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어느 특별한 나눔

원어민교사들의 크리스마스 나눔

등록|2008.12.26 11:40 수정|2008.12.26 11:40

▲ 여수보육원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는 원어민강사들 ⓒ 오문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이탈, 학대, 기아 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고아원에는 부모가 죽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어 버려진 아이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하지만  IMF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육원에 입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수시 국동에 위치한 여수보육원생 68명도 그들에 속한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이혼한 한부모 가정출신이거나, 부모가 길에다 버리거나 길을 잃어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이다.

▲ 선물을 준비해놓고 어린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원어민 강사들 ⓒ 오문수




▲ 나눠준 장난감을 열어보며 게임을 하거나 사용법을 설명해 주는 원어민강사들과 아이들 ⓒ 오문수



성탄절을 맞아 여수 시내에 거주하는 원어민 교사 21명이 자선모금과 성금을 모아 산 장난감선물을 들고 보육원생들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주 자신들의 모임에 참석한 동료들에게  크리스마스 음료인 에그노그(Eggnog)를 만들어 판 기금 50만원에 기부금을 보탰다.

에그노그는 브랜디·럼 등에 달걀·우유·크림·설탕 등을 넣어서 만드는 혼합음료로 미국 남부에서 크리스마스 때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보건음료로서 계절에 관계없이 마신다.

캐나다 출신의 원어민 교사 매튜(Matthew)는 산타클로스 복장이 잘 어울린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에게 물었다.

“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나눠주고 싶었고 그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부모로부터 버려져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거려 주고 싶다는 의미다. 미취학원생 6명 포함 대학생 6명에게까지 조그만 선물을 준 이들은 아이들과 레고 맞추기, 실내 농구, 게임 등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중학교 3학년인 한 여학생은 “한국인들이 찾아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들이 찾아와 색다른 경험이었고 한꺼번에 여러 명이 찾아와 신기해요”

올해 여수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취업해 내년부터 출근하게 됐다는 한 여학생이 전하는 말이다.

“인형을 받아 기분이 좋았아요. 영어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떨리고 당황스러웠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집보다 여기가 편해요. 사춘기 힘들 때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컸어요”

10년째 간호사로 근무한다는 선생님의 말이다.

“아이들은 보육원이라는 자체가 마음에 상처를 주고 힘들어해요. 사회에 나와서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말을 안해요. 명절이면 딱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찾아와 이삼일 쉬고 갑니다. 일반인들이 보육원 아이들을 동정의 눈으로만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쌍하다. 짠하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말고 단지 사람이 많이 사는 이웃집 아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이들을 말없이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있어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힘이 되고 있다. 금품과 먹을 것 및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이웃과 함께 매월 후원금과 아이들을 치료해 주는 병원이 있다.

▲ 매월 후원금을 보내고 아픈 아이들을 정성껏 치료해주는 여수중앙연합의원 직원들. 앞줄 중앙이 박재우 원장이다 ⓒ 오문수



여수시 서교동에 자리한 여수중앙연합의원  박재우 원장과 직원들은 아이들이 아파 병원을 찾으면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맞이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필요로 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도와 줄 것이며 아이들이 튼튼하고 쓰임 받는 사람으로 크도록 하는게 소망”이란다.

이들이 있어 세밑 추위와 온통 우울한 소식으로 가라앉은 마음에 온기가 돈다.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