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풍선 든 시민들 '아듀 2008, OUT 2MB'
[현장-최종신] 노란풍선과 시위대의 함성... '생중계' KBS, 박수 효과음까지 동원
▲ 1일 새벽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2009년 새해를 알리는 타종식이 열리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피켓과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촛불을 든 한 시민이 '아듀 2008, 아웃 2MB!'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취재: 손병관 전관석 이경태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최윤석 시민기자
편집: 박순옥 기자
총괄: 이한기 기자
[최종신: 1일 새벽 1시 40분]
경찰만큼 당황한 '생중계' KBS... 박수 효과음까지 동원
2009년을 맞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여느 해와 달리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노란풍선과 촛불을 든 누리꾼 1만 명 가량이 타종 행사가 열린 종로 보신각 일대에 운집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경찰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대는 12월 31일 밤 10시30분경부터 사방에서 보신각 방향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사장 유입을 막기 위해 전경버스로 차벽을 겹겹이 봉쇄했지만, 행사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까지 합세해 경찰에게 "왜 길을 막냐"는 항의를 쏟아부었다. 구경 나온 시민들과 시위대 수만 명이 뒤섞인 상황에서 촛불시위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어수선한 와중에 시위대가 보신각 앞 사거리를 '접수'한 가운데 경찰은 타종 행사가 열리는 보신각을 '인의 장막'으로 둘러싸고 행사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길 기다려야 했다. 광화문쪽 도로에 살수차가 배치됐고, 경찰 방송 차량에서는 타종을 앞두고 "경찰도 여러분들처럼 새해를 평화롭게 맞이했으면 하는 심정"이라는 호소(?)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제야의 종 행사가 이렇게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지지는 않았다"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 1일 새벽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2009년 새해를 알리는 타종식이 열리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피켓과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수백명의 경찰들이 타종식이 진행되는 보신각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경찰만큼 당황한 KBS... 박수 효과음까지 동원
한편, 경찰만큼이나 돌발 상황에 당황한 곳은 이날 행사를 TV 생중계한 KBS였다. KBS는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후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행사장이 반정부 시위대의 깃발과 피켓으로 뒤덮이자 제작진이 현장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급급한 모습을 내비쳤다.
예년의 방송이었다면 시청자들이 가수들의 축하공연에 환호하는 현장 인파들과 새해를 맞는 시민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을 노출시키기 않으려고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방송 시작 후 30분 가까이 가수들의 현장 공연만 보다가 방송 진행자의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어색하게' 맞이해야 했다.
또한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를 할 때 현장에서는 시위대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지만, 방송에서 이 부분은 박수 효과음으로 처리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과 TV로 현장을 비교해서 본 누리꾼들은 KBS 뉴스 게시판으로 몰려와 "KBS가 새해 벽두부터 조작 방송을 했다"는 비난 댓글을 올렸다.
타종 행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은 도로의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내고 '귀가 종용' 방송을 했다. 새해맞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보신각 타종 행사는 1시간 만에 끝났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2009년 한 해를 예고하는 풍경이었다.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아듀 2008 아듀 MB!' '언론관계법 개악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피켓과 '선생님을 돌려주세요'가 적힌 노란풍선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6신: 1월 1일 새벽 0시 20분]
노란풍선 든 시민들 '아듀 2008, OUT 2MB'
2009년 기축년이 밝았다. 카운트다운 0이 되자마자 시민들은 손에 쥐고 있던 노란 풍선을 일제히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이 준비한 풍등 11개도 그 뒤를 따랐다. 그 풍등에는 '아듀 2008, OUT 2MB' 등이 적혀 있다. 이날 경찰이 소지를 금지한 폭죽은 자정을 알리기 전까지 쏘아올려져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상당수의 시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은 여전히 자리에 남아 타종식을 할 인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단에 올라 새해맞이 인사를 건넸지만, 시민들은 "닥쳐라" 등을 연호하며 규탄하고 있다.
[5신: 31일 밤 11시 25분]
촛불과 노란풍선 든 시민들... 최혜원 해직교사 연행
▲ 최혜원 교사가 31일 저녁 종로 보신각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다 경찰이 '풍선은 시민의 안전을 위험하는 물건"이라며 가로 막자 서러움이 복받친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최윤석
밤 11시 16분 현재 종로 보신각에는 시위대와 일반시민 1만여 명이 한데 뒤섞여 보신각 타종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촛불과 노란풍선을 든 시위대는 전체 인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경찰은 미 대사관과 광화문쪽으로 통하는 보신각 방향의 모든 도로를 전경버스로 막고 시민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여드는 인파들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한때 경찰이 시위대와 시민들을 분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타종 행사가 임박하고 시위 상황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위 진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위대는 보신각 앞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 현장 상황을 전하는 뉴스 보도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일제고사 대신 학생들과 체험학습을 보장하다 해직당한 최혜원 교사가 밤 9시경 평화박물관 앞에서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사를 포함 지금까지 총 3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아듀 2008 아듀 MB' '방송장악 저지' 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아듀 2008 아듀 MB!'가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4신: 31일 밤 11시 10분]
종로구청에 뜬 언론노동자들 "재벌방송 반대"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KBS 젊은 기자들'이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최윤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800여 명은 31일 저녁 8시 프레스센터 앞에 모여 간단한 결의대회를 열고, 대시민 선전전을 펼쳤다. 이들은 2만여 장의 스티커와 전단을 청계광장, 광화문, 시청, 종각 일대의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MBC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연필과 전단 등을 나눠줬으며 일부 시민들은 이들에게 "지지한다, 힘내라"고 말을 건넸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약 1시간여 동안의 대국민 선전전을 끝내고, 밤 10시 기습적으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촛불을 들고 "재벌방송 반대한다", "조중동 방송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식집회를 열었다. 800여 촛불이 이들의 구호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밤 10시 30분 약식집회를 끝낸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인도를 따라 종각쪽으로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종각역 5번 출구 앞에서 경찰의 통제에 막혀있으며 차량통제가 시작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계속 종각 쪽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한나라당 해체하라" "이명박 대통령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신: 31일 밤 10시 50분]
경찰 풍선 이어 고깔모자, 손피켓까지 금지
▲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보신각쪽으로의 이동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최윤석
민생민주국민회의 등 48시간 비상국민행동측이 밤 10시 탑골공원 앞에서 열 예정이던 집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밤 10시 40분경 탑골공원 앞에 'MB악법 저지하자' '방송통신법 개악 반대한다' 등이 적힌 고깔모자와 손피켓 등을 든 시민 1000여 명이 모이자 경찰은 병력을 동원해 사방을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시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시민들이 깃발과 풍선, 손피켓 등의 시위물품을 든 이상 통과시킬 수 없다며 견고하게 스크럼을 짜 일반시민들의 출입까지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 상당수가 탑골공원 담장을 넘어 다시 보신각 쪽으로 이동했다. 이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즉각 병력을 움직여 종로2가부터 종각역 삼성빌딩까지 도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2신: 31일 밤 9시 35분]
누리꾼 집결... '풍선' 놓고 보신각 긴장 고조
▲ 31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부근 평화박물관앞에서 전교조가 문화제를 위해 준비한 노란풍선을 경찰이 뺏어가고 있다. 경찰은 풍선을 뺏어 터뜨리거나 하늘로 날려보냈다. ⓒ 권우성
▲ 한 경찰이 시민들이 갖고 있던 풍선을 뺏은 뒤 달아나고 있다. ⓒ 권우성
▲ 31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부근 평화박물관앞에서 전교조가 준비한 노란풍선을 경찰이 가로채려하자 한 시민이 경찰들을 저지선을 넘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 권우성
31일 자정이 가까워지며 서울 보신각 주변에서는 촛불시위대와 경찰의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저녁 8시50분경 견지동 평화박물관 앞에서는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문화제에 쓰려고 했던 풍선의 반출을 놓고 경찰과 교사·학부모들의 몸싸움이 빚어졌다.
경찰이 전교조 측에서 준비한 풍선들을 빼앗아 터뜨리거나 하늘로 날려보내자 전교조측 시위대 150여 명은 "폭력경찰 물러나라"를 외치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했고, 경찰은 시민들의 항의에 '사진 채증'으로 대응했다.
보신각의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SOC제일은행 앞에도 수백 명의 누리꾼들이 모여있다.
'애국촛불전국연대', '민주세대386', 'YTN지킴이' 등의 깃발을 든 누리꾼들은 "대통령선거 다시 하자", "MB독재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산발적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보신각 뒷편 골목에서도 촛불을 든 시위대 100여 명이 도로 보행을 놓고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노란풍선을 든 상당수 누리꾼들은 제일은행 지하 대형서점 등에서 몸을 녹이며 보다 많은 인파가 집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MBC와 <한겨레>, <서울신문> 소속 언론노조 조합원 및 민언련 회원 등 700여 명은 오후8시경 프레스센터 앞에서 약식집회를 가진 뒤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일제고사 대신 학생들과 체험학습을 보장하다 해직당한 최혜원 교사가 31일 저녁 종로 보신각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가로 막고 있다. ⓒ 최윤석
[1신: 31일 저녁 8시]
'제야의 종' 보신각 주변 곳곳에서 시민-경찰 실랑이
▲ 31일 종로 보신각 앞 시민들이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들이 준비한 노란색 풍선을 들고 오가는 가운데 경찰은 해직교사 등이 풍선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풍선이 시민의 안전에 위험이 된다"는 이유로 막았다. ⓒ 이경태
2008년 마지막 날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 주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로 10만~15만여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MB 악법' 강행처리를 시도하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누리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촛불시위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70개 중대 5천여 명의 병력을 보신각 주변에 배치해 촛불시위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을 단속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과 일부 시민들이 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MB 악법저지 국민행동 등 보신각 집회 예고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1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MB악법 저지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은 3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밤 10시 탑골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보신각까지 행진해 타종행사 참여 시민들과 함께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방송관계법 개정 움직임에 항의해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조도 저녁 8시 무교동 프레스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펼친 뒤 보신각 앞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경찰 측은 최근 집회 규모로 보아 시위대 수가 최대 30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시위대와 시민들이 뒤섞일 경우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희망을) 기원하는 측면에서 촛불 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경찰은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최대한 인내하고 촛불집회와 일반 시민을 분리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풍선과 촛불은 시위용품"... 임의동행자 늘어나
▲ 일제고사 대신 학생들과 체험학습을 선택해 해직당한 설은주 교사가 31일 밤 종로 보신각 앞에서 시민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있다. ⓒ 이경태
누리꾼들은 제일은행 앞 인도에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파면·해임당한 전교조 교사들과 이에 항의하는 학부모들 150여 명을 중심으로 서서히 세를 모으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풍선 5천여 개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경찰은 노란 풍선에 대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이라며 이들이 보신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
해직교사 최혜원씨는 "풍선이 아이들의 희망을 담은 상징인 만큼 31일 자정에 날려 보내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제지하는 경찰에 항의했다. 이날 타종 행사에는 이들에게 징계를 내린 서울시교육청의 공정택 교육감도 참석할 예정이다.
보신각 주변 인파가 불어나는 가운데 시위용 촛불을 종이박스 등에 담아 행사장으로 온 일부 누리꾼들이 물품을 압수당하고 경찰에 임의동행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한 단속 경관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 촛불을 켜면 자칫 화재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이 잠시 보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저녁 8시 50분 종로 보신각 주변에 해직교사들이 나눠준 풍선을 들고 다니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홍보 풍선을 만들던 해직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있는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 앞을 가로막는 등 원천봉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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