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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올해 마지막 문화제... "送'<B>具'</B>迎新"

"2009년에도 구본홍 반대 투쟁은 계속된다"

등록|2008.12.27 13:13 수정|2008.12.27 15:26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7대 악법저지 언론노조 파업 출정대회'에 YTN 조합원들도 참여해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지부장 노종면) 50여 명의 조합원들은 2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뒤 귀사를 서둘렀다. 저녁 7시 YTN 2008년 마지막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장소는 늘 그렇듯이 YTN 본사 정문 앞으로 예고됐다.
하지만 장소가 갑자기 본사 근처 지하 호프집으로 바뀌었다. "여의도에서 꽁꽁 얼려 온 몸으로 다시 야외 문화제를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YTN 2008년 마지막 문화제에 참석한 80여 명의 조합원, 누리꾼 등은 촛불 대신 맥주잔을 들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치열하게 벌인 올 한 해를 뒤돌아봤다. 호프집 벽에는 '송구영신'이란 단어가 붙었다. 그런데 '구'자가 이상하다. "送'舊'迎新"이 아니라 "送'具'迎新"이었다. "구(具)본홍을 '보낸다'"는 뜻의 언어유희였다.

▲ 12월 26일 저녁 YTN 2008년 마지막 문화제가 본사 근처 지하 호프집에서 열렸다. ⓒ 미디어오늘 이치열



▲ 12월 26일 저녁 YTN 2008년 마지막 문화제가 본사 근처 지하 호프집에서 열렸다. ⓒ 미디어오늘 이치열


▲ 12월 26일 저녁 YTN 2008년 마지막 문화제가 본사 근처 지하 호프집에서 열렸다. ⓒ 미디어오늘 이치열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거친 구호보다는 서로 어루만지고 격려했다. '고향역', '난 괜찮아', '둥지' 등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노랫자락이 분위기를 돋웠다. YTN 타워 지하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모 사장은 YTN 노종면 위원장에게 "힘내라"며 '금일봉'을 전달했고, 이를 안 받으려는 노 위원장 및 조합원들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투쟁영상을 시청하며 무엇보다 아쉬움을 표출했다. 노종면 위원장과 '공식 사회자' 박진수 조합원 등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여전히 "구본홍 사장 반대"에 대한 '결기'를 보였다.

▲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7대 악법저지 언론노조 파업 출정대회'에 참가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 남소연


한 조합원은 "결국 구본홍씨를 연내에 쫓아내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잘한 일이 너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결국 구씨랑 함께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그렇지만 2009년이 됐다는 것에 너무 의미를 두지 않고 계속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수 조합원은 "내년에도 끈질기게 하겠다"면서 "이곳에 오신 분들 모두 내년에도 반갑게 봤으면 좋겠고, 우리 조합원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YTN 지킴이'와 함께 케이크의 촛불을 끄며 새해를 기약했다.

현덕수 전 노조 위원장은 "청와대 앞에서 농성할 때가 무척 더운 여름이었고, 촛불 앞에서 연설할 때 장맛비가 내렸는데 벌써 겨울이 오고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면서 "2008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TN 막내 격인 장아영 기자는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어려울 때마다 정말 열심히 싸워서 끝까지 온 것 같다. 선배들이 단식도 했고... 어떤 순간이 와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와준 선배들 모두 사랑하고 고맙다."

장 기자는 선배들의 요청에 따라 '난 괜찮아'란 노래를 율동까지 섞어가며 불렀다.

▲ YTN 조합원들이 뽑은 'YTN 올해의 10대 늬우스'. ⓒ 미디어오늘 이치열


YTN 조합원들이 뽑은 'YTN 올해의 10대 늬우스'는 이랬다.

1. 희망펀드로 확인한 동료애 1억 5000만 원 돌파
2. 집단해고 등 33명 징계
3. 돌발영상 폐지
4. 블랙투쟁, 로고투쟁 등 방송투쟁 새 영역 개척
5. 젊은 사원들 모임 단식 돌입
6. 언론사 최단시간 주주총회 날치기
7. IFJ,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적 지지
8. 국내 유수 각종 언론상 석권
9. 5번째 사내 커플 탄생
10. 신 호, 황순욱 조합원 현행범 체포(상황을 오해한 일부 간부들이 두 기자에게 CCTV훼손 등의 혐의를 추궁한 뒤, 사과한 사건)

'10대 늬우스' 발표가 끝나자 임장혁 기자가 손을 번쩍 든 뒤 '이의를 제기'했다. "창사 15년 만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킴이 모임이 YTN 앞에 온 것이 가장 큰 늬위스"라고 주장했다. 임 기자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수로 화답했다.

'YTN 인근 술집 때아닌 호황'(열받은 기자들이 술을 하도 마셔서) 등 'YTN 코믹늬우스'도 발표됐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얘기들이 술술 나왔다.

"난 솔직히 보수주의자예요. 세상 많이 바뀌는 거 싫어! 다들 알아서 잘 사는 거지. 그런데 기자라면, 입이 있다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그게 잘못이라는 게...말도 안 되는 거지...구본홍은 아니야. 구본홍 YTN 사장? 이건 아니라고... 아닌 거 아니라는데... 날 죄인처럼... 왜 나같은 사람까지 나서게 하냐고~."

▲ 지난 10월 출근을 시도한 구본홍 YTN 사장이 피켓을 들고 저지하는 YTN 노조원들에 가로막혀 사옥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장면. ⓒ 남소연


"총파업 당연히 지지하고, 오늘 여의도에 가서도 추운데 빡씨게 하고 왔지만... 우리 대한민국 기자들 정신차려야 돼. 방송법 언론법 때문에 총파업 하기 전에 이.. 이..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역사 거꾸로 돌리고... 선생들 막 자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 벌어졌을 때... 이럴 때마다 언론인들이 맨 먼저 들고 일어나야 돼... 이쪽은 이렇게 말하고 저쪽은 저렇게 말했다... 이렇게 숨어서 보도하지 말고... 구본홍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이게 지금 구본홍 하나 내쫓아서만 될 일이 아니에요. 걷잡을 수 없이 가고 있다니까. 세상이... 한나라당이 언론법 집어넣는다고 해서 파업 풀고 없던 일처럼 해서는 안 된다니까..."

"YTN이 파업 맨 앞에 서야 하는 분위긴데... 그렇게 되면 또 '저쪽'에서 노리는 노림수에 걸려들어서 '재승인' 갖고 장난칠까 봐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확 맨 앞에서 끌고 싶지.. 에이~~."

"우리한테 새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올해랑 다를 게 뭐 있나. 똑같지. 다만 봄 오기 전에 상황 끝냈으면 좋겠지. 다들 우리 편인데 왜 저러고 있나 몰라. 아무 대접도 못받으면서... 겨울 가기 전에 누구 좀 나갔으면 좋겠네!"

올해 마지막 문화제였지만 '마지막'이란 단어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은 없었다. YTN 노조의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 162일째. 2008년 12월 31일과 2009년 1월 1일은 이들에게 167일과 168일의 이상의 의미는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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