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우직한 소의 품성을 닮아볼 일이다
기축년(己丑年) 12간지 이야기
▲ 풀밭의 누렁소까마득한 유년시절 소에 대한 추억은 아름답다. 풀을 뜯기거나 꼴 베 때, 소죽을 끓이면서도 늘 함께 지냈다. 친구였다. ⓒ 이인옥
한해가 저물고 있다. 말 많고 탈도 많았다.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올 한해는 참으로 혹독했다. 때문에 세밑에 서니 안타까운 일들이 줄을 잇는다. 무작정 잡동사니를 탈탈 다 털고 싶다. 그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려나.
12간지의 유래는 그 형성 시기로 보아 중국 하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왕조 시절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의 서쪽 지류부근에 거주했던 민족은 천문학이 매우 발달하여 그 당시 십이지로 연월일시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인도와 월남 등 동남아시아로 전해지고, 다시 멀리 대양을 건너 멕시코까지 전파되었다 한다.
12간지는 언제부터 유래되었을까
원래 십이지라는 개념은 중국의 은대(殷代)에서 비롯되었으나, 이를 방위나 시간에 대응시킨 것은 대체로 한대(漢代) 중기의 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다시 이것을 쥐(子)・소(丑)・범(寅)・토끼(卯)・용(辰)・뱀(巳)・말(午)・양(未)・원숭이(申)・닭(酉)・개(戌)・돼지(亥) 등 열 두 동물과 대응시킨 것은 훨씬 후대의 일로, 불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대(唐代)에 와서는 십이지생초(十二支生肖)를 조각한 석재 및 토우가 묘지장식에 나타났다. 십이지생초는 십이지신의 모습을 문양으로 한 것으로, 12개의 지지(地支)를 총칭한다. 쥐・소・범・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의 모습을 상징하는 수면인신상(獸面人神像)으로 십이자(十二子)라고도 한다.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의 오른편에 있는 지혜의 문을 관장하는 보살이다. 하루는 석가가 대세지보살을 불러 천국으로 통하는 12개 의 수문장을 지상의 동물 중에서 선정하여 1년씩 돌아가면서 당직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은 12동물을 선정하고 그들의 서열을 정하기 위해서 모두 불러 모았다. 12동물 중 고양이는 모든 동물의 무술 스승이므로 제일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순서대로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돼지, 개를 앉혔다. 대세지보살은 12동물의 서열을 정한 후 석가여래에게 훈계를 청하려고 맞이하러 갔다. 석가를 기다리던 고양이는 갑자기 뒤가 마려워 참다 참다 견딜 수 없어 잠시 으슥한데 가서 뒤를 보려고 자리를 비웠다. 공교롭게도 이 때 석가가 왕림하셨다. 석가가 소집된 동물들을 살펴보니 한 동물이 부족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물어보니 마침 고양이를 따라 구경 온 생쥐가 쪼르르 달려 나와 석가에게 말했다. 자신은 고양이 친구인데 고양이는 수문장의 일이 힘들고 번거로워서 수문장이 싫다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석가는 쥐에게 어쩔 수 없으니 네가 고양이 대신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므로 마침내 쥐를 포함한 12동물이 천국의 수문장이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양이는 간교한 쥐에게 원한을 품고 영원토록 쥐를 잡으러 다니며, 이때부터 고양이와 쥐는 천적사이가 되었다.
12간지 상징동물의 성격 특성
각자의 심성에 투영된 동물 이미지를 띠라고 하는데, 한국인은 누구나 띠를 가지고 있다. 12지의 띠별 사람들의 성격은 보면 대체로 쥐띠는 인내심이 강하고, 소띠는 마음이 따뜻하다. 호랑이띠는 용감하고, 토끼띠는 겁이 많으며, 용띠는 변덕이 심하고, 뱀띠는 의지력이 강하고, 말띠는 발랄하고 인기가 많다. 그리고 양띠는 온순하고, 원숭이는 기회를 포착하는 민첩성이 빠르고, 닭띠는 자신의 강한 확신이 강하고 적극적이다. 개띠는 총명하고, 돼지띠는 의지가 굳고 친절하며 여러 가지로 성격상 장점이 많다.
다사다난했던 쥐의 해, 무자년(戊子年)이 가고 소의 해인 기축년(己丑年)이 코앞이다. 농경 사회인 우리 민족에게 소는 농사일을 돕는 일하는 짐승으로 부와 재산, 힘을 상징한다. 소를 위하는 세시풍속과 놀이에서도 소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농사의 주역으로 풍부한 노동력, 힘을 의미한다. 고대 사회부터 소는 주로 제천의식의 제의용이나 순장용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초기의 풍습은 고려, 조선까지 이어져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소를 제물로 바쳤다.
▲ 풀을 뜯고 있는 누렁소새해는 이 같은 소의 품성을 닮아볼 일이다. 무작정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순박하게 살고, 어렵고 힘들지만 꾸준하게 근면하게 살아볼 일이다. ⓒ 임재만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근면하고 우직하고 충직하다. '소같이 일 한다'' 소같이 벌어서'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칭찬한 말로서 근면함을 들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이다. 소는 비록 느리지만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근면한 동물이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는 소의 신중함을 들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새해는 소의 품성을 닮아볼 일이다
소는 비록 느리지만 근면함과 묵묵함은 유유자적의 여유와 한가로운 대인(大人)이며, 은자(隱者)의 마음이라는 이미지를 수반한다. 소의 모습에는 긴장감이나 성급함을 찾아볼 수 없으며, 순박한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롭고 자적한 느낌을 갖게 한다. 평화스럽게 누워 있는 소의 모습,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광경은 한국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으로서 소가 창출해 내는 분위기는 유유자적의 여유, 한가함, 평화로움의 정서이다.
까마득한 유년시절 소에 대한 추억은 아름답다. 풀을 뜯기거나 꼴을 벨 때, 소죽을 끓이면서도 늘 함께 지냈다. 친구였다. 소달구지를 타고 읍내 장에 갈 때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소는 여타 동물들과 달리 한 가족이었다. 소는 누구에게나 유순했다.
그렇기에 새해는 이 같은 소의 품성을 닮아볼 일이다. 무작정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순박하게 살고, 어렵고 힘들지만 꾸준하게 근면하게 살아볼 일이다. 조금은 더뎌 가더라도 바빠 서두르지 말고 여유와 한가로움으로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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