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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조교 집단해고..."13년 부리고 커피머신 취급"

[현장]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의 2009년 첫 번째 집회

등록|2009.01.05 19:24 수정|2009.02.04 15:55

▲ 민주노총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이 5일 오후 12시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장일호


5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본관 앞에서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명지대지부의 2009년 첫 번째 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유 없는 부당해고 명조교(행정/사무)는 불허한다', '고용안정 보장받고 일한만큼 대우받는 고용환경 창출하자'는 현수막이 본관 앞에 세워졌고, 13명의 소규모 대오는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명지대', '우리는 단지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집회를 준비하는 조합원들은 다소 서툴렀으나 씩씩했고, 본관 앞을 지나는 학생들은 낯선 풍경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일반 행정직 직원을 '조교'로 고용해온 대학

명지대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해 8월 40명의 행정조교를 정리해고했고, 이어 오는 2월 말, 95명의 인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해왔다. 그러나 조교들을 해고한 자리에는 같은 수의 신규인력이 채워졌고, 이에 행정조교들은 '부당해고'에 맞서 노조를 결성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3일 밤을 새웠다"는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의 서수경 지부장(명지대 생명과학과 91학번)은 "사람들이 노조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며 힘차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 측과 대화를 통해 최대한 협의를 이루려고 노력했으나 어려웠다"고 말하며 노조 측의 부당해고를 알리려는 노력을 학교 측이 탄압해왔음을 호소했다.

서 지부장은 "사람들이 조교라고 하면 대부분 '대학원생이 1~2년 잠깐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에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 어렵다"며 "명지대 행정조교의 경우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부서장의 임용추천 의뢰에 의해 1년 단위로 재임용되며 최장 13년 동안 일해온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명지대 행정조교 150명의 80% 이상은 명지대 졸업생으로서, 교수와 시간강사의 일정 관리 및 성적처리 등 학교 내 각종 행정·사무 업무를 담당해왔다. 서 지부장에 의하면 "오랫동안 근무해 온 조교들의 행정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 40명을 해고했고, (당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 조교는 해고 이후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신규로 채용한 연구원이 경험이 없어 담당업무를 못하자 권고사직당한 능숙한 행정조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감행한 학교가 "돈을 이중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9일 노동자·학생 간담회에서 김일곤 민주노총 대학노조 조직국장은 타대학의 행정조교 사례를 들며 "동덕여대, 외대의 경우 비정규직 조교를 정규직화 했으며, 명지대처럼 조교로만 구성된 한양대 지부의 경우 2년 이상된 조교 70명이 정규직화 됐고 학사지원직원으로 직위를 변경함은 물론 정년 50세를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일선학교에서 2년이상 장기근로자를 재임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주상호 명지대 기획실장의 말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 발언하고 있는 서수경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 ⓒ 장일호


▲ 12월 1일자 명대신문은 조교들의 부당해고와 관련된 기사를 실으려고 예정했던 지면을 백지발행했다. ⓒ 박용석


"내 모교가 이렇게 비민주적인지 몰랐다"

그간 명지대는 조교들의 부당해고 관련 기사가 실릴 예정이었던 <명대신문>의 백지발행 및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인 명지광장의 로그인 차단 등 노조와 노조의 입장에 동조하는 학생들의 의견 표명을 여러 통로로 막아왔다. 서 지부장은 "내가 졸업하고 10년 넘게 근무한 학교가 이렇게 비민주적인지 몰랐다"며 "자랑스러운 명지대를 위해 조교들의 고용안정 뿐 아니라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연대발언에 나선 원영진 민주노동당 서대문구 위원회 사무국장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벌이지는 이같은 일들이 안타깝다"며 "일한만큼의 권리를 찾고 자신의 일자리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또 이평성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도 "명지대 노조 조합원들의 노조설립과 집회는 정당하다"며 학교 측의 성실 교섭과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 학생들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조복형 명지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 장일호


학생들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경영정보학과 04학번 박용석씨는 "매년 등록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 학교가 말하는 설립이념인 사랑·진리·봉사인가"라고 물으며, "높은 등록금이 부당하고 비정규직 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학교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비방이라며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면,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용석씨 또한 학교 자유게시판 접근을 차단당한 상태이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조복형씨 또한 "학우들에게 조교들의 해고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것이 학생회의 존재이유이고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보호가 아닌 해고법

명지대 주상호 기획실장은 지난해 11월 <뉴시스> 인터뷰에서 "학교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며 부당해고가 아니라 권고사직이었고, 일선학교에서도 2년 이상 장기 근로자를 재임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무기근로계약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조직 슬림화를 이유로 해고하고서는 같은 수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각종 채용사이트에 직원모집 공고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 다음까페(http://cafe.daum.net/MJU-MWM)가 11월 28일 캡쳐한 사람인 채용공고 화면. ⓒ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


실제 학교 측은 지난 11월 13일부터 리쿠르트, 사람인, 잡코리아 등에 '직원 모집'으로 공고를 올렸다. 그러나 노조 측이 전화해서 물어 본 결과 "직원이 아닌 1년 계약직 행정보조 업무로 비정규직 보호 법안 때문에 2년까지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만료로 해고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비정규직

12월 19일 출범식을 한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는 현재 150명의 행정조교 중 32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이며, 이들 중에는 퇴사권고를 받지 않았지만 "학교 측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가입한 조합원도 있"다고. 2월 말 해직을 앞두고 있는 서 지부장은 "힘차게 싸워 승리할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처음엔 많이 울었지만 이젠 많이 웃으면서 우울함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며 "13년 근무한 사람을 커피머신 취급하는 학교였다, 내가 나간 자리에서 일할 후배가 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할 것을 생각하면 선배 입장에서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다"며 밝게 웃었다. 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고용안정이 이뤄지면 내 삶이, 내 아이의 삶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의 동문을, 한 아이의 엄마를 투사로 만든 대학. 투쟁을 권하는 사회에 맞선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웃으면서 싸우겠다"고 낙관했다.

이에 대해 권철안 명지대 교육지원처 차장은 "계약이 만료돼서 나가는 것 뿐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며 "재정이 어려워서 내보낸 것이 아니라 학교 슬림화 방안에 의해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교들이 엄밀한 의미에서 직원들이 하는 일을 해왔다"면서도, "행정조직의 효율화 작업이 진행중이며, 앞으론 조교가 아니라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필요한 인력을 쓰게 될 것으로서 처우와 하는 일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슬림화 계획에 관해서는 "논의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노조 측과의 교섭에 관해서도 "그동안은 입시철이라 바빠서 교섭을 진행할 수 없었지 응하지 않은 게 아니며 12일로 첫 교섭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했다.

또 <명대신문>의 백지발행 및 일부 구성원들의 게시판 차단에 대해서 "게시판에 매번 대응하기도 힘들고 틀린 얘기가 많은데 사사건건 알려주기 힘들다"라며 "모든 것이 다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명예손상을 입히고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자하고만 얘기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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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의 공식카페 '명지대 조교협의회'의 주소는 http://cafe.daum.net/MJU-MW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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