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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김용옥 정재승...글쟁이 18명을 만나다

[리뷰] <한국의 글쟁이들>, 대중과 지식을 나누는 그들의 노력

등록|2009.01.02 19:25 수정|2009.01.02 19:25
공병호, 구본형, 김용옥, 김세영, 노성두, 이덕일, 이원복, 이인식, 이주헌, 임석재, 정민, 정재승, 조용헌, 주강현, 주경철, 표정훈, 한비야, 허균.

문자와 담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들의 책 한 권, 글 한 편은 읽었을 것이다. 만화에서부터 인문학, 건축, 동양학과 교양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이다.

▲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박제선



좋은 책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한겨레 출판담당 기자로 일해 온 구본준 또한 글쟁이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 했다. 기자라는 직업의 좋은 점일까. 그는 아예 각 분야의 저술가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동안 <한겨레> 책 섹션에 '한국의 글쟁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그리고 2008년 여름 내용을 보강해 <한국의 글쟁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책을 펴냈다.

제목처럼 <한국의 글쟁이들>은 18명의 글쟁이를 소개하는 책이다. 정확히는 인터뷰 모음이다. 저자가 이들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저자는 지식의 소통과 공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글쟁이'들은 몇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임석재·정민·정재승·주경철 교수처럼 학자로서 자기 전공 분야의 최신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이들이다. 교수가 글 쓰고, 책 내는 일을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많은 교수 중에서 저자가 굳이 이들에 주목한 이유는 자기 연구 분야와 대중을 이어주는 책을 쓰기 때문이다. 정재승 교수는 "연구 외에 업무의 10~20 퍼센트 정도는 자신이 받는 지식과 혜택을 대중과 공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지식인의 책무를 강조한다.

두 번째는 교수 사회에 속하지 않은 전문가들이다. 공병호·노성두·이덕일·주강현·허균 등이다. 이들은 학문적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적 글쓰기로 자기 분야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학자 출신이나 전공자는 아니지만, 저널리스트적 감각으로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을 써온 이들도 있다. 엔지니어 출신 과학저술가 이인식,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 한비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기자 출신 저술가들도 있다. 한겨레 미술담당 기자 출신 이주헌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이다. 앞에서 소개한 이들은 미술, 자기계발, 과학, 인문, 역사 등 자기 전문 분야가 확실하다. 그러나 표씨는 전문 분야가 '출판'으로 책과 직결된다. 2000년대 들어 출판평론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출판사나 출판 관련 저널리스트 출신들이다. 표씨가 이들과 닮은 점이라고는 무지막지한 책벌레였다는 것뿐이다.

저자는 표씨를 "오로지 책벌레로만 지내다가 인터넷 시대에 자연스럽게 출판 글쟁이가 된 특이한 케이스"라고 소개한다. 좋아하는 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정리해 온 것이 소문을 타고 그를 출판칼럼니스트로 '데뷔'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쟁이들은 출신도, 관심분야도 다르지만 모두 대중과의 소통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이들이 "'전달력'을 중시하며 독자지향적인 기획 마인드를 추구한다"며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이어주는 매개자이자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글쟁이'들이 '아카데미즘' 영역인 학계의 연구 성과를 '저널리즘'적인 소재 선택과 글쓰기로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두 영역이 소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의 글쟁이'들이 "아카데미즘의 약점인 어렵고 딱딱한 글쓰기는 극복하되 장점인 전문성은 살리고, 언론으로 대표되는 저널리즘의 약점인 전문성 부족을 극복하면서 강점인 전달력을 추구하는 것이 저술가들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들의 '글쟁이'들에 대한 호응은 이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대중의 시각으로, 대중이 궁금해 하는 콘텐츠로 무장한 저술가들이 더욱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저술가들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작은 재미 1]
18명의 글쟁이를 만나면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모두 엄청난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함께 실린 사진은 대부분 그들의 작업실이나 서재가 배경이다. 사진에서도 그들의 독서량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꾸준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도 메모로 남겨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취재와 연구도 뒤따른다. 이 두 가지는 모든 ‘글쟁이’들의 기본으로 보인다.

[작은 재미 2]
책을 읽다 보면 글쟁이들의 ‘좋은 문장’ 쓰는 법을 엿볼 수 있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글 잘 쓰는 법’으로 ‘종결어미’ 관리를 귀띔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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