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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총파업, 이제는 연예인이 나서야 할 때

등록|2009.01.03 19:27 수정|2009.01.03 19:27
'민주-반민주' 구도의 재형성(?)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지난 해 12월 26일 시작돼 해를 넘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악법을 막기 위한 이번 총파업에 국민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큰 규모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MBC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심상치 않다. MBC의 전면파업으로 본방송이 어려워지고 재방송이 잇따르고 있으나 해당 홈페이지에는 항의는 커녕 지지의 글이 게시판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국회에서는 국회사무처의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국회경위들이 의사당 진입을 막고 있는 민주, 민노당의 당직자 및 의원들과 몸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싸움이 어디까지 갈지 알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당히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한국사회에 한동안 사라졌던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재편될 것도 같다는 판단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여느 총파업과 다르고 여느 정권반대투쟁과 다르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처럼 '훈훈한 파업'이어서도 있겠지만 그간 정부, 여당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라 언론을 통해 듣기 힘들었던 것과 달리 파업에 동참한 적지 않은 언론에서 분노와 항의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고 있다. 며칠전 보신각 타종행사에 대한 MBC 신경민 앵커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국민들은 다시금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촛불시위의 교훈

일각에서는 '촛불시위의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작년 여름을 달구었던 촛불시위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승리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하기에 우리들이 얻은 것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대중은 동의할만한 내용과 정책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그에 걸맞는 형식과 틀도 중요하다. 기존 운동권에서는 언제나 '옳은' 내용과 정책을 주장하지만 동참하지 않는 대중을 향해 뒤돌아서 '우매한 대중'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여름 확인했다. 촛불시위를 통해 100만의 시민이 거리로 달려나오지 않았는가? 그것도 100일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수천, 수십만의 사람이 매일같이 자리를 지켰다. 더 이상 대중을 비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중이 모이지 않는 것은 대중이 우매하거나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비록 내용과 정책이 옳았으나 그들이 일상을 포기하고라도 달려올만한 형식과 틀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대중이 언제나 함께할 수는 없다. 적어도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중 '이 정도는 국민이 참여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할 만한 일에 한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생활을 포기할 만큼 절실한 문제는 결코 많을 수 없으니까.

또한 촛불시위를 통해 대중은 매우 내실있는 학습을 했다. 혹자는 촛불이 사그러든 이후 이명박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에 절망한다. 그러나 정치(선거)가 상대방의 것을 빼앗아 오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것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바둑에서도 '아생연후살타(내가 먼저 산후에 남을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우리 나라 인구분포상 경상도 인구가 더 많은 것은 사실임에도 지난 2차례 우리들은 비경상도권 대통령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했고 그 역풍은 한나라당에게로 돌아갔다.

한나라당이 무슨짓을해도 그들을 지지할 사람들이 30-35%라고 한다. 지금 우리들은 그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 집권초기 이명박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던 것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돌아선 것이 아니라 우물쭈물 하는 모습에 지지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오히려 최근 강경모드, 보수일색 정책을 펼치며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 민노당 등 진보, 개혁 정당의 방향은 무엇인가? 강경하게 개혁드라이브를 펼쳐야 한다. 민주당의 국회의사당 점거농성이후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소폭이지만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치(선거)는 남의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 보수(수구)의 고정표가 30-35%라면 진보(개혁)의 고정표도 30-35%다. 노무현 정부는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다 진보세력의 지지마저 잃었던 것이다.

이제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에 눈을 뜬 더 많은 대중은 어설픈 개혁, 어슬픈 진보가 아니라 분명한 진보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촛불시위는 유사 개혁, 유사 진보의 폐단을 깨달았고 여차하면 스스로 거리로 나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다. 촛불시위 기간 상당수의 사람들이 민주당을 질타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MB악법 저지의 외연을 넓혀야

촛불의 경험 중 가장 큰 교훈은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일부 소수의 투쟁이 아니라 폭넓은 공감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그러나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촛불시위 이전까지 폭넓은 대중의 참여가 이뤄진 운동이 얼마나 있었는가?
여고생이 시작했다. 여고생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오빠'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고 '오빠'들의 동참을 끌어냈다. 그 이후 연예인들의 지지발언이 러쉬를 이루었다. 연예인들을 통해 심각성을 인식한 시민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왔고 경찰의 강경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내면적 요구와 자발성이 작동된 것이다. 거기에 연예인들이 기름을 부었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참 돌아왔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분명 쇠고기 시위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다.
특히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미디어악법은 방송국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을 접하는 국민 모두의 문제요 특히 언론의 포커스를 받는 연예인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이 장악되면 '문화다양성'은 억압되게 마련이고 관제언론이 자리를 잡으면 박정희, 전두환 시절과 같이 정권을 찬양하는 반공영화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수들은 건전가요를 강요당할지도 모른다.
'설마...' 라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나 있던 일이 재현되고 있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시

위의 말에서와 같이 지금 남의 일이라고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그 칼날이 결국 나에게 돌아왔을 때 함께 할 이가 아무도 없음에 절망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방송관계 7대 악법은 분명 연예인 본인이 당사자다. 당장 프로그램에서 밀려나는 것이 두려워 조용히 있다가 방송이 정권과 재벌에 장악이 된 후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는 연예인도 함께 나서야

촛불시위 과정에서 연예인의 지지발언은 분명 촛불시위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분명 그 당시 상당히 많은 연예인들의 동참이 있었고 오히려 대중의 폭발적 지지가 이어졌다. 마치 MBC 파업지지 선언과 비슷하다.
다행히 벌써 권해효, 박철민, 조재현 등 연예인들의 지지가 시작됐다.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연말 시상식에서 연예인들이 가벼운(?) 지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스크린 쿼터를 지켜달라며 거리로 뛰어나온 영화배우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스크린쿼터 지키기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방송국 노조원만 파업할 것이 아니라 연예인 노조도 파업해야 한다. 그것인 연예인 스스로도 자신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 아닐까? 더군다나 준연예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직장을 걸고 총파업에 나선 마당이다.
현 이명박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치에 반대하고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연예인이 있다면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자청해보면 어떨까? 그게 부담스럽다면 미니홈피에 지지의 글을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미래가 불안하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어쩌면 대중이 당신들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촛불시위에서도 확인했고, MBC파업에서도 확인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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