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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MBC 죽이기' 성공할까?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부메랑이 될 조중동의 '몰상식'

등록|2008.12.29 14:27 수정|2008.12.29 14:27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7대 악법저지 언론노조 파업 출정대회'에서 MBC 조합원들이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조중동이 연일 언론노조 파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예상대로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하루 이틀 '소극적 보도'로 일관했던 게 조금은 의외였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넘기면서 <조선일보>도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고 있다.

<조선>에 '언론노조 파업'은 없다?

조중동의 언론노조 파업 보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로 'MBC파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신문의 기사를 읽다보면 MBC만 파업하는 것 같다. <중앙일보>는 29일 "MBC외 파업하는 곳 없다"는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의 '말'을 아예 1면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박승규 KBS노조 위원장은 "SBS는 집행부 위주의 파업으로 실질적인 파업이라고 보긴 어려우며, 실상 MBC 외에는 파업하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자 <조선일보>에서는 언론노조 파업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MBC 파업 기사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MBC노조 파업이 아니라, MBC '뉴스데스크'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조선일보>는 이날 MBC 파업 관련 기사("뉴스데스크가 MBC 사내방송인가" 비판론)에서 "MBC '뉴스데스크'가 자사의 입장에서 이들(언론관련) 법안의 성격을 왜곡 해석한 내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 등이 악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도 29일 사설('그들만의 방송' 국민 위해 개혁해야 한다)을 통해 MBC노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MBC의 노조원들은 민영화할 경우 고액 연봉과 '철밥통 일자리' 같은 기득권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는 노조와 경영진의 이해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특히 언론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KBS노조와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나선 SBS 사측 반응을 집중 부각시키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KBS노조가 파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언론노조는 '그들만의 방송'을 계속 누리기 위해 '방송의 공공성 수호' 같은 거짓 포장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도 했다.

<조중동> MBC 고립화 전략, 부메랑 될 수도

조중동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언론노조의 이번 파업을 MBC파업으로 국한하려 하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일종의 MBC 고립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이를 MBC의 기득권 혹은 밥그릇 지키기로 몰아가고 있다. 신문과 방송 겸영 논란 등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정성 문제를 'MBC문제'로 치환하겠다는 셈법이 읽힌다.

조중동의 MBC 고립화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조중동의 지면파워를 결코 우습게 볼 일은 아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일단 시민들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7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가 61.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벌과 권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MBC 조사만 그렇게 나온 게 아니다. 한국기자협회와 PD연합회, <미디어오늘>이 지난 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에 대해 반대가 62.4%나 됐다.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소유에 대해서도 63.1%가 반대했다. 둘 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반대 사유도 '비판기능 퇴조', '공정성 약화'가 주를 이뤘다. 조중동이 아무리 자사 지면을 동원해 MBC 밥그릇 지키기라고 맹공을 퍼부어도 여론의 반전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게다가 급속히 관영방송화되고 있는 KBS의 행태는 조중동에 되레 '독'이 될 개연성이 크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KBS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MBC 파업을 고립화시킬 있는 좋은 빌미로 삼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정연주 전 사장의 강제 퇴진 과정 등을 통해서 권력이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힌 사실이 이미 공지의 사실이 돼 있는 상황에서 KBS노조의 파업 불참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언론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방증해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측면도 있다.

또 조중동이 자신들의 '지면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MBC죽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MBC의 '방송파워' 또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MBC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의 자산'이 적지 않다. 권력과 조중동은 MBC의 'PD수첩'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황우석 사건 등을 통해 축척된 PD수첩 등의 사회적 신뢰 기반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을 맡았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사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빈 부장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수뇌부의 요구에 대해 "보도 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성격은 약하다"며 기소에 난색을 보여 왔다고 한다. 검찰과 같은 권력기구 내부에서도 '언론대책'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29일 임수빈 부장검사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에 대한 이들 신문들의 평소 관심 정도에 비춰볼 때 수사 담당 부장검사의 돌연한 사의 표명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적어도 상식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

조중동은 지금 '몰상식'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런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MBC 죽이기'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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