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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봉하마을엔 노란색 '희망 리본' 물결이 가득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 감나무에 매달기 시작 ... '희망탑', '희망엽서' 등

등록|2009.01.04 10:01 수정|2009.01.04 10:01

▲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 감나무에 '희망 리본'을 매달거나 '희망 엽서'를 써서 '희망 우체통'에 넣고 있다. ⓒ 윤성효


"당신이 봄입니다. 대통령님 보고 싶어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노란색 물결이 다시 펄럭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노란 풍선이 마을 곳곳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1년여만에 이번에는 노란색 리본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 앞 감나무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했지만, 이번에는 일반 방문객들이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이곳에 노란색 리본을 매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성탄절 무렵부터다. 신년 연휴를 맞아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갖가지 희망을 적은 리본을 나무에 매달고 있었다.

감나무에는 각각 '희망리본'과 '희망트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 옆에는 돼지저금통을 높이 쌓아 '희망탑'이라 해놓았다. 만남의광장 입구에는 '희망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노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방문객들은 엽서에 희망사항을 적어 '희망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만남의광장 중앙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인형이 세워져 있다. 노란색 잠바를 입고 있는 인형이다. 방문객들은 이 인형을 사이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방문객들이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 구속을 전후해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노건평씨의 세종증권 매각 비리 개입 의혹이 한창 불거졌던 지난해 12월 5일 노 전 대통령은 생가를 찾은 방문객 앞에서 "년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나오겠다" 인사했다.

사저 앞 만남의광장에서 방문객을 만나 인사했던 노 전 대통령은 그 이후부터 외부 일정도 전혀 잡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속에 방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 바람을 리본과 엽서 등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

12월까지 78만명 방문, 신정 연휴 방문객 계속

3일 오후에도 제법 많은 방문객이 봉하마을에 몰려들었다. 다목적광장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으며, 길 건너편 임시주차장에도 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노건평씨의 세종증권 비리 연루 의혹 사건이 터진 뒤 한동안 방문객이 줄었다가 최근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정 연휴 탓도 있겠지만, 새해 들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김해시청에서 운영하는 관광안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봉하마을 방문객 숫자는 78만명이 넘는다. 새해 첫날에만 900여명, 이튿날에는 2500여명이 찾았다.

문화관광해설사 강정옥씨는 "난 늦가을부터 조금 줄어들더니, 새해 연휴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다"면서 "대부분 방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번에 노 전 대통령이 따뜻해지면 나온다고 했는데, 그 뒤부터 한 차례도 만남의광장에 나오시지 않았다"면서 "방문객들도 요즘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 감나무에 '희망 리본'을 매달거나 '희망 엽서'를 써서 '희망 우체통'에 넣고 있다. ⓒ 윤성효


'희망리본'과 '희망엽서'는 노사모에서 만들어 생가 옆 만남의광장에 비치해 놓은 것이다. 노사모 사무국장(아이디 '필승')은 "노 전 대통령이 요즘은 나오시지 않으니까 방문객들이 안타까워 한다"면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보자는 의미에서 리본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우체통에는 제법 많은 엽서가 모아진 것으로 아는데, 아직 노 전 대통령께 전달해 드리지는 않았고, 조만간 배달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만남의광장에 나오시지 않아 아쉬운데, 방문객들이 조금 더 풍성한 느낌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트리와 탑도 만들어 보았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왔다고 한 김희철(56)씨는 "요즘은 노 전 대통령이 만남의광장에 나오시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왔다"면서 "남해고속도로를 지나는 길에 새해가 되기도 해서 한 번 들러보자고 해서 왔는데, 노란색 리본이 많이 달려 있으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온 초등학생 박희수(12) 군은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 건강하시라는 내용으로 엽서를 썼다"면서 "그래도 혹시 나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왔는데, 뵙지 못하고 돌아가니 아쉽다"고 말했다.

한 방문객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다. "항상 건강 챙기시고, 진정한 민주주의 위해 대통령님이 희망을 보여 주세요. 그립습니다."

이날 봉하마을 입구 쪽에 있는 노건평씨 집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봉하마을의 노란색 '희망 리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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