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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뉴타운 공약' 법정에 서다 검찰 "무죄"라는데, 법원 "재판 받아라"

법원, 검찰의 무혐의 처분 뒤집어... 안형환 의원도 재판 회부

등록|2009.01.05 22:37 수정|2009.01.06 02:00

▲ 18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던 지난해 3월 27일 오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흑석시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법원이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발표했던 한나라당 정몽준·안형환 의원을 재판에 직권 회부하기로 5일 결정했다.

이는 두 의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검찰의 '여당의원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1부(이기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 의원 등 5명의 서울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과 관련해 정 의원과 안 의원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법원이 고소·고발인의 신청을 검토해 기소를 명령할 수 있는 제도로, 법원의 인용 결정은 검찰의 공소제기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일단 법원이 인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불복할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두 의원은 법원에서 선거법 재판을 받아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불기소처분을 내린 지방검찰청이 공소유지 의무를 져야 하는 것도 검찰이 부담스러워 할 만한 대목이다. 두 의원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찰이 법원 결정으로 인해 이들의 유죄를 입증해 구형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면죄부' 줬던 검찰, 유죄 입증해야 하는 처지로

▲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자료 사진). ⓒ 유성호


두 의원은 작년 4월 28일 민주당으로부터 선거법 250조(허위사실 공표)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하 날짜는 2008년 기준)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정 의원은 3월 27일 총선 출정식에서 "사당동과 동작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 오세훈 시장을 만나서 확실하게 설명했고 오 시장도 확실하게 그렇게 동의를 해줬다"는 말을, 안 의원(서울 금천)은 4월 7일 시흥3동 박미시장 유세에서 "며칠 전 오세훈 시장이 조용히 왔다갔다. (오 시장이) '오세훈이 왔다갔다는 얘기를 주민들에게 마음껏 얘기해라. 이게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얘기했다. 오 시장과 총선이 끝나면 뉴타운 문제를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4월 9일 총선에서 각각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는데, 지역민들의 개발 기대 심리를 자극한 뉴타운 공약이 선거 구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총선 엿새 후인 4월 15일 오 시장이 "부동산 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뉴타운 추가 지정을 절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뉴타운 공약은 비판 여론에 맞닥뜨렸다.

두 의원을 포함해 서울의 한나라당 의원 당선자 상당수가 뉴타운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당선됐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공상훈 부장검사)는 9월 26일 모든 피고발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오 시장이 3월 17일 정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4차 뉴타운 건설 때 동작 뉴타운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이 확인됐다"며 "일부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정 의원이 오 시장이 동작 뉴타운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의원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도 "안 의원이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뉴타운 공약을 내건 여당 의원들에게 무더기로 '면죄부'를 주자 민주당은 10월 8일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오 시장은 정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뉴타운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설명했을 뿐 뉴타운 사업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정 의원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은 안 의원에 대해서도 "총선 때 우연히 오 시장을 만났는데도 마치 그가 격려 방문을 했고 뉴타운 문제를 조만간 협의할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연설했다"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서울고법은 안 의원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메이슨 프로그램을 수료한 경력을 '케네디스쿨 연구원'으로 기재한 홍보물을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재정신청을 인용했다.

▲ 총선 이틀 전이던 지난해 4월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오세훈 시장, 신지호 의원 등에 대해서는 재정신청 기각

반면, 법원은 오세훈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됐기에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뉴타운 공약을 발표했던 같은 당 현경병·신지호·유정현 의원도 "이들은 '오 시장이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는 신문기사 내용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각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이 한나라당의 두 의원을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여당 의원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여당 의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공신력이 실추된 검찰은 물론이고, 총선 직후 "후보자의 각종 공보자료와 홍보물 등을 모두 검토한 결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놓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편파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검찰의 '여당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고 뉴타운 공약이 선거에 끼친 파장과 공약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구두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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