽고 아름다운 한글이나 제대로 쓰자. 조중동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언죽번죽 따라가는 한글신문 정신 좀 차리자.

꼭 올해 말을 정해야 한다면 '잘못이 있는데 충고 받기 싫어한다' 같이 알기 쉬운 말로 하면 된다. 굳이 네 글자꼴을 갖추고 싶다면 '답답명박'은 어떨까. 일제고사니 뭐니 중학생들마저 답답한 세상살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신문 독자투고 글(게재여부는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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