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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다

[동영상] 막둥이의 생일축하 노래

등록|2009.01.06 20:31 수정|2009.01.07 09:55
아이들 키우는 재미가 무엇일까요? 공부 잘 해서 일류대학들어가고, 돈 많이버는 직업 구하는 일? 아직 아이들이 어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건강? 정말 중요하지요. 건강보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은 없지요.

오늘(6일)이 생일입니다. 우리 가족 생일 잔치는 2-3만원 선에서 결정됩니다. 내 생일도 22000원 들었습니다. 푸짐한 저녁 상을 받고 막둥이가 아빠 선물이라면서 작은 종이 쪽지를 내밀었습니다.

종이를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 글을 몇 자 적었습니다. '하트'모양을 만든다고 했는데 그만 나뭇잎이 되었답니다.

"아빠 생일 선물."
"막둥이가 무슨 돈으로 생일선물을 샀어?"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라 '편지'예요. 하트에 적어 편지를 썼는데 그만 나뭇잎이 되었어요."
"우리 막둥이가 지난 번 처럼 편지를 썼구나. 어디 한 번 읽어보자."


▲ '막둥이가 쓴 편지입니다. 하트'로 만들었는데 그만 나뭇잎이 되어버렸습니다. 경을(겨울)철에 감기 조심하랍니다. ⓒ 김동수



아빠께
아빠 생신 축하합니다.
경을철(겨울철을 잘못 씀)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옷 입으세요.

2009년 1월 6일
체헌 씀

겨울철 감기 조심하라는 막둥이 편지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막둥이가 생각하는 이 마음보다 더 귀한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기 까지 합니다.

동생이 아빠에게 편지로 선물한 것을 지켜볼 딸이 아닙니다. 아빠 사랑을 오빠와 동생이 빼앗을까 노심초사 하는 아이입니다.

"아빠 나도 편지 썼어요?"
"당연하지 우리 예쁜 아이 서헌이가 아빠에게 편지를 안 쓸 수 없지. 어디 보자꾸나 무슨 말을 썼을까?"

▲ 딸이 보낸 편지입니다. 추운 겨울 감기 들지 말라고 합니다. 자기를 낳아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아빠께
아빠, 안녕하세요?
저는 딸 서헌이예요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44째 생신 축하드려요.
아빠, 아침 저녁은 아직까지는 추우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몸건강하세요.
비록 큰 선물과 작은 선물은 준비를 못했지만 이 조그만한 편지라도 받아 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2009년 1월 6일
딸 서험 올림.

그렇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간 선물을 아이들에게 기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선물입니다. 편지를 읽고 가슴이 얼마나 뭉클한지.

큰 녀셕은 벌써 부끄러운 것 같습니다. 막둥이와 서헌이가 편지를 썼는데 부담스러운지 나중에 썼습니다. 편지도 직접 전하지 않고, 엄마를 통하여 전달받았습니다. 아빠가 무섭지 않은데 이러니 제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큰 아들이 보낸 편지 입니다. 이 녀석은 편지 쓰는 일이 벌써 부끄러운 것 같았습니다. ⓒ 김동수



아빠께
저 아들인 인헌이예요.
이제는 제가 5학년인데
아직도 아기처럼 징징짜고
짜증내서 죄송합니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우리가 큰 선물을 준비못했지만 편지로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2008년 1월 6일
인헌 씀.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세상에서 어떤 귀한 선물도 이것만한 선물이 있을까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진 아이들로 조금씩 자라는 모습 그 자체가 선물이고, 글자 몇 자 적은 편지가 선물입니다.

큰 아들이 조금씩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아빠에게서 조금씩 떠나가는 느낌도 가졌습니다. 아빠를 미워해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생각과 말만 듣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아빠에게 또 다른 선물을 했습니다. 막둥이가 '사랑해요 이 한 마디'를 불렀습니다. 딸 서헌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요. 막둥이와 같이 불렀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는 아이들 셋이 불렀습니다. 노랫말도, 음정과 박자도 조금씩 틀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래였습니다.

play

생일축하 노래아이들이 아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막둥이는 '사랑해요 이 한 마디'를 불렀습니다. 막둥이가 부르니 딸 서헌이도 부르겠답니다. 큰 녀셕은 벌써 부끄러운지 생일축하 노래만 불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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