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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도너츠 만들기 도전

처음 만드는 도너츠 잘 만들었네요, 맛도 있구요

등록|2009.01.05 10:17 수정|2009.01.05 10:17

튀긴 도넛 담기딸은 도넛을 튀겨 휴지를 깔고 담았습니다. ⓒ 변창기


"아빠, 나 도너츠 한번 만들어 보면 안돼?"

일요일(4일) 낮 운동 삼아 지인들과 산을 타고 저녁 7시경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 중학생이 되는 딸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있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아내는 지금 없습니다. 작년 말 아내는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아들이랑 강화도 처가댁에 갔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딸이 뭐 하고 싶다면 다 들어주는 쪽입니다.

딸이 만든 도넛 모양딸은 갖가지 도넛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 변창기


운동 삼아 산타고 오면서 다른 한 분과 함께 와서 대화 중에 딸이 도너츠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해서 그럼 한번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나와 지인은 거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딸은 부엌에서 뭔가를 덜그덕 거리며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왜이리 연기가 많이 나죠?"

지인이 말해서 부엌 쪽으로 보니 연기가 자욱 했습니다.

"해림아 왜 이리 연기가 많이 나노?"

뭔 일인가 싶어 부엌 쪽으로 후다닥 가보니, 이런… 딸이 불조절을 못해서 처음 한 도너츠를 새까맣게 태우고 있었습니다. 웃어야 할 지 화내야 할 지….

"해림아 이기 뭐꼬, 불조절을 잘해야지"

우선 불을 끄고 시커멓게 타버린 도너츠를 덜어 내고 기름을 버렸습니다. 얼마나 태웠는지 기름이 새까매져 있었습니다. 연기를 빼려고 창문도 열었습니다. 기름을 적게 부어 이건 튀김인지 부침개인지 분간이 안갔습니다.

"아빠가 좀 도와 줘요."

딸은 안 되겠던지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나는 지인과 하던 대화를 멈추고 딸의 도너츠 튀기기를 도와 주었습니다. 살펴보니 어디서 났는지 도너츠 전용 가루 봉지와 우유도 있었습니다. 우유를 붓고 반죽을 하고 모양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방바닥에 그냥 해서 방바닥이 온통 밀가루 투성이었습니다. 속으로 하는 짓이 기특해 웃기기도 했습니다.

웃는 모양 도너츠딸은 여러가지 모양의 도너츠를 만들었습니다. 도너츠가 웃고 있다며 아빠에게 보여 줍니다. ⓒ 변창기


"잘 봐 이렇게 하는 거야."

타버린 기름을 버리고 후라이팬을 씻은 후 가열하고 다시 식용유를 넉넉히 부었습니다. 그리고 불을 약하게 하여 식용유를 달구었습니다. 그 후 딸이 만든 도너츠 모양을 하나씩 끓는 식용유 속에 넣었습니다. 도너츠 반죽 모양이 끓는 식용유 속에 들어가자 자글자글 튀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골고루 익으라고 자주 뒤집어 주면서 익혀 나갔습니다. 색이 제법 짙은 갈색으로 변하게 튀겼다가 꺼내어 그릇에 놓았습니다.

몇차례 해주다가 해보라며 나무 젖가락을 넘겨 주었습니다. 그 뒤 나는 다시 지인과 앉아 거실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지인이 떠난 후 나는 다시 딸에게 가보았습니다. 시킨 대로 잘 했습니다. 딸은 도너츠를 잘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한그릇 만들어 두고 맛보라며 한 개를 젖가락으로 집어 주었습니다. 처음 것은 겉은 새까맣고 속은 덜 익었더니 나중 것은 다 잘 튀겨져 있었습니다.

익어가는 도너츠노릇노릇 익어가는 도너츠. 다 익은 도너츠는 그릇에 담았습니다. ⓒ 변창기


아빠가 도너츠 하나를 집어 먹으려 하자 딸은 안 된다며 자기 혼자 다 먹을 거라며 젖가락으로 손을 탁 하고 쳤습니다.

"에이~ 우리 딸 욕심쟁이."

그렇게 말하니 씨익 한번 웃고 맙니다. 딸이 만든 도너츠 딱 한 개 밖에 먹어보지 못했지만 귀여운 딸의 도너츠 만들기 체험이 재밌었습니다. 딸은 고무 봉다리에 도너츠를 모두 넣어서 꼭꼭 숨겨 두고는 내일 자고나서 먹을 거라고 합니다.

도너츠를 다 만들고 나서는 부엌을 깨끗하게 닦고 정리까지 해두었습니다. 아마도 엄마에게 혼날까 걱정되어 청소를 깔끔하게 해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위험하다며 딸이 그런 거 만들어 먹는 거 못하게 합니다. 먹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가 해주곤 하지요.

어렸을 적에 우유를 먹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고, 혼자 도너츠 재료로 반죽을 하고 모양을 만들고 튀겨 내는데 성공하는 정도로 커버렸네요. 세월이 벌써 그렇게 흘렀네요. 하하하. 아빠로서 참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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