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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이어 아들까지 입원한 사연

병실에서 본 사람 사는 이야기, 또 다른 희로애락의 일단

등록|2009.01.05 15:45 수정|2009.01.05 15:45

▲ 병원은 무시로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합체이기도 하고요. ⓒ <하우스>시즌1


오늘 얼추 2주 만에 병원을 퇴원했습니다. 늘 뻔한 병실에서 화장실과 복도 따위만을 왕복하며 지내야 하는 고달프고 짜증나며 우중충하기까지 한 병원을 나오니 우선 좋습니다.

한솥밥을 먹었던 같은 병실 환우 세 분은 제가 먼저 퇴원한다고 하니 아쉬워 하시면서도 "병원에선 가급적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게 제일이다!"며 환영해 주셨습니다.

제 몸을 추스른 연후에 연락을 취해 대폿잔을 나눌 요량으로 환우들과 휴대전화를 서로 나눴습니다. 2주 가까이 병원에서 있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사람 사는 풍경과 냄새를 많이 맡았습니다.

우선 같은 병실의 환우 한 분은 부인이 만날 찾아오시어 정담을 나누다 돌아가시는 따위의 진정 훈훈한 부부애를 여실히 보여 주셨지요.

제 바로 옆자리의 할아버지께선 할머니를 태우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입원하신 경우입니다. 근데 병원은 남녀가 유별한지라 할머니 병실은 제가 입원했던 402호가 아닌 바로 옆방이었지요.

근데 사흘 전엔 그 할아버지의 아드님께서 목욕을 하다가 그만 비눗물 바닥에서 넘어지는 사단이 벌어졌답니다. 그 바람에 그 아드님까지 이 병원으로 오시는 바람에 세 분 식구가 모두 같은 병원에 입원하는 어떤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같은 병동의 같은 층(層) 병실은 낮에는 늘 문을 열어두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다른 병실 환우들도 놀라와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지난주에 퇴원한 30대 후반 아빠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아들이 항상 그렇게 제 아빠의 수발과 말동무 노릇을 했었습니다. 근데 아이가 인사성이 좋고 싹싹하며 본데까지 있어 많은 분들이 그 아이를 사랑해 주었지요.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 아이 아빠는 산재환자인데 너무 오랫동안 입원하였기에 건강보험법 상 입원 기한이 넘었다나 뭐라나 하며 내년, 그러니까 올해 1월에 해가 바뀌면 다시 입원하겠다며 지난주에 퇴원했던 것이었지요.

그 아이 아빠가 퇴원하면서 제 얼굴을 보지는 못 하였습니다. 그건 아마도 당시에 제가 물리치료실에 있을 때 퇴원한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 얼굴이
지금도 어떤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 부자가 우리 병실에 와서 먹을 걸 나눠먹으며 대화를 나누었기에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아이는 불과 세 살이었을 때 그만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엄마를 잃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함에도 아이 얼굴에선 그 어떤 어두운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그 아빠 역시도 아들을 마치 친구인 양 격의 없이 대하는 등 살가움이 갓 바른 물감처럼 뚝뚝 흘러넘친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병원은 무시로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합체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제가 그 병원을 퇴원했지만 지난주에 퇴원한 그 아이 아빠는 아마도 이번 주 중에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같은 병실 환우들이 이야기 하셨습니다.

근데 병원은 역시나 오래 있을 곳은 못 됩니다! 하여 그 아이 아빠 역시도 이번에 다시금 입원하게 되면 서둘러 병을 완치한 뒤 하루라도 빨리 영구 퇴원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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