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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42)

― ‘최소한의 예의’, ‘최소한의 배려’ 다듬기

등록|2009.01.02 19:47 수정|2009.01.02 19:47
ㄱ. 최소한의 예의

.. “소리 좀 줄여요. 이 집에 아저씨 혼자 사셔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거 아녀요?” ..  《김수정-아기공룡 둘리 (5)》(예원,1990) 7쪽

“지켜야 할 거 아녀요”는 “지켜야 하지 않아요”나 “지켜야지요”로 다듬어 줍니다.

 ┌ 최소한(最小限) = 최소한도
 │   -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다 / 끝내는 데 최소한 세 시간은 걸린다
 ├ 최소한도(最小限度) : 일정한 조건에서 더 이상 줄이기 어려운 가장 작은 한도
 │   - 최소한도의 아량을 베풀다 /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 적어도 예의는 지켜야
 │→ 하다못해 예의는 지켜야
 │→ 조금이나마 예의는 지켜야
 └ …

문득, 우리들은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 어떤 예의를 지키고 있는가 궁금해집니다. 우리들은 우리 삶터인 한국땅에서 함께 살고 있는 풀과 나무한테는 어떠한 예의를 지키고 있으려나요. 들짐승이나 날짐승한테는, 그리고 바다와 강에 사는 목숨붙이한테는 어떠한 예의를 지키고 있을까요.

 ┌ 조금이나마 이웃을 생각하셔야 하지 않아요
 ├ 터럭만큼이나마 남들도 생각하셔야지요
 ├ 다른 사람 생각도 하셔야지요
 └ …

이웃사람 삶과 삶터를 곱다시 헤아리지 않는 한국땅 사람들이니, 한국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뭇 목숨붙이 삶과 삶터는 보나 마나일는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따스함이 사라지거나 엷어지고 있는 판에, 사람 아닌 목숨붙이 이야기는 들먹거릴 수 없을는지요.

따스함이든 따뜻함이든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어서 우리 얼이나 넋도 내팽개쳐지는가요. 우리 말이나 글이 받는 푸대접은,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노릇인가요.

 ┌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다 → 줄일 수 있는 만큼 돈을 줄이다
 ├ 최소한 세 시간은 → 적어도 세 시간은
 ├ 최소한도의 아량을 베풀다 → 조금이나마 너그러움을 베풀다
 └ 최소한도로 줄이기 위해 → 가장 적게 줄이고자

지식으로 치닫고, 정보가 넘칩니다. 교육받은 사람이 늘고, 학원은 수없이 생겨납니다.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은 갈수록 두툼해지고, 인터넷에 띄워지는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지식덩어리 물결 어느 곳에서도 서로를 조금 더 보듬어 주는 손길을 보기 힘듭니다. 스스로 다소곳하게 추스르면서 이웃을 부드러이 맞아들이는 눈길을 찾기 어렵습니다.

ㄴ. 최소한의 배려

.. 그건 어쩌면 장민기한테 선생님이 베푸는 최소한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  《박효미-길고양이 방석》(사계절,2008) 27쪽

‘배려(配慮)’란 “마음을 쓰는 일”을 가리킵니다. 보기글에서는 ‘마음씀’이나 ‘마음’ 또는 ‘사랑’으로 다듬어 봅니다. 그러나 한자말 ‘배려’가 글쓴이한테는 더없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그대로 둔 채 토씨 ‘-의’만 덜어낼 수 있습니다. 한편, 한자말 ‘배려’를 굳이 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면, 토씨 ‘-의’도 덜고 이 한자말도 덜어내 줍니다.

 ┌ 선생님이 베푸는 최소한의 배려인지도
 │
 │→ 선생님이 최소한으로 베푸는 배려인지도
 │→ 선생님이 조금이나마 베푸는 마음인지도
 │→ 선생님이 그나마 베푸는 사랑인지도
 │→ 선생님이 그나마 마음써 주는 일인지도
 │→ 선생님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써 준 셈인지도
 └ …

누구나 마음을 쓰기 나름입니다. 마음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서 한결 알맞고 애틋하며 사랑스럽게 말을 하거나 글을 적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을 기울이기 나름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기울이느냐에 따라서 좀더 걸맞으면서 살갑고 아름답게 말을 하거나 글을 적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을 쏟기 나름입니다. 마음을 어느 만큼 쏟느냐에 따라서 더욱 어울리고 푸근하면서 따스함 깃든 말을 하거나 글을 적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하나 쓰지 못한다면, 마음 한 번 기울이지 못한다면, 마음 한 자락 쏟지 못한다면, 이도 저도 되지 않습니다. 말은 말대로 살리지 못하고, 글은 글대로 북돋우지 못합니다. 우리 생각은 생각대로 키울 수 없고, 우리 넋은 넋대로 돌보지 못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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