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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왜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나

홍준표 "파트너로 인정 못해"... 문국현 "한나라당 오만의 극치"

등록|2009.01.02 16:39 수정|2009.01.02 17:02

홍준표, '문국현과 마주 앉을 수 없다'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모여 회담을 열기로 한 2일 오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선진과창조모임 대화채널이 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신임 원내대표(오른쪽 뒷모습)로 바뀐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고 테이블 멀리 서 있자, 문 대표와 서갑원, 조정식 의원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당 대표는 그간 선진과창조모임 권선택 원내대표와 3자 협상을 벌여왔다. ⓒ 남소연



국회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의 최후 담판 과정에서 '문국현 변수'가 등장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오후 3시부터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담에 참석했지만 "문국현 원내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회담 시작 10여분 만에 퇴장해 버렸다.

이러한 변수는 일부 예상되긴 했다. 창조한국당 측에 따르면, 회담이 시작되기 전 홍 원내대표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통해 이렇게 요청했다.

"문국현 원내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기 때문에 교섭단체 대표로 인정하지 못한다. 교섭단체 대표회담에 오라고 연락하지 않겠다."

이에 따라 국회 대치정국을 타결하려는 여야 원내대표 회담이 당분간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준표 "강을 건너고 있는데 사공을 바꾸는 법이 어디 있나?"

이날 회담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국현 '선진과창조의모임' 원내대표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심기를 의식한 듯 "오늘 국민들은 홍 원내대표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을텐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원혜영 원내대표가 도착하고, 3시 5분을 넘긴 뒤 마지막으로 홍준표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홍 원내대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문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면서 "아까 세배 드리러 갔다"고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바로 비공개로 하겠다, 오늘은 사진 찍지 않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모여 막판 회담을 열기로 한 2일 오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선진과창조모임 대화채널이 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신임 원내대표로 바뀐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같이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하자 문 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홍준표 원내대표 (이하 홍준표) "권선택 원내대표와 협상을 계속 해왔다. 협상하는 과정에 당사자를 바꿀 수는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당사자가 8일까지 협상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용경 의원 (이하 이용경) "오늘 국회 교섭단체 대표로 등록했다. 국회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홍준표 :"그건 창조한국당의 입장이다. 그걸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용경 : "문국현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홍준표 : "예. 협상 막바지에 와서 바꿀 수는 없다. 당사자가 끝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민주당에서 양해해 달라. 아니면 양당만 협상해야 한다."
이용경 :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홍준표 :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문국현 원내대표(이하 문국현) "국민들은 홍 원내대표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 딱딱한 얼굴보다는…."
홍준표 "민주당이 양해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겠다. 강을 건너고 있는데 사공을 바꾸면 어떻게 하나? 협상 파트너를 갑자기 바꾸면 어떻게 하냐는 말이다."
문국현 "너무 억지 쓰지 마라."

10분만에 박차고 나온 홍준표 "이런 식으로 하면 협상 없다"

이후 홍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는 회담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돼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취재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만난다면 민주당만 만나겠다. 중간에 기수를 바꿀 수는 없다. 1월 8일까지 계속 그런 식이면 협상은 할 수 없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협상이 결렬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건 절차성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홍 원내대표에 이어 회담장을 나온 문 원내대표는 "오늘 부로 원내대표로 국회에 등록했는데 한나라당이 맘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모여 막판 회담을 열기로 한 2일 오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선진과창조모임 대화채널이 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신임 원내대표로 바뀐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자 문 대표가 홍 대표의 손을 잡은 채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원혜영 원내대표는 "곤혹스럽다"며 "오늘은 협상 성립 자체가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협상을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섭단체가 셋인데 그 중 하나를 제외하고 협상을 하는 것은 국회 기본원칙에 적합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를 '해프닝'으로 규정하고 "한나라당과 선진창조모임 사이에 해결해야 될 문제다, 이 문제로 대화가 단절되어서는 안된다"고 공식 논평했다.

한편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퇴장하기 전에 '문 원내대표와는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 추후 연락해라'고 하면서 나와서 우리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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