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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다 나쁜 건 아니었구나"

[우리 다문화 가정 이야기②] '다문화 인권 수업'에서 일본 문화 소개하는 테루미씨

등록|2009.01.06 17:55 수정|2009.01.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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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천의 '일본문화이해수업'을 소개합니다. ⓒ 야마다다까꼬


2008년 12월 10일에 인천시 서구의 모초등학교에서 '다문화이해수업'으로서 '일본문화 이해 수업'이 열렸다.

그 학교는 우리 동네 학교이고 강사는 같이 '다문화 강사 양성강좌'를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에서 수강했던 나의 한국 생활 선배이기도 한 나카사토 테루미씨(이하 테루미씨)였기 때문에 도움과 촬영이라도 하겠다고 나도 나가봤다.

그 때 수업의 대상 학생들은 4학년의 학생들이며 내가 갔을 땐 벌써 2교시 수업의 2교시 시작하기 전의 휴게 시간이라서 학생들이 테루미씨의 친정 어머니가 11월에 일본에서 방한하셨을 때 직접 가지고 온 '유카타'(일본에서 여름에 입는 옷)를 입어보고 있었다.

나도 몇 년만에 유카타 옷을 보니 어떻게 입어야 될지 생각이 안나면서 기뻐할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도전해봤다. 그 결과 뭔가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했든 일단 형식적이지만 덮어 씌울 수 있었다. 조금 더 예쁘게 해주고 싶은데, 라는 미안한 마음과 아직 부족한 일본의 옷이나 소품들 보면서 "조금 더 많은 일본의 물품들을 준비해야 되겠다"라는 욕심도 생겼다.

2007년에 여름방학 때에도 많은 한일간의 학생들의 교류사업들이 독도 문제 때문에 중지가 돼버리면서 3월부터 시작했던 '다문화강사 양성 강좌'도 8월에 수료했다.

그런데 그 때에도 "올해에는 '일본문화이해수업'은 어렵겠네요~"라고 테루미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나 9월 정도부터 방과후의 공부방부터 시작하며 생각보다 빨리 11월 정도부터는 일반 초등학교에서도 '일본문화 이해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말까지 바빠서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던 테루미씨에게 새해 인사도 하면서 물어봤다.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독도는 한국 땅이에요~"

-작년에는 '일본이해수업'이 일반 학교에서도 시작하면서 많이 바쁘셨지요?
"그렇네요~ 많을 땐 좀 목도 아프고 긴장하며 밤에도 못잘 때도 있었고 힘들었네요...^^;"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독도는 한국 땅이에요~" 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면서요?
"아~, 그렇지요…. 그래도 나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 이해할 수 있어요. 만약 내가 그 입장이라면 똑같이 말했을 거예요. '직접 일본사람에게 말했다니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마음 속에서 생각하면서 또 이렇게 말했어요.

'이런 기회는 또 언제 올지 모르니까 질문 등이 있으면 편안하게 말해보세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욕을 안해요. 독도 문제, 일제시대 등을 이야기 하면서 '일본사람 중에서도 좋은 생각 가지고 착하게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가 붙어요."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다문화 수업 2시간 중에는 체험시간도 있는데 준비한 물품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전통 옷을 입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은 아주 좋아해요. 소감문을 보면 '일본 사람들은 다 나쁜지 알았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착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쓰는 학생은 거의 한반의 1/3 이상 있어요."

-그렇군요~ 수업을 마치면서 어떤 생각 들었어요?
"'다문화 인권 수업'을 하면서 어렸을 때 교육이 참 중요하다고 실감했어요. 그리고 어른들의 차별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가 또 다시 느꼈어요."

-새해 맞으면서 어떤 해가 되면 좋겠어요?
"그렇네요~ 앞으로도 한일간의 어려운 문제도 있겠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평화를 향하면서 한일간의 교류도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 현장을...

테루미씨의 큰 딸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지만 '엄마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숨기는 편이란다. 그러나 가끔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그 딸은 테루미씨에게 "그건 옛날 사람이고 지금은 좋은 사람도 많다"라고 말해주기도 하지만 엄마에게 자신 있게 말하는 이야기도 친구들에게는 못하는 것 같단다.

"나는 일본사람이니까 당연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국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불편함이 없이 자라면 좋겠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모두가 차별을 안 받고 자기나라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도 하고 좋은 점은 서로 배우는 그런 교육현장을 선생님부터 신경써주시면 정말 좋겠네요."

라고 테루미씨는 말했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다문화 가족지원법'이 아직 일반 결혼이민자들에게는 홍보도 되고 있지 않는 상태이지만 한국언론들이 '다문화 가족'들이 아주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특히 내 주변에서도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감은 상당히 큰 것을 느낀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들이 원하는 교육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우리 당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열린 교육환경 만들기부터 부탁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글 원문은 인천e조은뉴스 외에도 실렸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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