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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새벽송'을 추억하며

예수님 탄생하신 날, 메리 크리스마스!

등록|2008.12.26 16:08 수정|2008.12.26 16:08
크리스마스이브는 기독교인의 축제날이다. 온 교인이 모여 아기예수 탄생을 기념하며 예배를 드리고, 유치부 재롱둥이들의 깜찍한 인사와 캐롤송을 시작으로 초·중·고·대학부·청· 장년에 이르기까지 부서별로 준비한 찬양과 율동·성극(뮤직컬)으로 축하무대를 꾸미고, 마무리는 성가대의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성도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장식한다.

예배나 축하무대 외에도 크리스마스이브하면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새벽송' 돌기이다. 교회에서 준비한 축하무대가 끝이 나면 자정(12시)을 기다렸다가 팀을 나누어 성도가정을 방문해 아기예수 탄생을 알리며 캐롤송을 불러 주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면 잠들었던 성도의 집이 환해지면서 온 가족이 나와 쌀쌀한 새벽 날씨에 얼어붙었던 손을 잡아주며 따뜻하게 맞아주고, 미리 준비해둔 다과를 자루에 담아주며 인사를 나누며 서로 “행복한 성탄”이 되기를 소망하는 아름다운 성도의 교제가 있는 기독교적 문화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성탄절문화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새벽송의 주체가 되었던 청년들의 문화가 점차 변화하고 있고, 다세대가 밀집해 거주하는 아파트(빌라)형 주거형태의 변화와 어려운 시절 새벽잠을 깨우는 캐럴과 찬송소리에, 믿는 종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던 이웃집 인심이 있었지만, 인심도 세월을 따라 변해 캐럴과 찬송소리가 수면방해, 소음공해 등으로 인식되면서 옆집 눈치를 보면서 새벽송을 불러야 하는 까닭에 새벽송이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화와 인심의 변화로 인해 도시 교회에서 사라져가는 “새벽송”문화가 아직도 건재하게 이어지는 시골교회의 크리마스이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24일 저녁 7시부터 25일 새벽까지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 위치하고 있는 섬마을 교회 선재장로교회에서는 성탄절전야제 행사와 새벽송 돌기가 있었다.


송중섭목사와 아동부학생들의 찬양선재장로교회는 아동부를 포함 50여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이다. ⓒ 김형만




크리마스트리와 교회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꼬마전구들이 깜깜한 밤을 밝혀주고 있는 교회 앞에 도착하자 교회 안에서는 성도들의 웃음소리가 베어 나오고 있었고, 교회 안에서는 성도들의 찬양과 가족찬양, 퀴즈 등 다채로운 축하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온가족이 악기를 다루는 장로님 가정의 행복한 보컬연주와 찬양에 성도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성가대찬양, 멋진 플릇연주와 기타가 감미로운 조화를 이룬 아동부학생들의 찬양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고, 흐뭇했다.

2부 행사가 끝난 후 새벽송을 같이 돌 분들은 11시까지 교회로 다시 모여 달라는 목사님의 광고가 있었다. 새벽송을 돈다는 말에 즐거워하는 것은 주일학교 학생들이다. 오늘은 새벽송을 돌고 교회에서 밤을 새워가며 놀아도 되는 부모님과 목사님에게 허락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들떠있다.


새벽송 새벽송 첫 집은 목사님가정 ⓒ 김형만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흩어져 있던 성도와 학생들이 모여다. 인원을 점검하고, 구역을 편성하고, 조를 편성했다. 30여명이 3팀으로 나뉘어 새벽송을 돌게 된다. 출발~


새벽송고요한 밤, 거룩한 밤 ! 아기예수 탄생을 축합니다! ⓒ 김형만


  어둠에 둘러싸여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한 섬마을 새벽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집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학생들의 잡담과 웃음소리, 걷는 발자국 소리가 울리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성도의 집 앞에 모여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들 밖에 한 밤 중에”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을 부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 도 잔다. Merry Christmas!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벽송새벽송이 끝나자 권사님이 불을 켜고 나와 준비한 과자를 자루에 넣어주시면서 학생들에게 격려해 주시고 들어가신다. ⓒ 김형만



새벽송고마워요^^* 권사님 과자 많이 넣어 주세요!^^* ⓒ 김형만



새벽송준비해간 자루에 성도님들이 넣어준 과자가 가득하다……. 녀석들 힘들지…….^^* ⓒ 김형만




새벽송이 끝난 후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새벽송 소리가 또 들려온다. 선재중앙교회 새벽송 팀이다. 서로 지나치며 “Merry Christmas!”하며 인사하는 소리에 또 한 번 골목을 시끌벅적해지고 두 교회의 교우들이 부르는 새벽송 소리가 골목 안에서 메아리쳐 들린다.

교회에 등록되어있는 성도가정을 한 집도 빼놓지 않고, 걸어서 찾아다녔다. 깊이 잠들어 있는 가정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아이들 입에서 “아~ 아무도 않나오네” 하는 아쉬워하는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당당히 앞장서 다음 성도 집 앞으로 향하는 뒷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준비해간 자루에 성도님들이 넣어준 과자가 가득해지고, 매서운 겨울날씨에 아이들이 지쳐간다. 하지만 어느 녀석도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마지막 가정까지 최선을 다해 어른들과 새벽송을 완주했다.

과자새벽송를 돌면서 얻어온 과자들……. 성탄절예배후 모든 성도가 함께 나눔니다. ⓒ 김형만




새벽시간 새벽송을 마치고 교회에 모여 성도들이 자루에 넣어 준 과자를 한 곳에 쏟았다.
자루에서 쏟아지는 과자를 보면서 모두 “와 ~ 많다!” 함성을 지른다. 이내 과자를 분류하는 작업에 들어가고,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에 들어가 과자를 먹으며 무엇을 하면서 남을 밤을 새울지 궁리중이다.

장로님, 권사님, 집사들은 제 각기 분류된 과자들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다시 자루에 넣어 성탄절 예배가 끝난 후 성도들에게 나누어 주기위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다. 새벽송을 돌면서 일어났던 해프닝들을 이야기 하면서 말이다.

새벽송의 유래는 다양하지만 그리스도 탄생의 기쁜 소식을 천사들이 찬양으로 전했던 것처럼 크리스마스 새벽이면 구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집집마다 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성탄의 기쁨을 알리는 "새벽송"으로 발전되었고 한다. - 성탄카드 대신에 보내드리는 마음의 책' 중에서 -

새벽송은 사라져 가지만 교회별로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해 온 교인이 참여하는 나눔과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평소에 돌보지 못했던 불우한 이웃을 방문해 사랑을 나누며 성탄의 의미를 전하고 축하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수년을 한국 기독교 문화의 한 축을 장식해왔던 새벽송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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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송성탄절 하면 생각나는 새벽송이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의해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 같아 아쉬워 섬마을 교회 새벽송을 도는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 김형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뉴스와 블로그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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