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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언론 권력 뭉치면 '괴물' 된다"

SBS 노조 파업 출정식... "재벌 방송, 조중동 방송 반대"

등록|2008.12.26 13:05 수정|2008.12.26 16:02

▲ SBS 노조가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목동 사옥에서 '방송 관련 7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조합원들이 '재벌방송 반대', '조중동 방송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승훈


"재벌 방송 막아내고, 공정 방송 사수하자"


SBS 노동조합이 재벌과 족벌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미디어 관련법' 7개 법안을 막기 위한 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SBS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목동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100여 명의 조합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아나운서, 기자, PD, 기술 등 다양한 직군의 조합원들은 "재벌 방송 반대", "조중동 방송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자유 발언에 나선 조합원들은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황현표 조합원은 "언론사 세무조사 때 검찰에 출두하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게 '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치고 삼성 X파일 사건 때는 취재 기자가 '회장님 경호원' 노릇을 하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며 "언론의 자유를 언론 사주의 자유, 재벌의 자유로 착각하는 조중동에게 방송이 넘어갈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이땅의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공채 15기로 입사한 국제부 기자 김종원 조합원은 "SBS 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게 돼 영광"이라며 "방송 악법을 막아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치·경제·언론 권력 뭉치면 통제 불가능한 '괴물' 탄생"

SBS 노조는 파업 출정선언문에서 "우리의 파업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고 선언했다.

SBS 노조는 "사법부의 통제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된 삼성 같은 재벌 대기업에게 지상파 방송을 넘겨주는 법, 언론의 본분을 저버리고 한나라당 정권 만들기에 혈안이 됐던 조중동에게도 지상파 방송을 선사하는 법이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악법들"이라며 "이 악법들은 공정하고 독립적이어야 할 방송을 대자본과 수구 일변도로 만들어 집권 연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노골적이고 발악적인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지상파 방송이 방송 매체들 가운데서 공익적인 자기 역할을 충실히 계속할 수 있도록 하려는 투쟁이 전 사회의 이익, 시청자들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믿는다"며 "언론 악법 저지를 위한 확고한 결의를 파업 투쟁을 통해 철저하게 실현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심석태 SBS 노조 위원장은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정치권력·경제권력·언론권력이 하나로 뭉치면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탄생하고 만다"며 "우리의 싸움은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 토대인 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BS 노조는 방송 진행자들이 검은 옷을 입는 '블랙투쟁'과 기자들이 '스탠드업(기자가 화면에 출연해 리포트 하는 보도방식)'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양만희 공정보도실천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방송을 통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송관련 7대 악법의 부당성을 시청자들에게 알려나가는 데 최우선을 둘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투쟁 방식은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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