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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새벽을 열며, 신년 일출산행

경남 양산 오봉산에서 떠오르는 2009년의 해를 보다

등록|2009.01.03 10:10 수정|2009.01.03 10:10

일출2009년 기축년 새해 일출... ⓒ 이명화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해가 저물고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참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일들을 더듬어 본다면, 이명박 정부출범, 숭례문화재, 미국산 쇠고기 논란,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 금융위기, 배우 최진실을 비롯한 연예인의 자살 사건과 경제적 비관 자살 등 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렸던 한해였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지만, 한 해도 다 저물고, 2009년 새해가 밝았다. 2008년 마지막 몇 날들을 집에서 조용히 새해 계획을 하며 보내려 했지만, 가족들 모임으로 몇 날을 정신없이 보내고 말았다. 2009년 기축년, 새해 이른 새벽엔 일찍 일어나 새벽 예배를 드리고 신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가까운 물금 오봉산(경남 양산)에 올랐다.

일출2009년 신년 첫날, 이른새벽 일출을 보기위해 물금 오봉산을 오르다... 오봉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 이명화


마침 아들도 연말에 집에 들렀기에 이번엔 셋이서 새벽산행을 하기로 했다. 깜짝 추위가 찾아온 2009년 1월 1일 이른 새벽 공기는 온 몸을 움츠려 들게 했지만 나름대로 단단히 무장하고 새벽 5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아직도 도시는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양산 시내를 벗어나 물금 성당 앞에 차를 세웠다. 오봉산은 범어에서 출발하는 길이 있고, 화제 임경사에서 출발하는 길이 있는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물금성당에서 올라가는 길은 오봉산 정상까지 직선코스로 가는 길로, 빠른 대신 급경사 길이다. 숲은 아직 어둠에 싸여 있어 랜턴 불빛을 의지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셋이서 산길을 올랐다. 어둠 속에 조용히 서 있는 나무들, 깜깜한 숲길을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일출2009년 신년 첫날 이른새벽...일출을 보기 위해 오봉산에 오르며... 능선길에서 내려다본 새벽 시가지 풍경... ⓒ 이명화


일출신년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물금 오봉산에 오르는 길...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새벽 풍경... ⓒ 이명화


조금 넓은 길엔 셋이서 손을 잡고 걷다가도 조금 가파르고 좁은 길을 오를 땐 한 줄로 서서 더듬더듬 어두운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깜깜한 어둠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지면서 능선길에 오를 때쯤엔 사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 능선 길을 걸을 땐 낙동강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와 닿아 찬 바람을 맞으며 걸어야 했다.

이른 새벽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 시렸다. 오봉산 정상에 오르자 우리보다 먼저 온 열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정상표시석 앞에서 신년 첫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서 있었다. 바람이 거침없이 와 닿았다. 가만히 서있을수록 발이 시리고 손가락이 깨질 듯이 시리고 아려서 힘들었다. 모두들 추워하면서도 새해 첫 날,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여명이 붉게 물드는 먼 앞산을 바라보며 해가 높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출신년 첫 날...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 이명화


일출2009년 신년 첫날...오봉산에서 일출을 보며... ⓒ 이명화


가파른 등산로를 오를 땐 어두컴컴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지만 능선 길을 따라 걸으면서 지피기 시작한 붉은 여명은 아직도 먼 앞산 뒤에서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해가 솟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해 아침의 첫 햇덩이는 쉽게 보이지 않고 여명만 점점 더 넓게 퍼져갔다. 저 산 꼭대기 위로 붉은 기운대신 황금빛 밝은 기운이 돋는 것이 보였다.

곧 해가 떠오를 모양이었다. 해를 기다리며 서 있던 사람들이 ‘어, 이제 해가 떠오르나보다’고 웅성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던 밝은 기운은 바로 새해 첫 햇덩이였다. 갑작스럽게 쑥 올라온 아침 해는 금방 높이 치솟아 올랐다.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너도 나도 얼굴을 바라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일출2009년 기축년 첫날...물금 오봉산에서 일출을 보다... ⓒ 이명화


일출... ⓒ 이명화


우리 셋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마주 잡은 손을 더 꼭 잡았다. 어떤 사람은 친구에게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새해엔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고 말했다. 해가 둥실 떠오르자 햇살이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쳐 빛나게 했다. 손가락이 깨질 듯 시려서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곧 하산해야 했다.

손이 얼마나 시린지 하산 길에 한참동안 장갑 낀 손을 마사지 하듯 주물렀다. 산 중턱 쯤에 내려와서야 시린 손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앞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이번 신년 일출산행으로 감기몸살을 얻어 끙끙 앓아누웠지만, 신년 일출 산행을 남편과 나, 그리고 아들과 함께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일출2009년 신년 첫날...오봉산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능선 길... 낙동강에도 신년 첫 해가 비쳐들고... ⓒ 이명화


1월 1일, 신년 첫날은 아주 맑음이었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 해도 저물었다.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어둠을 살라먹고 붉고 찬란한 해가 떠오르지 않았는가. 2009년 기축년 첫 해가 찬란하게 밝았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듯, 2009년 한 해가 우리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새벽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중략)...

빛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전광처럼 달려와 박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결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선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들을 씻어 내어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이전의 생명이 되어
혼돈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암흑의 벽에
섬광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예감하는 눈만이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광원이 된다. -정한모 ‘새벽’
2009년 신년 첫날, 일출

ⓒ 이명화


1.일시: 2009년 1월 1일(목). 맑음
2.산행기점: 물금성당
3.산행시간: 2시간 30분
4.진행:물금성당(새벽6:05)-약수터(6:20)-체육시설(6:40)-오봉산정상(7:20)-새해일출시간(7:42)-하산(7:45)-체육시설(8:15)-약수터(8:25)-물금성당(8:35)
5.특징: 물금성당-체육시설(6:40):어두워서 랜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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